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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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금의 역사 동화] 29,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그대는 마음을 단정히 하라

  • 입력날짜 : 2018. 12.06. 18:14
/그림:선성경
‘그래! 장화왕후 그 분은 참으로 대단한 분이셨어.’

이토록 개경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정치적 세력이라고는 누구하나 의지할 이 없는 왕비였지만 장화왕후는 그럼에도 자신의 아들을 고려의 두 번째 왕으로 세운 것입니다.

‘다른 어떤 왕비들도 할 수 없는 일이셨지.’

나주에서는 비록 잘사는 축에 들었다지만 번듯한 고려에서 내로라 하는 출중한 가문의 다른 왕비들에 비하면 너무나 미미하고 보잘것없는 가문의 딸이었습니다. 그러나 장화왕후 그녀는 누구도 못하는 일을 해낸 것입니다.

‘가문도 가문이지만 정치적 후견인 하나 없는 왕후가 자신의 아들을 어엿이 아버지 왕건대왕의 뒤를 이은 고려 2대왕으로 세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덕행을 쌓았을 것인가?’

삼국을 통일 시키고 고려의 산천초목을 떨게 만드는 왕건대왕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장화왕후와 혜종을 배출한 나주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못내 아쉬운 것이 혜종의 즉위 3년 만의 죽음이었습니다.

‘역사에서도 얼버무리고 있는 혜종의 죽음은 아무래도 이복동생들의 독살이 분명해.’

정도전은 혜종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대해서 참으로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아쉽다. 참으로 그때의 역사가….’

장화왕후와 왕건의 신비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완사천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기던 정도전은 문득 내일 일이 생각났습니다.

‘이런…, 나주 선비들과 내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잊고 있었구나.’

정도전은 문득 정리해야 할 시와 글이 있음을 생각하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1377년 내내 고려조정은 여전히 원나라와 명나라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고 원나라는 갈수록 그 힘이 약화되고 있었습니다.

최영 장군과 나주출신 정지장군은 부여와 공주 등 고려 나라 안쪽에서 왜구를 무찔렀습니다. 이 성계 장군은 홀로 함흥과 경상도, 양강도, 전라도를 가리지 않고 나라의 변방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왜구와 오랑캐의 잦은 침략에 고려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잔불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장군께서 보낸 서찰입니다.”

불과 한 달도 못되었건만 그 사이 이성계는 전라도 운봉 황산에서 노략질을 일삼는 왜적들을 무찌르고 함주로 올라가는 길에 사람을 보낸 것입니다.

“장군께서 꼭 한번이라도 지나는 길에 나주 땅에 들러서 나리를 뵙고 싶어 했사온데 여기저기에서 왜구들이 출몰하는 바람에 어찌하지 못하고 올라가신다고 했습니다.”

‘…때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기억하고 그대는 마음을 단정히 하라. 내 반드시 이번 함주에 가기 전 개경에 들러 그대의 귀양 해제를 주청 하겠노니….’

‘구구절절 이토록 고마우신 장군의 크신 사랑을 내 어찌 할까?’

생각해보면 그렇게 자주 만난 사이도 아니었고 긴 세월을 함께했던 사이도 아니었지만 이성계는 정도전을 이렇게 아꼈던 것입니다.

‘공민왕께서 살아 계실 때 장군도 역시 왕을 도와 친명 정책을 함께 도모했던 때문인가?’

밤이 깊도록 이성계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정도전이었지만 결론은 한때 뜻을 같이했던 정치적 이유보다도 그가 사람을 귀히 여기는 큰 그릇이라는데 있는 것만큼은 분명 했습니다.

“어서 오르시지요. 삼봉어른.”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동점문 옆에는 벌써 열 댓 명이 족히 되어 보이는 선비들이 정도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제가 귀하신 분 들을 기다리시게 했습니다 그려”

“원,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한 달 전의 화전놀이 때와는 달리 정갈하게 의복을 갖춰 입은 선비들이었습니다.

“하하하…삼봉어른, 오늘은 한 말씀 한 말씀을 놓치지 않고 저희가 모두 글로 옮겨 적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주옥같은 말씀 모두 옮겨 쓰기를 허락해 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저 사람은 오늘 글을 받아 적으려 아예 목욕재계까지 하고 왔습니다. 하하하!”

“이 사람아, 이런 일은 내 평생에 처음 있는 일이지만 앞으로도 결코 흔치 않을 걸세. 하하하.”

바람은 감미로웠고 시를 배우기 위해 예를 갖춘 선비들의 모습들은 단정하고도 그윽하였습니다.

“그럼 부족한 사람이 한 수 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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