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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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굴기(全羅崛起), 전라여 크게 일어나라!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10.10. 19:17
다음주 10월18일이면 ‘전라도’라는 이름이 생긴지 1000년이 된다. 1018년 고려국은 전국을 10도로 나누며 금강 남쪽을 강남도, 바닷가 따스한 땅을 해양도라 불렀다가, 현종9년 이 둘을 합쳐 전라도로 명명했다. 10도 중에 첫 이름이다. 경상도는 1314년에, 충청도는 1356년에, 강원도는 1395년에, 평안도는 1413년에, 경기도는 1414년에, 황해도는 1417년에, 함경도는 1509년부터 공식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도 등 호남권 3개 광역자치단체는 1018년의 역사적 의미를 살려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일을 ‘2018년 10월18일’로 정하고 공동으로 전라도 천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3개 시·도는 이를 위해 기념사업 30건을 확정하고 사업비 4,600여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업 대부분이 광주시, 전남도, 전북도에 분산되면서 전라도의 미래 발전상과 다가올 천년에 대한 기대, 전라도의 긍정적 이미지 부각, 전라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작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전라도 천년의 역사를 통해 호남이 대한민국 역사에 기여한 바가 매우 크고, 남도정신 전라도정신 호남사상이라 불릴만한 역사적 정체성이 무엇이다, 확실하게 지역민의 가슴에 새기지 못하면서, 자긍심으로도 자리매김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지난 천년을 돌아보고 새 천년의 꿈을 그리는 이유는, 이 땅에 살아갈 미래 후손에게 전라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 넉넉한 삶의 토대를 마련해주어야겠다는 책임감 때문 일 터다. 전라도에 사는 이들에게 새로운 천년 비상의 꿈을 갖도록 하려는 게 ‘전라도 정도 천년’ 사업을 하는 이유였을 것이다.

필자는 전라도 정도 천년 행사 중 두 개의 행사를 의미있게 생각한다. 전북도립미술관이 기획한 전시 ‘전라굴기(全羅崛起)’와 나주시가 기획한 ‘호남천년콘서트’다. ‘전라굴기(全羅崛起)-전라여 크게 일어나라’는 제목의 천년전라기념 특별전(10월20일부터 12월9일 전북도립미술관)은 전라도 출신의 창의적인 현대미술가 20여명이 전라산하, 전라사람, 전라굴기 3개 섹션으로 전라미술의 서정성과 역동성을 주제로 창작한 8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정명 천년 나주시민과 함께하는 호남천년콘서트는 ‘전주-나주’의 결합 이름지역인 나주에서 지난 천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호남을 주제로 한 노래들을 함께 불러보는 자리다.

조선 8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전라도는 이후 영역이나 이름이 바뀐 다른 시·도와 달리 큰 변화 없이 오늘날까지 그 이름이 이어져 견고한 지역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전라도 정도 천년의 역사적 의미는 크게 세가지로 정리할 수있다. 첫째, 백성과 나라를 지킨 전라도.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남긴 ‘약무호남시무국가’라는 말이 있다. 전라도는 나라가 위기에 몰렸을 때 국난을 극복하고 백성과 나라를 지켰던 곳이다. 둘째, 시대정신을 이끈 전라도. 조선시대 기묘사화, 실학운동, 동학농민혁명, 근현대의 광주학생독립운동-4·19혁명-5·18광주민주화운동 등 반외세 민족운동의 중심지였다. 셋째, 문화와 예술을 꽃피운 전라도. 전라도는 고려청자 판소리, 남종화, 가사문학 등 문화예술의 꽃이 활짝 피어난 고장이다.

전라도 천년 기념식에 앞서 호남에 살고 있는 우리가 깊이 생각할 부분은 천년 호남사상의 정체성-대의정신·시대정신·예술·민족혼을 오늘날 어떻게 발현하고 미래로 잘 전승해줄 것인가이다.

필자는 전라도 천년을 기념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 ‘존엄성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호남이 없으면 한국이 어떻게 있는가. 정말 자랑스런 호남역사인물을 통해 1백년 전, 5백년 전, 1천년 전 이 땅에 살면서 민족혼을 곧추 세웠던 ‘전라도 천년의 인물’들을 다시 찾아보아야 한다.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때 붓을 들었던 양반 신분으로 과감히 붓을 던지고 총칼을 든 것은 임진왜란 때 뿐 아니라 병자호란에 이어 동학농민전쟁, 한말의병운동, 일제 광주학생독립운동까지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구국운동의 중심에 호남인이 있었다. 호남인이 민족 수난의 시대 때마다 불사조처럼 일어나 절의정신이나 대의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해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켜냈다. 이런 절의의 1000년 전통과 역사의 힘이 뭉쳐 한국민주화를 견인해낸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까지 그 정신이 면면히 이어진 것이다.

이런 독특한 전라도만의 지리 풍토 의식주 생활을 배경으로 잉태된 전라도기질은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격, 잘못된 부분을 알면 바른 말을 하고야 마는 정직성, 정의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용기로 승화된 것이다. ‘정의’라는 주제로 인물과 인물이 1000년동안 의로움의 정신을 되물림하면서, 정신을 잇고 이으면서 형성한 인물벨트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인간띠다.

‘전라도 정도(定道)1000년’, 광주광역시장 전남도지사 전북도지사가 새로운 천년을 위해 할 일은, 당당하고 넉넉한 호남의 복원이다. 호남 정신의 가치를 제대로 세워서, 시대 정의의 실현과 함께 호남인으로서 긍지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 그래서 젊은이가 호남을 떠나지 않고 살고 싶은 비젼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구촌 어디를 보아도 ‘광주정신’‘호남사상’ 등 지역정신이 존재하는 곳 많지 않다. 지구촌 사람들이 세계사에 유례가 드문, 정신이 살아있는 곳, 전라도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정도천년 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ssnam48@kjdaily.com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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