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8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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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금의 역사 동화] 51,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오직 백성에게만 충성 하리

  • 입력날짜 : 2019. 01.22. 19:11
/그림:선성경
한양에 궁궐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참으로 아름답도다.”

정도전은 성벽 위에 올라 어둠속의 한양 장안을 내려다보며 감격에 젖었습니다.

도읍건설은 수 십 년이 걸리기 마련인데 정도전은 불과 몇 년 만에 도읍을 건설했습니다.

“정도전의 공을 치하하려면 그 어떤 말로도 다 함이 없을 정도이다. 그대는 만고의 충신이요 나의 영원한 벗이로다.”

태조 이성계는 크게 기뻐하며 정도전을 위해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과연 정도전 그는 누가 봐도 조선 최고의 충신이요 실권자였습니다. 또한 멀리 변방 국경의 성벽을 쌓는 역사를 하면서도 정도전은 조금도 지치지 않고 대역사를 마친 것입니다.

“정도전은 나의 가장 다정한 벗임과 동시에 조선의 기틀을 세워가야 할 훌륭한 인재로다.”

태조 이성계의 신임은 날로 더해가지만 정도전은 이방원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몹시 무거웠습니다. 한때는 친조카처럼 사랑했고 그래서 더욱 훌륭한 왕재로 길렀던 제자였습니다.

“방원이 사병을 거느리고 있는 한 언젠가는 어린 세자를 제거하고 난을 일으킬 것이다.”

대신들은 이방원이 배다른 형제인 세자를 없애고 군주가 되려고 하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도전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방원이 철저하게 백성들 위에 군림하려는 군주가 되려고 하기 때문에 제거해야 된다고 결심했습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고, 군주는 가장 가볍다.’

사방이 칠흑처럼 어두운 성벽위에서 정도전은 자신의 목숨을 잃는 한이 있어도 오직 백성을 따르리라고 다짐했습니다.

“전하! 한양과 인근의 지역을 찬양하는 ‘신도팔경시’를 여기 지어 올리나이다.”

정도전이 지은 시를 본 태조 이성계는 너무나 흡족했습니다.

그러나 이방원은 정도전이 신임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욱 조급해져 갔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정도전을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은 굳어만 갔습니다.

“왜 걸음을 그렇게 걷는 겐가?”

“봉하백 정도전 대감께서 진도를 익히지 못했다고 왕자님들과 장군들을 문책했습니다.”

뒤뚱거리며 걷는 자신의 군졸은 곤장을 맞았고 다른 왕자들과 아끼는 장군들도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이방원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습니다.

“사병혁파도 모자라 이제 나의 병사들과 아끼는 장군, 그리고 감히 왕자들까지?”

이방원은 왕자들까지 문책했다는 말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날 밤, 이방원은 하륜을 비롯한 자신을 따르는 몇 몇 장수들을 은밀히 불렀습니다.

“봉화백 정도전을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소.”

“그렇습니다. 지금 제거하지 않으면 큰 화를 입게 될 것입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더 이상은 안됩니다. 지체하면 우리가 당합니다.”

모두 한결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이방원은 하륜에게 마지막으로 정도전을 만나보도록 했습니다. 당장 죽일 것인가 살려 둘 것인가의 판단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대감! 이 늦은 밤 어디를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방안을 들어서는 정도전은 묘한 피 냄새를 느꼈습니다.

정도전이 방안에서 하륜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하륜이 온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대감, 정안군 이방원을 따르시지요.”

하륜은 정도전이 이방원과 손을 잡을 것을 권유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정도전을 무척이나 따랐고 존경했던 하륜은 정도전을 이대로 죽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대감, 이번 한번만 이방원에게 무릎을 꿇으시면 됩니다. 한번만입니다.”

“정안군은 성군이 될 수 없네. 나의 꿈은 백성을 섬기는 정치이지, 결코 군주가 백성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네. 자네는 군주를 따르게. 나는 오직 백성에게만 충성하겠네.”

하륜이 다녀가고 나서 정도전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이 엄습해 왔습니다.

‘무엇일까? 이 피비린내 나는 묘한 기운은?’

독한 살기가 느껴지고 허공에서 날이 시퍼런 칼들이 오고가는 환상은 죽음의 그림자 같기도 해서 밤새 한 숨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두렵고 허무하구나. 요동정벌이 꿈이었고, 백성을 하늘처럼 받드는 정치를 하고 싶었건만 하늘이 허락하지를 않는도다.’

다음 날 밤 정도전은 남은의 집에서 심효생과 함께 조촐한 주안상을 자리에 두고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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