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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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영태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광주시민 성숙한 토론문화 확인”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위원장 임무 수행
시민부담 최소화 등 반대측 의견 존중
긍정적 측면 살려 ‘상설기구화’ 고민을
차후 공론화땐 가중치 적용도 검토해야

  • 입력날짜 : 2018. 11.20. 19:24
16년간 건설 논란을 겪은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마침내 건설이 결정됐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위원회는 9월17일 출범해 40일간의 숙의과정을 거쳐 지난 9-10일 1박2일 종합토론회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의 78.6%가 건설 찬성을 택했다. 민선 7기 광주 시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를 수행한 최영태 공론화위원장(전남대 교수)을 만나 소감을 들어봤다.

▲공론화위원회 구성 임무를 받았을 당시 소회는.

-이용섭 시장으로부터 공론화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공론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신고리나 대입제도, 부산 BRT, 제주 녹지국제병원 공론화 등 다른 공론화가 숙의형 공론화를 전제로 했는데 광주시는 그것을 사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주변에서는 공론화위원장 자리가 독배를 든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평생 쌓아온 좋은 이미지를 한순간 모두 망가뜨려버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공론화 중간에도 이런 조언을 많이 받았다. 어떤 분들은 장문의 문자를 보내 진심으로 청하니 꼭 그만둬달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만둘 수가 없었다. 시민권익위원장을 맡게 된 후 첫 임무인데 어렵다고 사양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평소 말해왔던 대로 공론화 실험이 광주의 토론문화를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위험하지만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공론화위원장 임무가 시작됐다.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추진 과정에서 애로사항은.

-공론화위원회 구성 이전에 숙의형 공론화를 사전 보장할 것인지를 놓고 광주시와 반대 측이 한 달 동안 심하게 대립했다. 공론화 실험이 위원회 구성도 못한 채 좌초될 것 같았다. 9월12일 기자회견에서 중재안을 제시했다. 광주시에는 반대 측이 강력히 요구한 숙의형 공론화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반대 측에는 광주시가 가장 중요시하는 시한문제(11월10일 마무리)에 대한 양보를 요구했다. 중재안에는 중립적인 인사 7인으로 구성되는 공론화위원회 구성건과 공론화 결과에 모두 승복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나는 찬반 양쪽이 9월13일 자정까지 이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즉각 공론화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시민권익위원장 자리를 걸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광주시는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반대 측은 9월13일 밤 10시까지도 답을 주지 않았다. 늦은 방에 전화로 시민모임 협상대표와 시민협 협상대표에게 여기서 공론화 실험을 중단시킬 수 없다면서 수용을 호소했다. 시민협 대표단으로부터 밤 11시께 수용하겠다는 문자가 왔다. 시민모임은 답을 주지 않았다. 다음날 나는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시와 시민협이 수용했다는 소식을 전함과 동시에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선언했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40일간 추진한 도시철도 2호선 건설 공론화는 광주 지역사회에 무엇을 남겼다고 생각하나.

-1박2일의 종합토론회에 참여한 243명 시민참여단은 광주 시민의 성숙성을 유감없이 발휘해줬다. 발표와 토론에 대한 경청자세는 진지했고, 분임토의는 활발했으며, 질문은 예리했다. 시민참여단은 설문결과가 자기가 선택한 내용과 다르게 나오더라도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에 95.1%가 수용하겠다고 대답했다. 반대운동을 주도한 시민모임 측은 현장에서 큰 표차이로 진 것을 확인하고 울면서도 결과를 수용한다고 선언했다. 시민모임 지도부는 일부 강경파 회원들의 보이콧 주장에 시달리면서도 승패를 떠나 광주의 생활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전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었다. 반대 측의 또 다른 주체인 시민협은 9월12일 중재안을 수용해 공론화의 불씨를 살려줬고 최종 결과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시민모임과 시민협 모두 우리 지역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확인해줬다. 광주시는 반대 측이 주장한 내용들, 즉 시민의 부담 최소화와 안전한 지하철 건설, 사람 중심 교통체계 수립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소수는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수는 소수의 의견을 경청해야 공론화가 진정한 의미의 통합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시민사회와의 과감한 협치를 권유한다.

▲광주시 공론화 상설 기구화에 대한 생각은.

-공론화 후 반대 측이 결과에 승복한다고 선언했다. 광주시는 반대 측의 요구를 최대한 경청하고 향후 지하철 건설은 물론이요 교통체계 수립 때 유의하겠다고 했다. 다른 한편으로 1박2일 종합토론회 때 서울시 관계자가 참관하면서 광주 공론화 과정을 지켜봤다. 대전 월평공원 공론화위도 광주 사례를 벤치마킹해갈 정도로 광주 공론화는 전국적 주목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긍정적 측면을 살려나갈 방법을 찾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처음 실시된 이번 공론화 과정에는 시정해야 할 부분도 많다. 공론화에 공공기관의 참여가 불가피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를 포함해 홍보의 주체와 범위, 비용 등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정해져야 한다. 공론화에 대한 객관적 평가회 및 공론화 매뉴얼 작성 등이 필요하다. 상설기구화가 되려면 조례도 제정해야 할 것이다. 전국 지자체 중에서는 인천시가 처음으로 12월 중에 시의회에 ‘인천시 공론화위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안’을 상정한다고 한다. 공론화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운영하려고 하는 것이다.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광주시민들은 이번 공론화를 통해서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사안을 담론의 장으로 끌어내 해법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공론화가 만능일 수는 없다. 도시철도 2호선은 3명의 전임시장에 의해 추진됐고 현 시장도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런 사업에 공론화를 요구한 것이 과연 합당한 행위였는지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이 선거 때 도시철도 건설 반대 측에 공론화를 약속한 만큼 그 약속을 이행한 것도 하나의 책임행정이고 또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켜 문제를 정리한 것은 잘한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헌법 개정에서 국회통과 정족수는 2/3 이상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 내릴 때도 재판관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중요한 제도나 법률을 바꿀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마찬가지로 이미 시행중인 사업을 재론하기 위해 공론화에 붙일 때는 단순 다수결이 아닌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행정의 연속성과 안정성이라는 차원에서 그렇다. 환경과 충돌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공론도 가중치를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서다./김다이 기자

/사진=김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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