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9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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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금의 역사 동화] 52,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나 하늘로 돌아가리

  • 입력날짜 : 2019. 01.23. 18:32
/그림:선성경
“참으로 그동안 고마웠소이다.”

“대감께서도 나라를 위해 백성들을 위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 정도전이 하늘의 부름을 받을 날이 아마 오늘밤이 될 것 같습니다.”

정도전과 뜻을 같이 해 준 남은과 심효생도 담담히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대감께서 품으셨던 그 원대한 요동정벌의 꿈이 부질없게 되었구려.”

“조선은 이제 두 번 다시 요동정벌을 주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클 뿐이오.”

멀리서 병사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소란하게 들렸습니다.

“대감께서 시 한 수 읊으시지요.”

남은의 말에 한참을 생각에 잠기던 정도전이 눈을 지그시 감고 시를 읊기 시작했습니다.



조존 성찰 두 가지에 공력을 다 기울여 /책 속의 성현을 버리지 않았노라

삼십년 이래에 근고를 다 한 업이 /송정에 한 번 취해 허사가 되었네



정도전은 이 시를 통해 자신의 일생을 마무리 하고자 했습니다. ‘자조’라는 제목의 이 시는 비록 요동정벌이 실패했어도 자신이 평생토록 추구했던 가치를 노래한 것입니다.

밖에서는 이미 남은의 호위무사들과 이방원의 군사들이 휘두르는 칼과 창의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나가봐야 되겠습니다.”

남은과 심효생이 칼을 빼어들고 밖으로 나가자 정도전은 천천히 이 생에서의 마지막 술잔을 들었습니다.

그때 이방원이 문을 벌컥 열고 피 묻은 칼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 왔습니다.

이방원이 정도전을 노려보았습니다. 그의 칼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어서 오시오. 이방원 그대를 진정으로 기다리고 있었소.”

정도전이 지나치게 태연하여 오히려 이방원의 칼을 쥔 손이 떨렸습니다.

“정안대군! 이 땅에서 우리 요동정벌을 다시 꿈 꿀 수 있을까?”

“닥치시오!”

“이 나라 조선을 위해 부족한 사람 정도전이 꾸어왔던 평생의 꿈이었소.”

왈칵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지금 당장 칼을 내리치지 않으면 이방원 자신이 어쩌면 정도전을 죽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정안대군! 요동은 우리의 땅이었소! 그리고 조선경국전, 비록 요동 정벌은 중지하더라도 조선을 다스리는 요체는 경국전이 되어야 합니다. 백성은 하늘이기 때문이오!”

“그 입 닥치시오! 정도전이라는 그대의 이름은 이제 조선에서 영원히 역적의 대명사로 불리게 될 것이오.”

“하하하. 그렇다면 언젠가는 정도전이란 이름이 무덤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올 날도 반드시 있을 것이오. 하늘인 백성이 나를 반드시 불러내 줄 것이오.”

“그럴까?”

지금 정도전을 죽이지 않으면 결코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방원은 눈을 질끈 감고 떨리는 손을 들어 정도전의 목을 힘껏 내리쳤습니다.

“싸~악.”

“크~~헉.”

“조선을 건국하고 ‘조선경국전’에 의해 백성을 하늘처럼 받드는 정치가요, 요동정벌을 꿈꾸었던 불세출의 사상가이자 정치가, 그대! 정도전 고이 잠드시오!”

“반드시, 반드시 나 정도전이 무덤에서 걸어 나갈 날이 있을 것….”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정도전을 바라보는 이방원의 눈에 피눈물이 비쳤습니다.

“잘 가시오. 대감. 부디 용서 하시오, 나와 가는 길이 달랐지만 정도전, 그대는 우리 조선의 기틀을 굳건히 한 위대한 정치가였고 영원한 나의 스승이시었소!”

“전하! 요동정벌… 부디… 요동을….”

피맺힌 정도전의 눈가에 광활한 요동 땅이 열리는가 싶더니 일순간에 평안함이 밀려왔습니다.

1398년, 태조7년, 57세의 나이로 정도전이 죽어가며 남긴 마지막 말은 요동정벌이었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했던 조선이었고 이 땅의 백성을 두고 하늘로 가는 길을 이방원이 밖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대궐로 가는 길은 붉게 먼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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