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7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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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후안무치한 의원이 없는가?
김진수
본보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8. 07.24. 19:00
후안무치(厚顔無恥)란 말이 있다.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말인데,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층 독자들을 위해 굳이 해석해 드리자면, 厚(투터울 후) 顔(얼굴 안) 無(없을 무) 恥(부끄러워할 치)가 된다.

사전에서는 ‘후안’이란 말의 유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옛날 중국의 하나라 계(啓) 임금의 아들인 태강은 정치를 돌보지 않고 사냥만하다가 끝내 나라를 빼앗기고 쫓겨나게 됐다. 그러자 그의 다섯 형제들은 나라를 망친 형을 원망하며 번갈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 중 막내가 부른 노랫말 중에 ‘萬姓仇予 予將疇依. 鬱陶乎予心 顔厚有’(만 백성들은 우리를 원수라 하니, 우린 장차 누굴 의지할꼬. 답답하고 서럽도다 이 마음, 낯이 뜨거워지고 부끄러워지는구나)라는 대목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안 받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후안무치한 사람들을 만날 때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래 건강하게 살려면 주변에 후안무치한 사람들이 없어야 한다. 스트레스의 주범인 후안무치한 사람들을 안 만나려는 노력도 현대생활에서는 필수가 됐다. 동시에 본인 스스로 주변에 후안무치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은 지 행동거지에 조심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자신의 삶과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정치인들의 후안무치한 행동을 접하게 될 때도 왕왕 스트레스를 받는다.

필자가 최근 정치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이유는 이렇다.

지난 16일 여야 국회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이 완료됐다. 물론 국회에 대해 아예 기대치를 갖고 있지 않은 국민도 있지만, 보통은 40여일이나 늦은 지각 국회인 만큼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상임위 구성을 볼 때, 국회가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지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의원들이 여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이 된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의 경우, 지난 5월 대구지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 추징금 850여만원을 선고 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특히, 그는 고소 사실이 허위가 아님에도 자신을 고소한 사람을 무고죄로 고소해 판사로 부터 “죄질이 나쁘다”는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그는 검찰과 법원을 담당하는 국회 법사위에 배치됐다.

후안무치한 사례는 또 있다.

의정부 소재 경민학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교비 7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당할 처지에 있다가, 소위 ‘방탄 국회’로 겨우 구속을 면한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경기 의정부을)은 이번에 기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분리돼 새로 신설된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됐다. 사학비리 비리 의혹을 받는 사람이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다루는 상임위에 소속된 것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에 의해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2012년 11월 당시 강원랜드의 관리·감독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를 소관부서로 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으로서,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버젓이 또 다시 문화체육관광위로 배치됐다. 물론 그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런 식의 상임위 배치는 국민을 우습게 아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이러한 후안무치한 상임위 배치는 동료 의원들에게도 비판받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비례)은 논평을 통해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라고 한탄하고 “아무리 상임위 배치가 각 당의 판단에 따른다 하더라도, 이미 비리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기소가 된 의원들이 다시 연관 상임위를 맡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벌어진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후안무치한 상임위 배치를 보다가 문득 우리 광주·전남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허물을 보다가 문득, 자신을 돌아다보는 격이랄까?

생각을 국회에서 지방의회까지 확대해 보니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광주·전남의 상당수 지방의회는 더불어민주당 1당 독주체제인 만큼 제대로 된 견제 기능이 작동되지 않을 경우 후안무치한 의원들은 언제든 등장할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 위험요소 및 대응방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후 청와대 내부에서는 ‘집권세력이 지방선거 승리에 도취돼 오만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강하다.

염려하며 묻는다. 광주·전남에는 후안무치한 의원들이 없는가? /jskim@kjdaily.com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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