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6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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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섣달을 향해 눈바람과 함께 친하게 하겠는가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91)

  • 입력날짜 : 2018. 09.11. 18:44
題柳題寒雲曉月圖(제한운효월도)
취금헌 박팽년

분분한 모든 풀도 봄철을 깨닫는데
그 누가 섣달 향해 눈바람과 친하겠나
식물을 알지 못하며 고사리를 캐는 사람.
紛紛衆卉覺芳辰 誰向窮陰風雪親
紛紛중훼각방신 수향궁음풍설친
植物無知猶爾許 西山獨有採薇人
식물무지유이허 서산독유채미인

성삼문의 매창소월(梅窓素月) 시 한 수를 생각한다. [온화한 사람 마음은 마치 옥과도 같고 / 몽실몽실 피어나는 꽃은 마치 눈(雪)과도 같네 // 서로 마주보면 말은 없었을지라도 / 푸른 하늘 달빛만 고요하게 비추네]라고 했다. ‘시제’는 다를지라도 같은 사육신이었기에 그 의기만큼은 올곧음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의기를 본다. ‘식물은 알지 못해서 오히려 그러할 것 같고, 서산에 홀로 고사리 캐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누가 섣달을 향해 눈바람과 함께 친하게 하겠는가’(題寒雲曉月圖)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취금헌(醉琴軒) 박팽년(朴彭年·1417-1456)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사육신의 한 사람으로, 세조가 단종을 내쫓고 왕위를 빼앗자 복위를 꾀하다 결국 처형된 한 사람이다. 충절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생전에 청렴결백한 청백리로 또한 유명한 사람이다. 시호는 충정(忠正)으로 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분분한 뭇 풀도 봄철을 깨닫는데 / 누가 섣달 향해 눈바람과 함께 친하게 하겠는가 // 식물은 알지 못해서 오히려 그러할 것 같고 / 서산에 홀로 고사리 캐는 사람이 있다고 하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찬 구름과 어울린 새벽달 그림을 시제로 함]으로 번역된다. ‘사육신에게도 그림을 보고 감상할만한 정서적인 여유는 있었던 모양이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노심초사! 그러다가 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날려 보낸 장본인들이신데, 아니다! 전에 작품을 쓰셨을 거야. 그럴 리 없어, 그분들도 비사육신보다는 훨씬 감성이 풍부하고, 고통스러운 사람들 곁에 있었을 거야’라는 선문답(先問答)을 제시한다.

시인은 ‘봄풀도 봄철을 깨닫고 누가 눈바람과 친하겠는가’를 묻고 시제의 시상을 꺼내들었다. 분분한 뭇 풀도 봄철을 쉽게 깨닫는데, 누가 섣달을 향해 눈바람을 친하겠는가라고 묻는다. 유유상종이라 했다. 상보적인 관계인 것끼리 조화를 이룬다는 뜻일 게다.

화자는 식물은 알지 못해 오히려 더하겠는데 고사리 캐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엉뚱한 시상을 일구었다. 식물은 알지 못해서 오히려 그러할 것 같다고, 서산에 홀로 고사리 캐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역설적인 표현이다. ‘식물도 어울리는 관계를 좋아할진대, 늦은 시간에 고사리를 캐면 보이지 않아 조화가 되지 않는다’는 서정성을 내포해 맞지 않다는 뜻일 게다.

※한자와 어구

紛紛: 분분하다. 衆卉: 뭇 풀. 覺: 깨닫다. 芳辰: 꽃다운 봄철. 誰向: 누가. 窮陰: 마지막 겨울철, 즉 섣달. 風雪: 바람과 비. 親: 친하다. // 植物: 식물. 無知: 알지 못하다. 猶爾許: 오히려 그러할 것이다. 西山: 사산. 獨有: 홀로 ~이 있다. 採薇人: 고사리 캐는 사람으로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를 가리킴.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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