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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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화제작 아키라 츠보이 作 ‘일본군 성노예’
일본군 만행, 그을린 종이에 담다

  • 입력날짜 : 2018. 10.11. 19:44
유년시절을 후쿠시마에서 보낸 아키라 츠보이는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지만, 노인들을 돌보는 복지사로 일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국가의 ‘타자’라고 할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 할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공동체 내 편재하고 있는 집단화의 문제나 예외 상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먹거리로만 존재하게 된 ‘동물’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해 회화적 표현을 비판적 ‘기록’의 차원에서 사유하게 됐지만, 이것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진재로부터 촉발된 이른바 ‘원발’ 문제였다. 일본의 대중미디어가 극도로 통제하고 있는 ‘후쿠시마’에 대한 정보와 주민들에 대한 차별, 그리고 후쿠시마 지역을 ‘처리’하기 위해 투입되는 노동자 문제의 은폐 등을 베니어 합판에 그려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2011년 이후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가 진전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무주물’로 처리되고 있는 후쿠시마에 대한 일본 내 법적 판결이 예외 상태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고 감지하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일본군의 역사적 만행에 희생된 아시아 여성들에 대한 관심을 함께 보여준다.

작품 ‘일본군 성노예’에서 작가는 아시아태평양전쟁 시기에 자행된 아시아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의 문제를 베니어 합판 위에 아크릴 작업을 통해 제시한다. 아시아 각 지역에서 자행된 일본군에 의해 이뤄진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과 착취에 관련된 증언들을 수집하고 이를 통해 ‘아직 얼굴을 갖지 않은’ 피해자 여성들의 형상을 부여해봄으로써, 이 문제가 여전히 애도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의 형상들은 불에 그을린 증언들과 함께 배치돼 있는데, 이들이 겪은 고통은 여전히 희석될 수 없음에도, 증언의 자리가 위태롭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전쟁에 불탄 삶과 그 삶에 대한 증언조차도 불에 타 없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이러한 역사적 기억은 수비사리 유실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따라서 이 기억과 경험을 다루는 일은 국가가 부인하는 기억을 현재에 부착시키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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