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2일(수요일)
홈 >> 오피니언 > 김노금의역사동화

[김노금의 역사 동화] 26,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봄은 온 천지에 가득하건만

  • 입력날짜 : 2018. 12.03. 19:29
/그림:선성경
“봄은 온 천지에 가득하지만 이 나라 돌아가는 현실은 아직도 한 겨울입니다요.”

“나라가 어찌 되려는지 참으로 큰 걱정입니다.”

“권세잡은 자들이 백성은 안중에 없고 오히려 불쌍한 백성들의 고혈을 빨고 있으니···.”

“그나마 이 나라에 이성계 장군이라도 계셨기 망정이지요.”

농토를 빼앗기고 고통을 겪는 소작인들의 이야기는 다시금 정도전의 뼈마디 뼛속깊이에 새겨질 정도였습니다.

선비들은 그 후로도 두 세 번이나 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와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갔습니다. 천리 먼 길 개경 궁궐 안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손바닥 보듯이 환히 알고 있는 백성들을 보면서 정도전은 새삼 백성들의 높은 식견을 깨달았습니다.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는데 정치하는 자들이 너무나 썩어 빠졌습니다.”

“태조 왕건께서 세우신 고려왕조가 이제 아주 망해가고 있어요. 고려는 이제 끝났습니다.”

“나라가 다시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를 않아요. 두고 보시오. 곧 망합니다.”

“그래도 이성계 장군 같은 분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가?”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습니다. 정도전이 개경에서 보고 들은 그대로를 이 먼 나주 땅 시골의 선비들이 더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나라의 멸망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글 쓰는 일에 몰두 하다가도 자주 자주 깊은 생각에 골몰하는 그를 위해 마을 사람들은 그의 집 앞을 지날 때면 서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쉿! 조용히 하고…, 술이랑 안주는 여기 놔두고 가세나.”

요즘 들어 방안에서 글만 쓰면서 통 마을에 거동을 하지 않는 그를 위해 마을 사람들과 황연은 더욱 각별히 마음을 써주었습니다

변방은 이성계가 튼튼히 지켜주고는 있지만 명나라는 고려가 원나라와의 관계를 끊고 자신들을 상국으로 섬기며 조공을 바칠 것을 요구하고 고려의 형편은 말할 수 없이 피폐해 갔습니다.

“이것은 분명 이인임 일파의 외교 정책의 실패이다.”

정도전은 무능하고 썩어빠진 조정의 친원파들을 생각하며 치를 떨었습니다.

‘대체 이인임 일파의 끝없는 권세는 언제까지일 것인가?’

정도전 자신의 귀양살이의 이유도 결국 원나라와 화친을 맺을 것인가 아니면 명나라와 화친을 맺을 것인가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공민왕께서 살아 계실 때는 명나라가 우리에게 얼마나 우호적이었던가?’

나주에서 조정의 소식을 전해들은 정도전은 가슴을 쳤습니다.

“원나라가 지금 한참 망해 가는데도 이토록 조정 대신들이 주변의 정세에 어두우니….”

당장이라도 고려조정을 뒤엎고 예전처럼 명나라와의 화친을 주장하고 싶었으나 자신은 지금 꼼짝도 할 수 없는 귀양의 몸이라는 사실에 절망감이 몰려와 몸부림을 쳤습니다.

“나리, 여기 지필묵을 조금 구해 왔습니다요.”

“아니, 이 귀한 것을 어찌 구하셔서….”

정도전에 대한 나주사람들의 소리 없는 배려와 섬김은 날이 갈수록 더 해갔습니다.

“힘을 내시고 견디셔야 합니다. 나리.”

“부족한 죄인이 너무 과분한 은혜를 입습니다.”

“아이구! 죄인이라니요. 백성들을 위하고 나라를 위해 바른말 하신 것이 어찌 죄이겠습니까? 무지렁이 같은 저희들이 이렇게나마 모실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지요.”

‘벼슬아치 할 때는 왕에게 잘 보여 승진만 도모했는데 이 백성들이 나를 부끄럽게 하는 도다.’

봄이 왔다고 꽃은 피어나고 있건만 정도전은 오히려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했습니다. 개경에서는 정도전이 나주로 귀양 온 뒤로 귀양에 처해진 정몽주 같은 이들도 진즉 귀양이 해제되고 다시 벼슬길로 나갔다는 소식인데 아무 소식이 없었던 것입니다.

‘임금께서는 잘 계신지…, 이 흉악한 세상에 가족들은 끼니나 굶지는 않고 있는지?’

정도전은 말을 몰아 회진 앞바다로 달렸습니다. 푸르게 돋아나고 있는 보리가 끝없이 펼쳐진 회진 앞바다를 끼고돌다보면 어머니의 품처럼 너른 무덤 같은 곳이 나옵니다.

‘크고 작은 동산 같기도 한 이곳은 분명 아주 오랜 옛날 어느 왕족의 무덤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자꾸 들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다를 끼고도는 넓은 평야는 너무나 기름져서 오랫동안 수많은 백성들의 생명을 살려온 땅이었습니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