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7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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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과 그 자리
김희준
엘케이비앤파트너스대표변호사
전 광주지검 차장검사

  • 입력날짜 : 2018. 08.09. 19:30
공직자 중에는 자기 자신과 자기자리를 혼동하는 사람이 있고, 공직을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자리가 자기 자신이 아니었음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이는 일반인들이 공직자들을 상대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관공서의 각종 위원회나 봉사단체에 가입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가입 후에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공직자와 친분관계를 잘 유지하던 사람들이 그 공직자가 관직을 떠나면 아예 교제관계를 끊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그 공직자라는 사람보다는 공직이라는 자리에만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람이 좋은 자리에 있을 때는 무엇인가 도움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친분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지만 그 자리를 떠난 후에는 그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굳이 알고 지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퇴직한 공직자나 회사임원들은 현직에 있을 때 알게 된 사람들 중 90% 이상은 인간관계가 단절된다고들 말한다. 심지어 대하는 태도마저 돌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결국 사람과 자리 중 어느 것을 더 소중한 것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사람과 자리는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를 구별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사람과 자리는 엄연히 구분된다고 보아야 한다. 자리 자체가 그 사람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직을 떠나보면 자신과 교제했던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이 진정성이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한다. 자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그 자리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자신이 가까이 하고 싶어 하는 자리에 오는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위험하다. 자리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자리로 인하여 본인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익과 결부되는 인간관계는 부패로 나아가기 쉽고 이게 외부로 표출되면 게이트로 발전한다. 공직의 경우에는 특히 더 위험하다. 그래서 공직자들은 이러한 사람들을 멀리할 수 있는 선구안을 갖추어야 한다. 이에 반하여 현직에 있을 때는 별 연락이 없다가 그만두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면서 자주 연락을 하고 더 가깝게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 사람들은 현직에 있을 때는 혹시라도 자신 때문에 피해를 줄까봐서 일부러 멀리했는데 이제 그만두니 편하게 만날 수 있어 더욱 좋다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계산하지 않고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진정성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부산지역 건설업자와 판사의 유착관계로 인한 재판비리와 이를 덮기 위한 대법원 차원의 노력정황이 기재된 법원 내 문건이 폭로되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경우도 그 건설업자는 판사 그 사람이 아닌 그 자리가 교제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유사시에는 이를 통해 편의를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판사라는 자리와 교제를 했을 것이다. 그 사람은 과연 판사가 아니었어도 만났을까? 그럼에도 그 판사는 그 사람의 호의가 진정성이 있다고 오판하고 나름대로 진지한 인간관계 구축을 위하여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업무와 관련된 편의도 봐주게 되고 결국에는 아무리 본인은 순수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외부에서는 부패로 볼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우선은 달콤할지 몰라도 계산적이고 위험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나 학교 동창이 아닌 사회에서 만나 교제하게 된 사람과 이해관계를 떠나 순수한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필요에 의해서 만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요에 의해서 만난다는 것은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고 이는 계산관계가 종료되면 인간관계도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회에 나와 평생을 순수한 관계로 지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상대뿐만이 아니라 자신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혼자 고립되어서는 살 수는 없다. 누군가를 끊임없이 만나고 각종 모임에도 가입하면서 사회활동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지 내 위치를 좋아하는지, 나는 상대를 좋아하는지 그 사람의 자리를 좋아하는지 냉철하게 한번쯤은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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