2018년 7월 19일(목요일)
홈 >> 오피니언 > 기고/칼럼

조류독감 너머엔
최종욱
우치공원관리사무소 동물진료담당수의사

  • 입력날짜 : 2018. 07.08. 18:26
다행히 우리지역은 비껴가고 있지만 해년마다 우리 코앞 등에서 조류독감(AI)이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뾰족한 방어수단이 없는 한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일 가금(조류가축)에게도 정보나 생각이 있다면 매년 전쟁발발 같은 공포에 시달려야 할 판이다.

하지만 가축은 가축, 야생동물은 야생동물, 사람은 사람이라고 분리해서 생각 하는 게 보통의 사람들의 합리주의다. 그러나 이들을 두루 아울러야 하는 수의사 입장에선 한편으론 학살의 집행자이면서도 또 한편으론 후에 남는 씁쓸한 여운 때문에 이내 괴로워한다.

조류독감은 조류에서 특성화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전염병이다. 기본 구조는 인간의 유행성 독감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한다. 단지 내부의 유전자를 둘러싼 단백질 외피일부 구조만이 약간씩 다를 뿐이다. 이 단백질 구조는 몸 안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를 자극하여 각기 다른 항체를 생산하게 하는데 이걸 혈청형이라고 한다. 이 혈청형에 따라서 약하거나 강한 독감이 결정된다. 하지만 이 구조자체는 매우 가변적이라 언제라도 강이 약이 되기도 하고 약이 강이 되기도 한다. 보통 세포 기생성인 바이러스는 숙주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대부분 온건성을 지향한다. 그러나 갑자기 숙주나 환경이 바뀌면 이런 평형관계는 더 이상 유지되지 어렵다.

조류독감이 정말 무서운 건 조류에게도 물론 치명적이지만, 사람과 다른 동물에게까지 전파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데 있다. 더군다나 감기처럼 전염형태가 접촉뿐만 아니라 공기를 통한 광범위한 감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성은 더욱 증폭된다. 보통 감기 하면 주로 온대지방의 겨울철 질병으로 인식되지만 조류독감은 열대지방도 가리지 않는다. 현재 인간 조류독감 감염에 의해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조류를 많이 사육하는 열대지방이다. 만일 이런 조류독감이 완전히 사람에게 적응해서 인간 대 인간으로의 감염이 본격화된다면 인류는 2차 대전 이래 가장 치명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역사적인 기록으로 1918년대의 스페인독감은 이 조류독감 원인 바이러스와 거의 유사했으며 2천만이상을 사망케 했다. 이제 세계화된 지구촌에서 그 효과는 더욱 파괴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조류독감의 발생하면 유일한 대처법으로 올인 올 아웃(All in All out) 택하고 있다. 일단 발생했다하면 반경 3km내의 모든 가금들은 거의 도살을 당하게 된다. 질병이 번지면 그 범위는 10km까지 확대될 수 있다. 다행히 이 방법은 아직까지 가금들의 값진 희생으로 말미암아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현재 근원적인 전염경로 파악과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본격적인 전염(pandemic)으로 확산된다면 이 방법만으로 조절이 가능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치료약으로 인식하고 있는 나무추출물(아이러니하게도 인류를 구원할 최첨단 약품이 생약이라니!)인 ‘타미플루’란 약도 감염초기에만 효과가 있고 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바이러스 질병은 암, 유전병과 더불어 현대 의학의 3대 난치병 중 하나이다. 바야흐로 우린 점점 더 미궁의 바이러스 전성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들이 왜 이렇듯 자꾸 인간을 괴롭히려 드는지 어쩌면 이유는 자명하다. 사람들이 가축들을 계속 늘리고 있고 야생의 영역 안으로 자꾸 발을 들여 놓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만 년 굶주린 바이러스들이 이 영양 많고 활동적인 숙주를 결코 그냥 놓칠 리 만무하다. 에이즈나 에볼라가 이런 식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인간은 이 엄청난 enemy(적) 앞에 아직은 그저 무력할 뿐이다.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