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2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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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은 무엇일까요?
강용
학사농장 대표

  • 입력날짜 : 2018. 07.10. 20:01
첨단 빅데이터 4차산업혁명 도시농업 식물공장 스마트팜 로봇 자동화 드론 등등... 다른 산업 못지않게 요즘 우리 농업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들입니다. 농업계에서 아직은 젊은 세대로 분류되는 저도 이런 단어들이 점점 두려워 지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정책을 보면 tv에서 보았던 동화가 자꾸 떠오릅니다.

도시에서 성공한 장년의 사업가가 삶의 허전함으로 바닷가에 여행을 갔습니다. 바닷가에서 낚시질을 하는 청년에게 왜 낚시질을 하는지 물었습니다. 청년은 가족들과 저녁 반찬꺼리로 고기를 잡는다고 하자 사업가는 청년에게 낚시보다 그물로 잡아서 돈을 더 벌고, 그 돈을 다시 배를 구입하여 더 많은 돈을 벌고, 그리고 통조림으로 가공하면 더 크게 벌 수 있다고 조언을 했습니다.

기대에 찬 청년은 사업가에게 질문을 합니다. 그렇게 성공하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 수 있어요? 사업가는 ‘가족들과 즐겁게 보낼 수 있지’라고 답합니다. 청년은 그냥 하던 낚시를 계속하며, 몇 마리의 물고기를 잡아 집에서 가족들과 즐거운 저녁을 보냈습니다.

그 많은 사업 끝에 얻은 행복을, 원래하던 작은 일에서도 얻을 수 있다는 동화입니다. 물론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 가끔 생각하게 합니다.

얼마 전 대통령께서 스마트팜 시연회에서 멀리 떨어진 온실의 환경을 제어하는 것을 시연하고, 총리께서는 세계최고의 농업 선진국이라는 네델란드의 최첨단 온실을 방문하는 등 정부의 정책은 스마트 팜이나 식물공장 등 첨단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에 관심이 늘어갑니다.

농촌의 논밭에서 벗어나 도심속에서 최첨단 LED와 양액, 모터와 반도체가 빅데이터를 통해 자동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최첨단 식물공장에 기업들과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들이 가슴속에서 이것이 농업이다..라고 추억한 것들은 머지않아 진짜 추억속에서 또는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여러분 최첨단 식물공장에서 상추를 재배하면 무엇이 좋아질까요? 더 좋은 품질, 더 나은 가격, 더 건강한 채소 등 농산물이 갖춰야 할 것 중 뭐가 더 좋아질까요?

식물공장은 햇볕을 대신하여 인공조명을 사용합니다. 빛과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므로 상대적으로 빛이 덜 필요한 채소류를 중심으로 재배합니다.

무한하고 무료인 햇빛이 비치는 농촌의 온실에서 건강하게 재배해도 되는 것을, 가격진폭은 있지만 대안을 생각해야 할 정도로 가격이 높지도 않은 상추를,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비싼 전기를 소비해가면서 최첨단으로 굳이 생산 할 필요가 있을까 의구심이 자꾸 듭니다. 변화를 싫어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 생각과 무관하게 농업은 빠르게 스마트화 된 공장으로 변화 될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네델란드의 세계최고 첨단 식물공장이 파산했습니다. 일본 역시 파산과 폐업이 반복되며 400여개의 식물공장 중 본전이라도 하는 곳이 24% 정도입니다.

도심에서 재배하는 식물공장의 숫자 보다 더 많은 농촌의 인구는 줄어들 것입니다.

결국 농촌의 인구가 줄어 농부가 없어 채소를 생산하지 못하면 그때는 도심속의 채소 공장이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1800년대 세계최초의 자동차는 전기자동차였으며, 1899년 세계 최초로 시속 100㎞를 돌파한 자동차도 전기자동차였으며, 1920년까지 자동차하면 전기자동차가 당연시 되었습니다. 석유재벌의 농간에 의해 자동차는 내연기관이 지배하게 되었고, 전기차의 존재 마져도 기억하지 못하고 100년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그것이 옳았다면 마치 신기술처럼 과거의 것을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과 다르거나 좀 더 진화된 자동화나 인공지능을, 무조건적으로 더 발전되고 필요한 첨단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그렇게 발전시켜야 하는 목적과 본질을 잘 파악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문제들까지 잘 파악하여 대안을 함께 세우고, 방향과 목표를 명확히 달성해 나가는 것이 진짜 첨단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농업뿐 아니라 모든 국가 정책이 왜 하는지, 무엇이 좋아지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실행가능 하는지 등의 고민이 부족하면 결국 우리는 잃어버린 몇십년을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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