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4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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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과 자기확신
김희준
전 광주지검 차장검사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 입력날짜 : 2018. 07.12. 18:51
소위 말하는 전관 출신 변호사들끼리 모이면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무리 사건에 관한 의견서를 소상히 적어내고 설명을 해도 검사나 판사가 처음에 형성된 선입견을 잘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견서를 제대로 읽어나 보는지 의심스럽다고까지 비판하곤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과연 우리들이 현직에 있었을 때는 어땠을까, 그때는 과연 제대로 듣고 읽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려고 노력하였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처음에 듣고 옳다고 판단하면 그 관점을 잘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학습하거나 살아오면서 경험으로 터득한 지식이 어떤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을 ‘선입견’이라고 한다. 이러한 선입견은 자기확신으로 발전한다. 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것을 결정할 때 ‘선입견’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필자도 변호사로 활동하게 되면서 이러한 경험을 자연스럽게 하곤 한다. 증거신청을 하면 살펴볼 필요도 없이 뻔한 사건인데 굳이 증거조사가 필요하겠느냐 식의 전지전능형 스타일의 재판장이 있는가 하면, 아직 당사자를 조사도 하지 않았는데 확실히 혐의가 인정된다고 생각하는 예지력 높은 검사도 만나게 된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하고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주장이나 증거를 애써 외면하고 자신이 생각한 것에 부합하는 증거만 수집하고 살펴보려는 성향을 나타낸다, 하지만 어떻게 제대로 조사도 해보지 않고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겠으며 혐의유무나 유·무죄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과정에서 당사자는 아무리 자기의 주장을 외쳐본들 외면당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의 판단이 맞다면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사자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 평생의 한을 품게 된다. 하지만 객관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실체적 진실에 부합할 수 있겠는가? 그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이런 일을 당하면 당사자들은 사법에 대하여 불신하게 되고 국가에 대한 희망도 접게 된다.

이는 하나의 사건에서 뿐만이 아니라 국가 정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된 후 실제 추진한 정책이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고 언론에서 이를 여러 번 지적하는데도 인정하고 수정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정책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자신들의 정치가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처음에 그게 옳다고 판단해서 추진했던 정책이라도 항상 틀릴 수 있다는 자세로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항상 객관적인 관점에서 냉철히 상황을 분석하고 문제점은 없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정치는 국민들의 삶과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최근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들이 각종 언론에서 봇물을 이룬다. 그 근거로 각종 경제지표 등 여러 자료를 제시한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느니,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등의 비판기사들이 수시로 올라온다. 물론 이러한 비판기사들이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일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야당이 주장한다고 혹은 자신들의 노선과 반대되는 언론에서 주장한다고 무시만 할 일은 아니다. 과연 논쟁이 되는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원래 기대했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는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그래서 잘못되었으면 고쳐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각종 자료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서 또 다른 논쟁거리를 만들면 안 된다. 어떠한 비판이나 목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독야청청 정책을 펼친다면 추진력은 좋을지 모르나 결국에는 큰 실패를 낳게 된다. 그래서 선입견과 자기확신은 가장 위험하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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