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8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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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움직인다는 것
주홍
치유예술가·샌드애니메이션 아티스트

  • 입력날짜 : 2019. 01.10. 18:16
새해가 시작되고 학교는 방학이다. 방학이 시작되고 대학생 조카에게 물었다. “방학동안 하루를 어떻게 보내니?” 그저 웃는다. 옆에서 말해준다. “종일 스마트폰 보고 있거나 책 보면서 보낸다고…” 덧붙이는 말이, 방학이 되자 방을 엉망으로 해놓고 집이 난장판이 돼있어도 아무도 치울 생각을 하지 않고 책만 보거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몸을 움직여야지.” 대학생 조카는 웃으며 대답이 없다. 나는 조카와 약속을 했다. 다행히 조카는 나와는 소통이 잘 된다. 나를 ‘멘토’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약속은 앞으로 매일 건강하고 아름다운 일상을 위해서 몸으로 실천한 것을 하루에 하나씩 사진으로 찍어서 스마트폰으로 보내주기로 한 것이다. 다음 날 저녁, 사진 두 장이 내게 왔다. 종일 책장을 정리하고 침대를 정리하고 옷들을 정리해서 꼭 필요한 것들만 방에 정돈해 두었다는 것이다. 정리하기 전의 방 모습을 찍은 사진과 반짝이게 정리된 방을 찍은 사진, 그 사진 밑에 나는 댓글을 달았다. “몸으로 실천하는 지성인, 아름답구나.” 대학생은 지성인이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그 방면에 뛰어난 지식을 갖고 있어도 자기 삶에서 몸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그 지식은 구글에 검색하면 알게 되는 정보와 같은 것이 된다. 자기 경험을 통한 내면화가 진정한 공부가 아닌가! 앎을 소소한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도 매일 108배를 하기로 했다. 몸을 건강하게 하고 호흡을 바꾸며 정신이 맑아지는 좋은 운동이다. 끝나고 앉아 있으면 평안과 함께 저절로 깊은 명상에 들 수 있다. 이렇게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 빼먹고 하루가 지나가기도 한다. 매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의지가 작동하는 실천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살아갈수록 몸으로 하는 일이 진짜 공부라는 생각이 든다. 머리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표현해야 예술이 되듯이 실천과 표현은 성장을 위해서 정말 중요하다. 실천과 표현을 하지 않으면 책임질 일도 없고 상처도 덜 받는다. 하지만 상처받지 않고 어떻게 인간이 성숙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 우울한 청소년들만 모아놓고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물어보면 반응이 없다. 의욕이 없었고, 하고 싶은 것은 물론 잘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저는 잘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국어, 수학, 영어, 미술, 음악, 체육… 다 못해요.” 내가 “나도 다 못했는데…”라고 말하자 몇 명이 얼굴을 들고 쳐다본다. “그림 잘 그렸으니까 화가가 된 거잖아요!” “아니야, 그림도 낙서만 했어.” 정말 나는 그림도 낙서만 했다. 교과서에 낙서만 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만약 내가 그것도 하지 않았으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선생님한테 쓸모없는 짓만 한다고 야단만 맞았던 학생인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청소년들에게 오히려 물어봤다. “다 못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뭘까요?” “게임요~” “밥 먹기요~” “똥 싸기요~”… 장난처럼 이제 말을 한다. “혹시 걷기 할 수 있는 사람?” 옆 친구들 눈치를 보더니 모두 손을 든다. “숨쉬기 못하는 사람?” 킥킥거리며 “그럼 시체죠~”라고 웃는다. 예수님은 걷고 또 걸으면서 어두운 세상에 사랑의 메시지를 남겼으며, 부처님은 숨쉬기 통해서 생로병사의 시스템을 통찰하고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르셨다. “여러분은 성자가 될 사람들인가 봐요.” 우울했던 청소년들이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에 눈 맞추며 나는 이렇게 말했다. “방금 그 웃음, 그 웃음만 잘 웃어도 경지에 이른답니다.” 그리고 크게 함께 웃었다. 그러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났다. 손톱을 잘 깎는다는 친구, 코딱지를 잘 후빈다는 친구, 눈 화장을 잘 한다는 친구, 운동장에서 땅파기를 잘 한다는 친구, 문구점 철권 게임을 제일 잘 한다는 친구, 친구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친구, 편의점을 잘 다닌다는 친구, 액체괴물을 잘 만든다는 친구, 자전거를 잘 탄다는 친구, 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친구, 동생 머리를 잘 빗겨준다는 친구, 수업시간에 지우개 때를 잘 벗긴다는 친구…. 수없이 잘 하는 것들이 나오고 있었다. 몸을 움직여서 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을 찾아보고 그 중에 내가 잘 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적어봤다. 그림도 그려서 옆에 짧게 글도 썼다. 그렇게 4페이지짜리 책을 한 권 씩 만들어봤다. 표지에는 제목과 저자 이름을 썼다. “여러분은 이 분야에 이미 전문가에요. 나는 여러분에게 오늘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이제 몸을 움직여서 계속 실천하고 어른이 되면 이 책이 400페이지가 될 거에요.” 세상에서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자기 몸을 움직이면서 할 수 있는 것만 반복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지에 이를 수도 있는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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