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8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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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향기따라 삶을 힐링하다]음악가를 사랑한 도시, 프라하에서
프라하에 울려퍼진 ‘님 행진곡’…‘5월 광주’ 세계화 첫 발

  • 입력날짜 : 2018. 07.18. 18:30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청색의 강, 프라하 사람들은 블타바 강으로 부른다.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단순히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넘어, 문화는 이제 한 나라의 경제력과도 직결된다. 바야흐로 ‘문화경제시대’가 온 것이다. 이에 광주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돕고, 궁극적으로는 정서적 공감, 힐링에 기여하기 위해 생생한 문화 현장 이야기를 매월 한 차례씩 담아낸다. /편집자 주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하강하면서 바짝 몸을 유리창에 붙였다. 프라하의 원경을 보고 싶어서였다. 거대한 산맥과 산들에 익숙해져 있는 내 눈에 들어온 프라하는 그저 평야였다.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조금 더 땅에 가까워지니 평지의 프라하를 가로 지르는 강을 볼 수 있었다. 분명 몰다우강일 것이다. 체코 국민들은 블타바강으로 불려지기를 원하는 청색의 강이 나의 시선을 강력하게 붙잡는다.

넓게 펼쳐진 흰색 평야의 오선지 위에 굽이쳐 흐르는 강물은 악보처럼 일렁인다. 마치 체코의 역사를 말해주듯 때로는 경쾌한 행진곡처럼 또 때로는 슬픈 레퀴엠처럼….

지난주, 체코 프라하에 출장 갔다. ‘님을위한행진곡 대중화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체코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이 있어서 였다. 세계화의 첫 걸음을 체코에서 떼기로 한 것이다.

체코에서 연주된 2곡은 지난 5월 광주에서 공연한 황호준작곡가의 ‘님을위한서곡’과 김대성작곡가의 교향시 ‘민주’다. 당시 이 곡들은 김홍재지휘자의 광주시립교향악단에 의해 초연됐다.
스메타나가 잠들어 있는 피터폴 대성당 내 공원묘지에서 김대성 작곡가 와 필자.

1968년 ‘프라하의 봄’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가진 나라에서 ‘님을위한행진곡’을 주제로 한 관현악곡이 울려 퍼진 것이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실력이 높다는 체코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공연 내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단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광주의 아픔과 열정을 이해한 것처럼 연주에 몰두한다.

음악을 떠나서도 체코와 대한민국은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지리적으로 강대국 틈새에 끼어 많은 침탈을 당한 역사를 가진 점에서 우리와 비슷하다.

체코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그 후는 나치 독일에 합병돼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점령됐으며 1945년에는 공산 소련의 위성국이 됐다. 대한민국이 오랜 세월 중국의 침략을 받고 근대에 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은 것과 유사한 역사이다.

그럼에도 두 나라는 굴하지 않고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오고 있다.

특히 두 나라의 음악에 대한 사랑은 대단한 것 같다. 체코는 훌륭한 음악가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스메타나와 드보르작은 단연 돋보이며 체코 국민들로부터 무한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체코 프라하 리히텐슈타인궁전 내 마르티누홀에서의 체코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의 ‘님을위한행진곡’ 공연실황 모습.

이번 공연에서도 만났던 많은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두 음악가를 자랑한다. 세계적인 교향곡 ‘신세계’를 작곡한 드보르작도 좋아하지만 민족주의적인 곡, 교향시 ‘나의 조국’을 작곡한 스메타나에 대한 체코의 사랑은 대단하다. 조국이 어려웠을 때도 조국을 떠나지 않고 투쟁하면서 작곡 활동을 한 스메타나를 체코 국민은 잊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프라하에서 활약한 몇 음악가의 발자취를 더듬어 봤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카를교 남단에 위치한 스메타나 박물관이 있다. 조그마한 건물 2층에 위치한 이 곳에는 스메타나의 자필 악보와 그가 사용했다는 피아노 등 많은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다. 이 또한 스메타나를 사랑한 프라하 시민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뿐이 아니다. 프라하에서 빠질 수 없는 음악가가 한 사람 더 있다.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다. 모차르트는 원래 오스트리아 사람이지만 유난히도 프라하를 좋아했다고 한다. 모차르트가 자기 고향에서 고통을 받던 시기에도 프라하를 방문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본인의 3대 오페라중 하나인 ‘돈 죠반니’를 프라하에서 초연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프라하 사랑은 절대 일방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프라하 시민들이 모차르트를 인정하고 그의 음악을 평가해 줬다고 한다. 모차르트와 프라하는 설명이 어려운 화학적 결합으로 서로 연결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숙소였던 돈죠반니 호텔 침실 내부. 침대 벽면에 적힌 문장. ‘음악은 음표에만 있지 않다.’ 음악가를 사랑한 도시답다.

우연이었는지는 모르나, 이번 프라하 여행에서 묵었던 호텔 이름이 ‘돈 죠반니 호텔’이었다.

흥미로운 일은 호텔 로비에 들어서니 로비 중앙에 큼직한 모차르트의 동상이 나를 반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들리는 음악이 모차르트의 ‘아이너 클라이너 나흐트 뮤직’이다.

엘리베이터를 내려 방으로 가는 복도 곳곳에 모차르트를 주제로 한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가져온 스틸 사진 액자가 걸려 있다. 마지막으로 방에 들어갔더니 침대 바로 위 벽면에 모차르트가 말했다는 문장이 적혀 있다. ‘The music is not in the notes, but in the silence between. -W.A. Mozart’ 이렇게 말이다. 굳이 해석하자면 ‘음악은 소리를 내는 음표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음표를 만들어 내는 음악가의 보이지 않는 영혼 속에 있는 것이다’로 의역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메타나 박물관 내부.

많은 사람들은 음악가가 사랑한 도시를 말하지만,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프라하는 음악가를 사랑한 도시다. 다시 말하면 프라하 시민들이 음악을 아끼고 품어줬다는 말이다.

다시 한 번 모차르트를 인용하면 ‘천재를 만드는 것은 지성도 아니고 상상력도 아니다. 사랑, 사랑, 열렬한 사랑이 천재의 영혼을 만든다’하지 않았던가.

예향의 도시 광주도 음악가를 품어주고 사랑하는 도시이길 바란다. 아니, 더 정확히는, 광주시민이 음악과 음악가를 아끼고 보듬어 주는 도시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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