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1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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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SOC’ 예산, 철저히 대비해야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8. 10.09. 18:21
광주시와 전남도가 예산 정국을 맞아 한 푼이라도 더 국비를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국회 심의를 앞두고 시·도는 정부 예산안에서 누락된 사업 등을 중심으로 지역 핵심 현안에 대해 정치권과 기재부 등을 상대로 전방위 접촉에 나서고 있다.

시·도가 내년도 예산확보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예를 들어 ▲무안국제공항 기반 시설 확충 ▲광주-완도 2단계 고속도로 건설 등 대규모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SOC 사업이 대부분이다.

전국의 어떤 지자체이건, 그리고 과거 어떤 정부에서건 대규모 SOC 사업과 관련한 국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지자체 뿐 아니라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의 경우도 자신들의 존재 이유 중 하나를 ‘어떻게 지역에 필요한 SOC 사업 예산을 잘 따올 것인가’에 두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예산당국의 움직임이 과거와 다른 그 어떤 변화가 포착돼 주목된다.

청와대를 출입하고 있는 필자는 지난 9월4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대한민국 국민생활 SOC 현장방문’ 행사에 풀(P00L) 기자로 동행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청와대에 등록된 모든 신문·방송사 기자들이 취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풀 기자’를 통해 대리 취재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보도하는 것이 현재의 청와대 취재 시스템이다.)

서울 은평구 소재 작은 도서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를 취재하게 된 필자는 당초 ‘이렇게 작은 행사까지 대통령이 일일이 참석할 필요가 있는가?’란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이 의문은 문 대통령과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의 발언을 들은 후 바로 해소됐다. 정부의 예산 기조에 큰 변화가 시작되는 일종의 ‘변곡점’이어서 대통령이 참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 차관은 이날 ‘내 삶을 바꾸고 지역을 살리는 생활 SOC 이야기’란 발제를 통해 “정부는 앞으로 동네 인프라, 즉 생활 SOC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도록 하겠다. 실생활에서 손쉽게 접하게 되는 여가, 건강, 안전, 환경 등과 관련된 것을 ‘동네 인프라’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생활 SOC의 3대 방향으로 ▲사람 이용 중심 소규모 생활 SOC에 집중 투자 ▲구도심·농어촌 등 지역 고용 지원이 시급한 지역 우선 투자 ▲환경·안전 등 사회적 가치를 통한 질적 투자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예산에 8조7천억 원을 반영하게 되며 지자체 투자분 포함 시 약 12조 원 수준이 된다. 전체적으로 22개 부처 149개 사업이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이어 “사업 전 단계에 걸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내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2022년까지 신규 수요를 지속적으로 발굴·지원하고, 반드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맨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문 대통령은 보다 확실하게 내년도 국가 예산의 운용 기조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는 대규모 SOC 위주의 정책을 펼쳤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에 투자했다. 이를 기반으로 산업을 일으켰고 경제를 발전시켰다.”면서 “그러나 상대적으로 우리 일상에 필요한 생활기반 시설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경로당과 어린이집, 보건소, 도서관, 체육관 같은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이렇게 주민 생활과 밀접한 마을의 기반 시설을 과거 대규모 토목 SOC와 차별해 생활 SOC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생활 SOC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며 지역에 대한 투자이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 함께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일자리도 늘리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강조해왔던 지역균형발전의 가치를 위해서도 생활SOC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장애인 체육 시설 30곳을 포함해 160개의 주민체육센터 설치 ▲전국의 모든 시·군·구 243개의 작은도서관 건립 및 낡은 도서관 50곳 리모델링 ▲박물관과 과학관의 확충 및 개선, 어린이를 위한 전용 박물관과 가상현실 등 체험공간의 확대 ▲어린이 돌봄센터 200개소 추가 설치 ▲지역 공공 의료기관 41곳의 기능 보강 ▲내년 한 해 450개 전통시장에 대한 시설 개보수 ▲보다 맑은 공기를 위해 도시 바람길숲 41개소와 미세먼지 차단숲 60핵타르의 조성이라는 구체적 사업 내용까지 소개했다.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 중 광주·전남 각 지역에서 당장 접목해도 좋을 사업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과 기재부 1차관이 ‘생활 SOC’를 직접 강조했지만, 국회에서 만나는 광주시·전남도의 예산 관계자가 ‘생활 SOC’와 관련한 내용으로 국회의원실을 방문한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다.

필자가 과문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광주시와 전남도는 정부의 ‘생활 SOC’와 관련한 분석과 추진 대책이 충분히 마련돼 있는가?

/jskim@kjdaily.com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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