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4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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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홍콩 란타우 트레일-3구간 봉황산 트레일 일
길은 물처럼 흘러가고, 그 길 끝엔 부처의 향기 넘치고

  • 입력날짜 : 2018. 08.07. 18:33
산길을 걷다보면 북쪽으로 퉁충의 고층건물과 홍콩국제공항이 내려다보인다. 국제공항 뒤편 바다 건너로 구룡반도 신계지역의 산들이 하늘과 경계를 이룬다.
홍콩 트레킹 이틀째, 우리는 아침 일찍 란타우섬으로 향한다. 지하철은 란타우섬에 들어서면서부터 지상을 달린다. 란타우섬에 솟은 수많은 산은 아래쪽은 삼림이 울창하지만 봉우리 부위는 푸른 초원을 이루고 있어 제주도 오름 같은 느낌이 난다. 란타우섬은 총 260여개의 섬을 가지고 있는 홍콩에서 가장 큰 섬으로 섬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란타우섬은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고 한적하며, 산과 해변으로 이어지는 자연경관이 빼어난 섬이다.

지하철 종점인 퉁충역에 도착하니 홍콩시내로 출근하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란타우섬 거주자 6만명 중 대부분이 이곳 퉁충 신도시에 거주한다. 근래에 신도시로 개발된 퉁충에는 고층 아파트와 상가들이 우뚝우뚝 솟아있다. 트레킹 출발지점인 팍쿵아우로 가는 시내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산비탈을 구불구불 돌고 돌아 고갯마루에서 우리를 내려준다. 해발 300m 쯤 되는 팍쿵아우는 란타우 섬 제1봉 봉황산과 제2봉 대동산을 이어주는 고개다. 팍쿵아우에 내리자마자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고갯마루에서는 ‘봉황산 4.5㎞’라 쓰인 이정표가 가야할 길을 제시해준다.

산길로 접어들자 아열대성 상록활엽수들이 숲을 이뤄 상큼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중간 중간 쉼터들이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한다. 전망이 트일 때면 오른쪽으로 퉁충의 고층건물과 홍콩국제공항이 내려다보인다.
구불구불 이어가는 길은 물이 흘러가듯 유연하다. 그래서 산길은 정답고 예쁘다.

국제공항 뒤편 바다 건너로 구룡반도 신계지역의 산들이 하늘과 경계를 이룬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산은 점차 초원지대로 바뀐다. 초원을 이룬 산줄기는 자신의 곡선미를 그대로 드러내준다. 붕긋붕긋 솟은 봉우리들은 어머니의 젖가슴마냥 부드럽고 포근하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봉황산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을 올라야하는 만만치 않은 길이다.

길은 봉황산으로 연결된 능선을 따라 작은 봉우리들을 넘고 또 넘는다. 란타우섬 남쪽해변은 작은 만과 해안선을 이루고, 바다위에서는 작은 섬들이 재롱을 부린다. 구불구불 이어가는 길은 물이 흘러가듯 유연하다. 그래서 산길은 정답고 예쁘다. 길은 정상인 봉황산으로 이어지고, 우리는 점점 인간세계와 멀어지고 선계(仙界)에 가까워진다.

봉황산 남쪽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는 여전히 장관이다. 좁고 깊은 만과 뱀의 머리처럼 뻗어나간 산줄기가 어울리고, 바다에는 10여개의 작은 섬들이 군도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한편의 아름다운 풍경화다. 정상까지는 초원을 걷는 길이라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다. 남쪽 바다에서는 종종 작은 배들이 하얀 물길을 내면서 지나갈 뿐 한적하고, 북쪽에서는 홍콩국제공항을 오가는 비행기들이 분주하다.

정상으로 통하는 길은 초원 가운데로 구불구불 이어진다. 산줄기 양쪽으로는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정상 근처 산비탈은 기암괴석이 숭엄한 기운을 뿜어내기도 한다. 봉황산에서 바다를 향해 남쪽으로 뻗어나간 산줄기가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이룬 후 바다로 빠져드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란타우섬 남쪽해변은 작은 만과 해안선을 이루고, 바다 위에선 작은 섬들이 재롱을 부린다.

정상을 향해 한참을 걷고 있는데 그동안 한 번도 보여주지 않던 봉황산 정상이 갑자기 구름을 벗고 눈앞에 등장한다. 완전체로 등장한 봉황산을 바라보고 있으니 신성한 기운이 느껴진다. 길은 점점 가팔라지고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신속하게 우의를 입었지만 바람은 세차다. 사람을 날려버릴 것만 같은 기세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몇 m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정상에 도착했으나 한치 앞이 안 보인다. 정상에 오르면 천하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시야는 오리무중이다. 짙은 구름 속에서도 봉황산(鳳凰山·Lantau Peak, 934m)라 쓰인 표지목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란타우섬 최고봉인 봉황산은 홍콩에서는 구룡반도의 대모산(大帽山, 957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정상이 구름으로 뒤덮이지 않았다면 그동안 보여줬던 풍경뿐만 아니라 북서쪽 산중턱에 자리 잡은 포린사와 청동불상까지 내려다볼 수 있었겠지만 오늘은 상상만 할 따름이다.

화창한 날이면 멀리 마카오도 보인단다. 비는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정상에서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포린사가 있는 옹핑(昻坪) 방향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왔던 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파르다. 8부 능선쯤 내려오니 산 아래쪽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최대의 청동불상이다. 해발 540m에 이르는 너른 고원에 포린사(寶蓮禪寺)와 청동불상, 옹핑빌리지가 별천지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홍콩과 마카오·주하이를 연결하는 강주아오대교(港珠澳大橋)도 내려다보인다. 강주아오대교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로, 홍콩과 마카오·중국 광둥성 주하이를 Y자 형태로 연결한 총 길이 55㎞의 교량과 해저터널로 이뤄져 있다. 강주아오대교는 아직 개통되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개통될 예정이다.
세계최대 포린사 청동불상, 청동으로 만들어진 이 좌불상은 높이 26m, 무게 약 200t에 이른다.

우뚝 솟은 봉황산에서 고도를 낮추어 바다로 흘러가는 산줄기들이 자연스럽게 뻗어나가고, 우리는 산속 고원분지에 위치한 포린사와 옹핑빌리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파른 계단길을 천천히 내려간다. 옹핑고원이라 쓰인 평지로 내려오니 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인 ‘반야심경’을 새겨놓은 수십 개의 거대한 나무판들이 도열해 있다. 반야심경이 새겨진 ‘반야심경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반야심경을 독송한다. 반야심경이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온 나를 깨달음과 자비의 길로 인도해준다.

평탄한 숲길을 따라 10여분 내려가니 포린사(寶蓮禪寺)가 부처의 향기를 내뿜어준다. 사찰에는 평일인데도 관람객이 많다. 관람객 중 상당수는 서양인이다. 포린사는 1903년에 건립됐는데 홍콩에서는 가장 오래되고 큰 사찰이다.

사찰 입구 광장으로 나오니 높은 계단 위에 청동불상이 근엄하게 앉아있다. 청동좌불상까지는 26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사람들은 계단을 오르면서 세속의 떼를 하나하나 벗고 나서야 연화좌대 위에 앉아 있는 불상 앞에 서게 된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좌불상은 높이 26m, 무게 약 200t에 이른다. 세계최대 청동좌불상이다.

트레킹은 옹핑(昻坪)빌리지에서 마무리된다. 옹핑빌리지에는 기념품을 파는 상점과 식당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옹핑빌리지를 둘러보고 속세로 나가는데 청동불상이 변함없이 자비로운 눈빛으로 세상의 평화를 염원하고 있다.


※여행쪽지

▶란타우 트레일은 홍콩에서 가장 큰 섬인 란타우섬을 순환하는 70㎞에 이르는 코스로 12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중 가장 매력적인 코스는 3구간인 봉황산(Lantau Peak)트레일 코스다.
▶코스 : 팍쿵아우→봉황산(Lantau Peak)→반야심경 산책로→포린사(寶蓮禪寺)→옹핑(昻坪) (7㎞/4시간 소요)
▶란타우섬에서 가볼만한 곳 : 해변 휴양지인 디스커버리 베이(大白灣), 홍콩 디즈니랜드, 세계 최장 케이블카인 옹핑 360, 중국식 선상가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어촌마을 타이오(大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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