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8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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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금의 역사 동화] 12,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깊은 우정이 싹트다

  • 입력날짜 : 2018. 11.07. 18:40
/그림:선성경
정도전은 심호흡을 길게 하고 인기척을 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마음과 처신이 주제넘은 것 같아서였습니다.

“아니 이게 뉘시오? 내 그대 생각에 잠을 한 숨도 이루지 못했는데···. 하하하”

이성계는 마치 정도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반겨 맞아 주었습니다.

“소인도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퇴청 하자마자 이렇게 달려온 것입니다.”

서로의 깊은 속마음을 아주 잠깐씩 내비친 두 사람은 이윽고 찻상을 마주하고 앉았습니다.

“장군께서는 언제쯤 함주로 가십니까?”

“글세…, 왕께서 마음을 굳히시고 명을 내려주시면 그때쯤 가게 될 것 같소이다.”

말을 마친 이성계는 한참이나 정도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습니다. 정도전 역시 이성계의 그 마음을 안다는 듯이 눈빛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이 분은 무장이지만 마음의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지식과 도량이 크신 분이다.’

‘아직 젊고 어린 나이인데도 그 문장과 학식이이 고려 조정에서 으뜸이라니···, 그리고 이토록 사람을 끄는 힘이 있는 이는 내 일찍이 보지 못했도다.’

서로의 마음을 탐색이나 하듯이 두 사람의 대화는 자주 끊겨졌습니다. 말없이 정도전을 응시하던 이성계가 이윽고 입을 열었습니다.

“내 알기로 정공께서는 고려 최고의 문장가이나 평소에 지음(거문고 소리를 듣고 안다는 뜻으로 자기의 깊은 속마음까지를 알아주는 친구를 말함)이 없음을 한탄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소만 지금도 그러하시오?”

“예, 제가 많이 교만한 소치인 까닭이옵니다.”

“호오. 그래서 아직도 못 찾으셨다는 말씀인 게요?”

“그렇습니다. 아직도 그러한 벗을 찾지 못했습니다.”

“전쟁터를 떠돌고 있지만 나는 그대가 진실로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꿈꾸는 고려조정에 드믄 관리요, 학자로 생각하고 있소이다.”

이성계의 음성에는 진정성과 간절함이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많이 부족 합니다.”

“오래전 청년시절 그대가 썼다는 균전론에 대해서도 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소. 토지에 관한한 나의 생각도 그대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소.”

“부족하오나 토지만큼은 반드시 농사짓는 백성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제 생각입니다.”

“그대는 참으로 귀하고 장한 생각을 갖고 계시오.”

다시 침묵이 흘렀고 이성계는 뚫어져라 정도전을 응시했습니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사람이지만 이제는 주변을 빙빙 돌며 마음을 떠보는 그런 대화보다는 확실한 그 어떤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내 도량은 크지 않으나 내가 그대의 벗이 될 수 있겠소?”

“예?”

이성계의 말을 듣는 순간 정도전은 너무나 의외의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고요하고 무겁게 손을 내미는 이성계를 보면서 정도전의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듯이 세차게 뛰었습니다.

“장군….”

“언제든지 함주에 있는 내 군영으로 한번 들러 주시오.”

정도전은 이성계의 말에 크게 놀랐습니다. 나이로도 그렇지만 벼슬의 높고 낮음의 차이도 그렇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장군, 소인은 너무나 부족한 사람입니다. 어찌 이런 과분한 말씀을 하시는지요.”

“그대가 정녕 나의 벗이 되어주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고 있소.”

순간 아무 말 없이 다가와 자신의 손을 잡는 이성계의 모습에 정도전은 많이 당황했습니다.

이성계보다 많이 어리다고는 하나 정도전은 이미 공민왕의 특별한 신임을 받고 있었습니다. 정도전의 뜻과 조언이 공민왕에게 전해지면 대부분 그대로 고려의 정책으로 반영되어지고 있던 때였던 것입니다.

‘장군께서 큰 뜻을 품고 책사를 찾고 있음이 분명하구나.’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스승 이색의 기침소리가 들렸습니다.

“어흠···흠, 신발이 하나 더 있는 것을 보니 방에 손님이 오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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