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6일(월요일)
홈 >> 오피니언 > 기고/칼럼

‘공동체 정신의 뿌리’ 향약관을 건립하자
김영환
전 남구청 문화교육사업단장

  • 입력날짜 : 2018. 07.11. 19:06
광주는 예나 지금이나 공동체 정신이 유달리 투철한 고장이다. 멀리는 임진왜란 때, 나라의 존망이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로운 시기에도 많은 이들이 의병활동에 참여해 국가를 위해 앞장 서 싸웠다. 충무공이 ‘만약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뿐이랴, 망월동에 잠든 그 많은 5·18 영령들이 40여 년 전 이 나라 보통사람들의 생명과 존엄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 받쳐 오늘이 있게 한 것은 어떠한가.

이러한 광주정신(공동체 정신)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광주에 그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있다. 바로 향약(鄕約)이다. 우리는 향약이 시작된 연대를 조선 중중 때 조광조를 대표하는 사림파의 등장과 같은 시기로 알고 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로는 이보다 100여 년 앞선 시기, 우리 고장 남구 칠석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 고장에서 시작된 향약이 현재까지도 그 맥이 이어지고 있으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선 태종 때에 황해 감사를 지낸 부용 김문발이 1411년 경 충청도수군도절제사를 병으로 사직하고 그 후, 전라도수군도절제사의 직임을 다시 받을 때까지 2년여 동안 고향에서 향약을 시행한 것으로 보는 것이 향토사가나 많은 역사연구가들의 견해이다. 기록에 의하면 김문발이 이선제와 더불어 향약을 실행했으며, 이 시기는 필문 이선제가 사마시에 합격한 후에 대과를 준비할 때이고 김문발과의 나이는 31년 차이가 났다. 훗날 이선제가 만든 향약의 약조가 오늘에 전해오고 있어 그가 김문발의 향약을 계승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김문발과 이선제는 당시 대촌면 이장동 출신으로 한 동네에서 성장하고 활동한 것에서 이러한 사실들이 뒷받침된다고 본다.

향약정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 할 수 있는 공동체 정신이다. 영국의 절대왕정의 박해로부터 자유를 찾아 신대륙에 정착해 오늘날 번영된 미국을 건설한 청교도 정신 역시 공동체 정신이 발휘된 좋은 본보기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향약은 조선시대를 관통하면서 민간의 자생적인 공동체 활동공간에서 ‘덕이 되는 일은 서로 권면하고(德業相勸)’, ‘과실은 서로 규제·단속하며(過失相規)’, ‘예에 좋은 습속은 서로 교류하여 나누고(禮俗相交)’, ‘재난을 당하고 슬픈 일에는 서로 도와 치유하며(患難相恤)’ 공동체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향약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행사들이 계획되고 추진되는 것은 참으로 반갑고 바람직한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남구와 사단법인 전통문화연구회 ‘얼쑤’가 주관하는 2018지역문화특화프로그램의 하나인 ‘대촌에서 향약과 놀자’가 좋은 예이다. 지난 2일에 첫 번째 행사가 있었고 연말까지 몇 번의 행사가 예정돼 있다.

필자는 공직에 있으면서 향약에 관한 실무에 종사한 적이 있다. 그 당시 광주정신의 원형이라 할 향약을 다시 되살리는 일에 나름 열과 성을 다하려고 노력했었으나 큰 결실을 맺지 못하고 퇴임하게 돼 지금도 아쉽게 생각한다. 당시 최영호 청장께서 기관장으로서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했는데 남구청 단독사업으로는 진행이 어려웠다. 1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사업비는 장기투융자 심사를 받아야 하기에 연구용역비 7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향약관 건립을 위한 부지(2천200여 평) 기부체납확약서를 남구청에 제출하도록 하고 필자는 명예퇴직했다.

그동안 광주시청이나 남구청에서 더 이상의 조치가 없어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대촌에서 향역과 놀자’라는 문화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그 불씨가 조금씩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해 무척 반가웠다. 그밖에 향토사학자, 지방정부의회 등 여러 인사들의 많은 노력이 있음도 다행이다. 공동체 정신이 잘 고양된 국가나 사회는 융성하고, 그 정신이 무너지면 멸망하거나 쇄락한 것은 역사에서 얻는 교훈이다. 향약을 다시 활짝 꽃피우는데 우리 모두의 힘을 합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그날을 기다려본다.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