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6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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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평화누리길 2코스 (조강철책길)
‘냉전의 강’에서 ‘평화의 강’으로 가는 꿈을 꾸다

  • 입력날짜 : 2018. 09.04. 19:20
팔각정에서 본 강화도와 염하. 김포와 강화도 사이에 있는 강화해협은 흐르는 강과 같다고 해 염하(鹽河)라 불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반도는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북한은 수차례 핵실험을 감행했고,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발사실험도 계속됐다. 금방이라도 무력충돌이 일어날 것 같은 아슬아슬한 순간이 이어졌다. 남북관계도 경색될 대로 경색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냉기류는 평창올림픽에 북한선수단이 참여하면서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이후 남북정상이 판문점을 오가며 포옹하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상전벽해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성됐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북미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평화를 향한 도도한 물줄기를 거스를 정도는 아니다.
남북분단이라는 우리의 현실은 우리 민족이 풀어야 할 최대과제다. 남북분단은 평화적인 방식으로 극복돼야 하고, 그 결과도 ‘평화’로 귀결된다. 남북분단이 해소되고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으니, 바로 ‘평화누리길’이다.

평화누리길은 DMZ 접경지역인 경기도 김포·고양·파주·연천을 잇는 총연장 189㎞, 12개 코스로 구성된 도보여행길이다. 비무장지대를 따라 걸으며 다양한 역사·문화유적지를 둘러볼 수 있고, 분단의 아픔과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2010년 5월 개장했다.

강원도에서도 평화누리길을 만들고 있다. 강원도 평화누리길은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을 연결하는 350㎞에 이르는 길로 2018년 8월 현재 294.8㎞가 조성·완료됐고, 미 준공구간인 55.2㎞도 2020년까지 준공될 예정이다. 강원도 평화누리길은 경기도와는 달리 하이킹을 할 수 있는 자전거 길이다.
문수산성은 숙종 20년(1694)에 바다로 들어오는 외적을 막고, 강화도를 방어하기 위해 쌓았다. 문수산성은 고종 3년(1866)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과 치열한 격전을 치른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는 북한 땅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평화누리길 2코스를 걷기로 했다.

문수산성남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니, 바로 옆으로 평화누리길 입구가 기다리고 있다. 평화누리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전, 문수산성 남문부터 들른다. 문수산성에는 원래 문루를 갖춘 세 개의 성문이 있었다. 북문과 서문, 남문이 그것인데, 병인양요(1866) 때 모두 불타버렸다. 그러다가 북문은 1995년, 남문은 2002년 복원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주차장에서 100m 쯤 떨어져있는 남문으로 오른다. 남문에는 희우루(喜雨樓)라 불리는 편액이 걸려 있다. 옛날 서울에서 육로로 강화도를 가던 시절에는 이 성문을 지나 산성 앞 나룻터에서 배를 타고 강화도 갑곶진으로 들어갔다. 성문을 통과하니 바로 아래로 강화대교가 놓여 있고, 강화해협(염해) 건너로 강화도 땅이 펼쳐진다. 강화대교 옆에는 강화해협을 지키던 대표적인 방어시설인 갑곶돈대가 자리하고 있다.

주차장으로 내려와 ‘평화누리길 2코스 조강철책길’ 대문으로 들어선다. 평화누리길은 산비탈을 따라 이어진다. 이 길은 문수산 오르는 길이기도 하다. 숲길 곳곳에는 ‘평화누리길’ 이정표가 걸려있다. 초입에서 30분 정도 올랐을까? 넓은 데크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강화해협 건너편으로 강화도가 드넓게 펼쳐진다. 김포와 강화도 사이에 있는 강화해협은 흐르는 강과 같다해 염하(鹽河)라 불린다. 폭이 좁은 곳은 200-300m, 넓은 곳은 1㎞ 정도이고, 길이는 약 20㎞에 이른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배를 타고 지나기가 쉽지 않으며 밀물과 썰물 때는 물살이 세차게 흐른다. 옛날에는 배를 타고 한강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해상교통로였다. 그래서 염하 주변에는 진·보·돈대·포대 같은 옛 군사시설이 산재해 있다. 김포의 낮은 산과 들판 너머로 고양시의 아파트들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문수산성에는 4개의 아문(암문)이 있었으나 현재는 복원된 2개의 아문만이 남아 있다. 사진은 남아문으로 안쪽은 사각형, 바깥쪽은 무지개모양의 홍예문 형태를 하고 있다.

길은 문수산성 성곽을 따라 이어진다. 성곽을 따라 걷다보면 발 아래로 진녹색의 산과 연두색 논이 출렁인다. 산줄기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성곽은 문수산의 대동맥 같다.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 팔각정에 도착했다.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우리의 시야를 사로잡는다. 강화읍내를 포함해 강화도 북쪽의 산과 들판이 지척이고, 임진강과 예성강이 합쳐진 한강이 염하와 서해바다로 빠져나가는 풍경도 펼쳐진다. 강화도 북쪽 바다 건너 북한 땅도 선명하게 다가온다.

문수산성은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복원이 돼 마치 새 옷을 갈아입은 것 같다. 성벽 위에서 바라보면 멀리 고양시와 김포시를 가르며 흘러오는 한강이 어렴풋하다. 성곽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홍예문에 도착해 있다. 옛 지도에 따르면 문수산성에는 성문이 7개 있었다. 문루(門樓)를 갖춘 남문·서문·북문이 있었고, 아문(亞門)이 4개 있었다. 암문(暗門)이라고도 부르는 아문은 성곽의 깊숙하고 후미진 곳에 설치해 적의 눈을 피해 사람과 가축이 드나들며 양식을 나르던 곳이다. 4개의 아문 중에서 현재는 동아문(東亞門)과 이곳 남아문(南亞門)만 남아 있다. 남아문은 1993년 복원됐다. 남아문은 안쪽은 사각형이고, 바깥쪽에 무지개모양의 홍예문을 하고 있다.
조강리 들판 옆 철책선 옆으로 한강이 흐르고, 강 너머가 바로 북한 땅이다. 평화누리길 중에서도 북한 땅과 가장 가깝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평화누리길은 홍예문에서 곧바로 산 아래로 내려가지만, 우리는 400m 전방에 있는 문수산 정상에 올랐다가 되돌아오기로 했다. 홍예문을 지나니 문수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성곽이 깔끔하게 복원돼 한눈에 바라보인다. 문수산성은 숙종 20년(1694)에 바다로 들어오는 외적을 막고, 강화도를 방어하기 위해 쌓았다.

문수산성은 강화대교가 시작되는 해변에서부터 염하를 따라 평지로 이어지다가 문수산 정상으로 연결됐고, 정상에서 오늘 우리가 걸어올라왔던 남문까지 구불구불 이어진다. 문수산성의 총길이는 6.2㎞에 이른다. 문수산성은 고종 3년(1866)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과 치열한 격전을 치른 곳으로 유명하다. 이 전투 때 염하 인근 평지의 성벽과 세 개의 문루가 모두 파괴됐고, 이후 성곽이 있었던 북쪽 평지는 마을로 변해버렸다. 문수산성은 1964년 8월29일 사적 제139호로 지정됐다.

문수산 정상(376m)에 올라서니 복원된 장대가 우뚝하다. 문수산성 장대는 산성 축조 당시 세워졌으나 병인양요 때 불타버린 것을 2017년 5월 복원했다. 장대는 지휘관이 적의 동태를 살피고, 병사들을 지휘하던 곳으로 산성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장대에 올라서니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강화도와 염하는 물론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모습도 한눈에 바라보인다. 무엇보다도 강 건너편으로 북한 땅 황해도 개풍군의 산과 들판, 마을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임진강을 합류시킨 한강이 발아래에 와 있는데, 이 강줄기가 바로 남과 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이다. 산의 모양도 같고 벼들이 자라고 있는 들판도 똑같은 풍경인데, 강 건너 북한 땅은 65년 동안 오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이다.
문수산성남문. 병인양요 때 모두 소실됐다가 2002년 복원됐다.

“이렇게 가까운데 갈 수가 없다니…….”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이 부럽네.”

북한 땅을 바라보며 내는 한숨소리가 바람을 타고 북녘으로 날아간다. 남북한이 마주 보고 있는 한강하류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으로 지정돼 있다. 중립수역은 임진강 하구인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부터 인천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까지 약 67㎞ 구간이다. 남북한 모두 민간 선박이 다닐 수 있는 남북 공용의 특수지역으로 지정해 놓은 것이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유엔사령부가 관리하며 한강 중심부에 임의의 경계선을 중심으로 상대측 100m 이내로는 진입할 수 없다.

문수산 정상 북쪽 100m 지점에도 데크 전망대를 세워놓았다. 이곳 전망대에서도 수려한 경관이 펼쳐진다. 한강, 임진강하류와 북한 땅은 물론 김포의 산과 들, 강화도, 고양시와 파주시까지 아우른 풍광은 ‘김포의 금강’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한강과 임진강은 합류해 남과 북을 가르면서 흐르다가 한 줄기는 염하로 흘러가고, 또 다른 물줄기는 강화도와 황해도 개풍군 사이 해협을 따라 흘러 서해에 합류한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가장 분주한 뱃길이었을 이 물길은 철조망에 갇혀 65년 동안을 ‘냉전의 강’으로 남아있다.

잠시 후 지나게 될 조강리마을과 조강저수지도 산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북한 땅을 가장 가깝게 바라볼 수 있는 애기봉도 지척이다. 북쪽 멀리 개성 송악산도 어렴풋이 다가온다. 강 건너에 고향을 두고도 가지도 못하는 실향민들의 아픔은 오죽할까? 하루빨리 종전이 선언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돼 이곳이 더 이상 냉전의 땅이 아니라 평화의 현장이 되기를 간절하게 기원해본다.

홍예문으로 돌아와 성문 밖으로 나간다. 숲길을 따라 걷다가 고막리 마을길로 접어든다. 이곳은 서울에서 가까워 기존의 마을주택보다 전원주택들이 더 많다. 산자락에는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평화누리길은 갈림길마다 안내표지판이나 리본이 붙어있어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포장된 길을 걷다가 임도를 따라 걷기도 한다. 조강리 마을을 지나 농로를 따라 걸으니 조강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에서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세월을 낚고 있다.

오전에 흐리던 날씨는 어느덧 화창해졌다. 조강저수지를 지나 들판 가운데로 난 농로를 따라 걷는데, 철조망 너머로 북한 땅이 가깝다. 조강리 들판 옆 철책선 옆으로 한강하류가 흐르고, 강 너머가 바로 북한 땅이다. 평화누리길 중에서도 북한 땅과 가장 가깝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올 여름은 찜통 속 같은 악몽의 나날이었다. 이런 더위를 견뎌낸 들판의 벼들이 점차 무르익어가고 있다. 이삭을 내민 벼들이 풍요로운 가을을 예고해준다. 우리의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들판을 지나 산길을 따라 높지 않은 고개를 넘으니 평화누리길 2코스 종점인 ‘애기봉 입구’다.

길 건너에 커다란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평화롭게 서 있다. 느티나무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 새들은 날마다 한강을 건너 북한 땅을 오고가는데 우리는 언제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까?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기운이 모아져 남북을 가르고 있는 철조망을 걷어냈으면 좋겠다.


※여행쪽지

▶평화누리길은 DMZ 접경지역인 김포·고양·파주·연천을 잇는 총연장 189㎞, 12개 코스로 구성된 도보여행길이다. 그중 평화누리길 2코스(조강철책길)는 북한과 가장 인접한 코스로, 문수산성 성곽길을 오르면서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는 길이다.
▶코스 : 문수산성남문→홍예문→조강리→조강저수지→애기봉 입구(8㎞/3시간10분 소요)
=홍예문에서 문수산 정상을 다녀올 경우 왕복 0.8㎞ 추가
-난이도 : 약간 어려움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김포 문수산성남문 주차장(김포시 월곶면 문수산로 8)
▶김포시 월곶면 일대는 강화도로 가는 길목이라 식당이 많다. 조금 색다른 음식을 원한다면 오리훈제와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는 플로체(031-983-5656)를 권한다. 전원 분위기에서 운치있게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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