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0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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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걸음
김규랑
문화기획자

  • 입력날짜 : 2018. 12.27. 17:07
이른 아침 길을 나선다. 바쁜 일상을 지내며 보냈던 한 해도 저물어간다.

한 해 동안 일상의 분주함속에서 놓쳤던 작지만 행복해지는 일들을 찾아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시간의 길을 걷는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길 위에서 무언가를 찾는다. 어떤 이는 꿈을 찾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사랑을 찾고 희망을 찾기도 한다.

길을 걷다 시간을 내어 찾았던 곳, 올해로 83년이라는 시간의 축적이 그대로 간직된 곳 ‘광주극장’ 이다. 언제와도 편안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이 곳에 오면 모두 시간여행자가 된다.

영화로 떠나는 시간여행, 작지만 소소한 행복이다.

전 세계가 사랑하는 동화 작가이자 30만평의 대지를 천상의 화원으로 가꾼 원예가,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인 자연주의자 ‘타샤 튜더’ 일상이 예술이었던 그녀의 삶을 만나기 위해 찾았다.

타샤 튜더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작가 중 한 명이다. 화가였던 어머니를 따라 다섯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일생동안 100여권의 동화책을 만들었으며 그림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칼데콧 상도 두 번이나 받았다. 그녀의 그림책은 19세기의 목가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담아내고 있으며 현실감 넘치는 삽화가 조화를 이루며 세밀한 색감에 단순하면서도 매혹적이다.

타샤의 그림은 백악관 크리스마스카드에 실리며 세계의 수많은 이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또한 정교하게 묘사된 자연의 꽃과 새, 동물그림으로 장식하며 네 명의 아이를 키우며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이런 타샤의 원본 그림책들은 소장 가치가 매우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어 전 세계의 수많은 수집가들과 미술관,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타샤의 섬세하고 따뜻한 그림들은 영화에서 전시회를 감상하듯 즐길 수 있었다.

타샤는 유명한 동화작가가 되었지만 50대 후반에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꿈꾸었던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간다. 자연을 존중하고 일상의 삶을 사랑하는 그녀는 고즈넉한 산 속의 정원과 집을 손수 가꾸어가며 사계절 내내 꽃이 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어 그녀의 정원은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게 된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직접 가꾼 정원, 이곳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며 가장 유명한 정원이 되어 전 세계 원예가들이 사랑하는 정원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타샤의 정원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명소가 되었다. 영화는 마치 그녀의 정원 한가운데로 초대하는 듯 하다.

영화에서 타샤 튜더는 그림을 그리고 차를 마시며 정원을 가꾼다. 그녀는 고단한 생활 속에서도 일상의 소중함을 잃지 않았다. 매일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내며 작품으로 만들고 정원을 가꾸며 특별할 것 없는 그녀의 생활이 매일 매일 반복된다.

삶은 풍족한 물질적인 토대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일상을 소중히 가꾸고 성실히 살아가며 이루어낸 결과라는 걸 보여준다. 그녀는 죽기 전까지 정원을 가꾸며 언제나 행복했다고 말한다. 타샤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갔고 그런 삶을 충분히 즐겼다.

자연과 함께 하는 소박한 삶을 살았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았다. 꽃과 나무, 동물들과 함께 슬로우라이프를 실천한 그녀의 일상은 보는 것만으로 힐링의 시간을 선물했다.

사회적인 명성이나 돈보다 좋아하는 일이 먼저였던 ‘타샤 튜더’ 좋아하는 것과 언제나 함께 하며 마음에 귀 기울였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속도나 세상의 속도가 아닌 지금의 시간을 즐기며 세상을 천천히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을 보는 것, 남들보다 조금 느린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아마 그녀의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Work)과 삶(Life)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작지만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느린 삶의 아이콘이자 꿈꾸는 대로 살았던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과 남긴 말들이 또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이렇듯 일상 속에서 특별함과 아름다움을 만들어간다면 그 순간들이 모여 마법이 되는 날들이 오지 않을까?

타샤 튜더가 전하는 일상의 행복들, 일상을 특별하게 해준 마법 같은 시간들을 생각하며 한 해가 끝나가는 지금 다시, 느린 걸음으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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