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0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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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 건너 사람의 말소리 밤이 깊어 들린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12)

  • 입력날짜 : 2019. 03.12. 18:20
寄僧(기승)
망헌 이주

종소리 달을 치다 구름에 떨어지고
산비는 듣는데도 그대는 볼 수 없네
깊은 밤 사람 말소리 냇물 건너 들리네.
鐘聲敲月落秋雲 山雨翛翛不見君
종성고월락추운 산우소소불견군
塩井閉門惟有火 隔溪人語夜深聞
염정폐문유유화 격계인어야심문

고려의 전통을 이어받은 조선에서는 불교와 유교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근 500년이나 자리 잡은 불교를 국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내칠 수만은 없었다. 이런 이유로 백성들의 생활은 자연스럽게 불교에 스며들었을 것이다. 스님과 자주 만나고 서로가 주고받은 정만큼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었을 것이니. ‘종소리가 달을 힘껏 치다가 가을 구름 속으로 떨어지고, 산비 소리 우수수 듣는데 그대를 볼 수 없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시냇물 건너 사람의 말소리 밤이 깊어 들린다’(寄僧)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망헌(亡軒) 이주(李胄·1468-1504)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1488년(성종 19) 급제해 검열을 거쳐 정언을 지냈다. 1498년(연산군 4) 무오사화 때 김종직의 문인으로 몰려 진도로 귀양 갔다가, 1504년 갑자사화 때 김굉필 등과 함께 사형됐던 인물이다. 문집으로는 ‘망헌집’이 전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종소리가 달을 치다 가을 구름 속으로 떨어지고 / 산비 소리 우수수 듣는데 그대를 볼 수 없네 // 염정은 문을 닫고 오직 불꽃 비치는데 / 시냇물 건너 사람 말소리에 소곤소곤 밤은 깊어 들리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스님에게 보내다]로 번역된다. 전체적인 시상 속에 흐르는 시적인 주제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가정 속에 출발된다.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사는지도 모른다. 무엇인가를 청취하려는 욕구 속에 성취의 도달점을 애타게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좌절은 실패요, 기다림과 재도전은 성공의 신화로 만들어 갔던 사례를 더러 만난다.

시인은 기다리던 스님은 아직도 만나지 못한 시심을 달은 기울고 산비 내리는 소소함을 겨드랑에 껴안고 있어 보인다. 산사의 종소리가 달을 치다가 가을 구름 속으로 떨어지고, 산비 우수수 소리 듣는데도 그대는 볼 수 없다고 했다. 선경을 담아낸 시심 속에는 만나야 할 사람을 못 아직 못 만나는 심정을 읽어 낼 수 있다.

화자는 염정이란 스님은 문을 닫고 불도에 전념하고 있는지 불만 보이고 사람의 말소리가 깊은 밤을 재촉한다고 했다. 염정(塩井) 스님은 문을 닫고 불만 비치는데, 시냇물 건너 사람의 말소리가 밤이 깊어지기를 재촉한다고 했었다. 염정을 스님의 법호 쪽으로 감싸놓고 이미 써놓은 시상 주머니를 전하지 못했는데 이를 어이할 것인지.

※한자와 어구

鐘聲: 종소리. 敲月: 달을 치다. 落: 떨어지다. 秋雲: 가을 구름. 山雨: 산 비. 翛翛: 우수수 들리다. 不見君: 그대를 볼 수가 없다. // 閉門: 문을 닫다. 惟有火: 오직 불빛만이 있을 뿐이다. 隔溪: 시내 건너서. 人語: 사람의 말소리. 夜深聞: 깊은 밤에 들리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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