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1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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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제주올레 12코스
‘화산학 교과서’ 수월봉에서 받은 감동

  • 입력날짜 : 2019. 01.22. 19:10
엉알해안산책로와 차귀도, 제주어로 ‘엉’은 절벽이나 벼랑을, ‘알’은 아래쪽이란 뜻으로 ‘엉알’은 ‘해안절벽 아래’이라는 뜻이다.
제주올레 12코스가 시작되는 ‘무릉외갓집’에 도착하니 여직원이 막 출근해 마켓의 문을 열고 있다. 무릉외갓집이 무얼 하는 곳인가가 궁금해 안으로 따라 들어가며 묻는다.

“무릉외갓집은 무슨 가게예요?”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꾸러미형태로 매달 집으로 보내주는 회원제 배송 서비스를 하는 마을기업입니다. 무릉외갓집은 물품을 판매하는 마켓이면서 감귤따기, 감귤모찌 만들기 같은 체험활동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마켓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각종 농산물과 가공식품들이 정갈하게 진열돼 있다. 여직원은 올레길 걸으면서 드시라고 귤 몇 개를 손에 집어주는 배려까지 잊지 않는다.
수월봉 화산재층은 온갖 모양의 퇴적구조를 생생하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산재의 분출과 퇴적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어 ‘화산학 교과서’로 불린다.

무릉리 들판을 지나는데 귤을 비롯해 마늘, 양배추, 케일 같은 농작물이 풍요롭다. 올레길은 너른 들판 가운데 밭길을 따라 이어진다. 넓은 밭에는 검은 밭담들이 쌓여 있다. 밭담은 밭의 경계도 되지만 바람을 막아줘 농작물이 바람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준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밭담은 길손들의 다정한 벗이 되고, 잠시 후 오르게 될 녹남봉은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된다. 밭길을 지나 둔덕 같은 높이의 녹남봉에 오른다. 녹남봉에는 원형으로 된 분화구가 있다. 오름에 녹나무가 많아 녹남봉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지금은 키 작은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원형의 분화구 안쪽은 농지로 사용이 되고 있다.

분화구를 돌아 내려가니 신도1리 마을이 녹남봉에 기대어 자리하고 있다. 신도1리 마을골목길을 지나 농로를 따라 걷는데,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현무암 밭담은 구불구불 이어져 수많은 천을 이어 만든 조각보 같다.

조각보 같은 밭에 눈길을 빼앗겨 걷다보니 어느덧 해변에 도착해 있다. 제주도 해변은 언제 봐도 깔끔하고 시원하다. 검은 현무암과 군청색 바다가 어울린 모습은 우리의 시선을 금방 사로잡는다. 용암이 흐르다가 굳어진 바위들은 이제 막 굳어진 것처럼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돌들은 파도에 의해 매끄럽게 다듬어져 몽돌이 됐다. 수평선을 이룬 바다에는 듬성듬성 작은 어선들이 떠 있어 외로움을 달래준다.

신도포구를 지나면서 잠시 밭길을 따라 가는데 정면으로 수월봉과 당산봉이 평지위에 붕긋 솟아 있다. 수월봉에 오르니 수평선을 이룬 바다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한편에서는 드넓게 펼쳐지는 평야 뒤로 한라산을 비롯해 오름들이 붕긋붕긋 솟아 있다. 수월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광활한 고산평야와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 그리고 차귀도와 와도, 당산봉이 어우러져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성산일출봉이 일출명소라면 이곳 수월봉은 낙조명소다. 차귀도 뒤로 넘어가는 낙조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현무암 밭담은 구불구불 이어져 수많은 천을 이어 만든 조각보 같다.

제주도의 여러 섬 중에서도 그 자태가 빼어난 차귀도와 와도는 수월봉과 당산봉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천연기념물 제422호로 지정된 차귀도는 제주도 본섬에서 2㎞ 떨어져 있다. 차귀도와 자구내포구 사이에는 사람이 누워있는 모양의 와도가 있다. 차귀도는 1970년 대 말까지 7가구가 보리, 콩, 참외, 수박 등의 농사를 지으며 살았으나 현재는 무인도로 남아있다.

수월봉에서는 자구내포구로 이어지는 엉알해안산책로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제주어로 ‘엉’은 절벽이나 벼랑을, ‘알’은 아래쪽이란 뜻으로 ‘엉알’은 ‘해안절벽 아래’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수월봉 아래 해안절벽으로 내려간다. 수월봉 절벽을 바라보니 화산재의 결이 그대로 드러나 기왓장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처럼 퇴적층을 이루고 있다.

1만8천년 전 지금의 수월봉과 차귀도 사이 중간지점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땅속에서 올라온 마그마가 지하수와 만나 격렬하게 폭발하면서 뿜어져 나온 화산재와 돌맹이들이 지표면을 따라 빠르게 흘러가다 멈추고, 이후 연속적으로 화산폭발이 일어나 화산재가 여러 겹 쌓여 퇴적층을 이뤘다. 화산재퇴적층은 가지런한 결을 이뤘지만, 화산이 폭발하면서 튀어 오른 돌이나 바위조각들이 퇴적층에 박히면서 화산재층의 결이 끊기거나 내려앉는 탄낭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역광으로 비친 햇볕이 윤슬을 만들어내면 바다는 우아한 풍경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77m에 이르는 수월봉 화산재층은 온갖 모양의 퇴적구조를 생생하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산재의 분출과 퇴적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어 ‘화산학 교과서’로 불린다. 수월봉은 2010년 10월 한라산, 성산일출봉, 만장굴, 서귀포 패류화석층, 천지연폭포, 대포동 주상절리대, 산방산, 용머리 해안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엉알해안산책로를 따라 자구내포구로 가는데 1만8천년 전의 화산폭발을 아는지 모르는지 푸른 바다는 잔잔하고 평화롭다. 수월봉과 차귀도 사이 바다 속 어딘가에는 화산이 폭발한 분화구도 있을 것이다.

고산마을 앞 도로를 지나 당산봉으로 오른다. 당산봉(148m)은 용머리, 산방산과 더불어 제주도에서 오래된 화산체 중 하나다. 당산봉은 오래 전부터 뱀에게 제사지내는 신당(차귀당)이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에는 당산봉 정상에 봉화를 올리는 봉화대가 있었다.

당산봉은 마그마가 물을 만나 강력하게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수성화산체가 당산봉의 외벽을 이루고 있지만 내부에는 알오름이 있으며, 분화구는 북쪽으로 열린 말발굽 형태를 보이고 있다. 당산봉 해안절벽을 ‘생이기정’이라 부르는데, ‘생이기정’은 제주어로 새(鳥)를 뜻하는 ‘생이’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말로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이라는 뜻이다.

당산봉에 오르니 차귀도와 와도가 수월봉에서 볼 때보다도 더 가까워졌다. 수월봉에서 하나의 섬으로 보였던 차귀도는 매바위, 장군바위 등 차귀도 본섬에서 한 발작씩 떨어져있는 작은 바위섬들까지 완전한 모습으로 바라보인다. 와도(臥島) 역시 이름 그대로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당산봉에는 매바위, 장군바위 등 차귀도 본섬에서 한 발자욱씩 떨어져있는 작은 바위섬들까지 완전한 모습으로 바라보인다. 와도(臥島) 역시 이름 그대로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수평선을 이루고 있는 바다에는 고기잡이배들이 점점이 떠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는 바다를 더욱 평화롭게 해준다. 차귀도와 와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윤슬을 만들며 우아한 풍경을 만들어준다. 용수포구에 가까워지자 마을의 사악한 기운을 막기 위해 해변에 세운 방사탑이 바다를 바라보며 서있다. 제주올레 12코스 종점인 용수포구에 도착했다. 포구는 한적하고 고요하다. 바다에 떠 있는 차귀도와 우도가 작별인사를 건넨다.


※여행쪽지

▶제주올레 12코스는 제주도에서 가장 넓은 평야지대인 무릉·신도·고산리를 거쳐 바닷가 해안길을 통해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수월봉과 당산봉을 통과하는 구간이다.
▶코스 : 무릉외갓집→녹남봉→산경도예→신도포구→수월봉→당산봉→용수포구(17.5㎞/6시간 소요)
▶제주올레 12코스에는 산경도예 근처에 도원올레(064-792-5391), 신도포구에 어촌계식당(064-773-0010), 차귀도 선착장 부근에 몇 개의 식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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