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6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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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아름다운 이 시절에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82)

  • 입력날짜 : 2018. 07.10. 19:12
次韻寄鄭伯容(차운기정백용)
교은 정이오

2월이 장차 다하면 3월이 오리니
한 해의 봄빛이 꿈속에 돌아가는데
시절은 아름다운 것 누구 집에 꽃피나.
二月將闌三月來 一年春色夢中回
이월장란삼월래 일년춘색몽중회
千金尙未買佳節 酒熟誰家花正開
천금상미매가절 주숙수가화정개

정자에 앉아 나이 연만한 사람이나, 아니면 순서를 돌려가면서 원운을 하나 지어 빙 돌아 앉아 돌려 읽고 차운하는 식으로 여는 작은 시회(詩會)는 능사였다. 흥이 익어갈 무렵에는 제각기 한 시창 한 마당을 했고, 이를 시조창으로도 불렀다. 멀리 사는 친우에게 서찰을 부칠 때도 시 한 수를 지어 보내 원운에 의한 차운을 하면서 교환했다. ‘장차 2월이 다하면 다시 3월이 오리니, 한 해의 봄빛이 꿈속으로 돌아간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아름다운 이 시절에’(次韻寄鄭伯容)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교은(郊隱) 정이오(鄭以吾·1354-1434)로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다.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했고 성품도 질박하고 겉치레가 없었다. 일찍이 이색과 정몽주의 문하에 들어 학문을 닦았는데 문장이 뛰어나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던 인물이다. 1374년(공민왕 23) 급제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장차 2월이 다하면 다시 3월이 오리니 / 한 해의 봄빛이 꿈속에 돌아가는구나 //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아름다운 이 시절에 / 술이 익는 누구네 집에서 꽃이 막 피려는 것인지]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차운하여 정백용에게 보냄]으로 번역된다. 정백용이란 사람이 시인에게 시 한 수를 보내왔거니 아니면 두 사람이 같이 앉아 시문을 두고 받았던 상황도 선뜻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상호 나눴던 운자는 같은 운자는 첫 구의 ‘來’자와 넷째 구인 ‘開’자를 놓았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정백용에 대한 인물은 검색되지 않아 그 행적을 찾을 수 없다.

시인은 한 달이 가고 다시 다음 한 달이 지나가면 결국은 한 해가 가면서 세월의 덧없음을 빗대는 시상이다. ‘2월이 장차 다하면 3월이 다시 오리니, 한 해의 봄빛이 꿈속에 돌아간다’는 세월무상을 그려놓았다. 많은 이들이 세월의 무상함을 인생에 빗대어 시상으로 일궈 놓았다.

화자는 이어지는 정구(情句)에서 세월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 이러한 상황에서 술 익는 마을을 찾아 마음껏 취하는 뜻을 은유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천금을 주고도 모두 살 수 없는 아름다운 이 시절에, 우리 누구네 집에서 술 익는 내음으로 꽃이 막 피는가를 알아보자’고 청유형 한 마디로 그림의 채색을 마친다. ‘이 좋은 시절을 우리 그냥 보내지 말고 취하자’는 뜻을 내포한다.

※한자와 어구

次韻: 남의 시의 운에 맞춰 시를 짓는 일. 二月: 2월. 將闌: 장차 다하다. 三月來: 삼월이 오다. 一年: 일 년. 春色: 봄빛. 夢中回: 꿈속에 돌아가다. // 千金: 천금. 尙: 도리어. 未買: 사지 못하다. 佳節: 좋은 계절에. 酒熟: 술이 익다. 誰家: 누구네 집. 花正開: 꽃이 막 피려고 하다(‘正’은 지금 바로).

/시조시인·문학평론가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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