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0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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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향기따라 삶을 힐링하다] 쓸데없이 꽃놀이를 꼭 가야 하는 이유
무용한 것들의 쓸모, 찾고 찾다보면 답이 보인다

  • 입력날짜 : 2019. 03.13. 18:28
지난달 27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정책포럼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정책’ 현장.
지난달 27일 전국의 16개 광역 시·도 문화재단 관계자들이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의 이름으로 광주에 모였다.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정책’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고, 전통문화관에서 정기총회를 열었으며, ‘문화분권, 문화자치 원년을 선언한다’라는 제목으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1박2일 동안 쉴 틈 없는 일정 속에서 틈틈이 교류와 소통의 시간을 나누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광주 전통문화관 입석당에서 열린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정기총회 및 공동선언문 발표.

# 짧은 만남, 열띤 공기, 깊은 공감

횡적인 교류는 늘 설렘을 유발한다.

일단 상하관계에서 해제되는 자유로움과 함께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을 거라는 묘한 기대감이 서로를 더욱 반기게 만든다.

광주문화재단이 한국광역문화재단의 회장 재단으로서 책임감과 무게가 느껴졌지만, 정책포럼에서 쏟아질 공동의 경험담과 견해들이 한껏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포럼은 공통적으로 정부의 2030문화비전에 대해 다시 숙고하고, 그렇다면 ‘문화분권 시대를 우리가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외부적 또는 내부적 난관이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기조로 논의가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에서는 손동혁 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장이 ‘문화자치와 광역문화재단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서, 두 번째 발제는 차재근 지역문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재단의 경영혁신’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이어서 각 지역의 토론자와 청중들의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포럼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타이트한 진행 속에서 속사포처럼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지만, 공통된 고민에 대한 공감대는 길고도 깊게 전달됐다. 참여자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각 지역 문화재단을 이끌어왔고 또 이러한 문제에 대해 수 없이 고민했을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리라.
지난달 28일 전통문화관 무형문화재 전시관 현장을 둘러보는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원들.

# 내겐 너무 어려운 당신, 정체성

문화재단은 정부나 시·도의 문화정책을 현장에서 실현해야하는 전달자적 역할을 태생적으로 부여받는다. 하지만 현재 문화분권·문화자치 시대를 준비하면서 지역성을 찾아야할 과제에도 직면해있다.

지역성. 새삼스레 국어사전을 검색하니 ‘한 지역의 특별한 성격’이라고 쓰여 있다. 상위기관의 전달자가 하부의 정체성을 드러내야하니 어찌 보면 참 역설적 상황이다.

그날 포럼은 이런 역설에 대비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정리하고 싶다. 글로컬 시대, 지역문화, 지역의 정체성, 생활문화….

문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지겹도록 듣고 또 고민했을 단어들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직도 지역의 정체성 찾기가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필자는 ‘문화’와 ‘경제’의 불편한 동침에서 찾고 싶다.

지역의 정체성 찾기에는 늘 ‘지역경제 발전’의 숙제가 꼬리표처럼 따라왔다.

지난달 28일 총회에서 발표했던 공동 선언문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은 처음에 국가적 차원의 공보수단으로 시작했지만, 사회·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비로소 국민들의 문화향유권리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문화향유도 민주적 권리가 된 것이다. 하지만 문화는 공보수단에서 해방되자마자 ‘밥벌이’를 고민해야만 하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문화가 자기 성찰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정체성을 밑천으로 수익을 만들어야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그것도 아주 창의적으로 말이다. 이제 막 글을 배운 유치원생에게 창의적인 시 쓰기를 기대하는 부모처럼 조급하기만 하다.

물론 ‘문화’와 ‘경제’의 동침은 필자의 불편함과는 상관없이 이미 진행되었다. 1인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수많은 유튜버들은 애초에 문화와 경제를 분리해서 생각하지는 않았을 테다.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융합이 자연스러운 미디어아트는 더 이상 특정 장르가 아닌 동시대 문화사의 큰 흐름이다. 오지 마을에서조차 ‘체험’이라는 가장 트렌드한 콘텐츠로 외지인들을 끌어들이기에 급급해 한다. 그야말로 문화·예술이 적용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이며 그것이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 낼 때 더욱 환영 받는다.
지난달 27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 2019년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정책포럼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정책’ 현장.

# 무용해서 쓸모 있는 것들을 위해

하지만 최소한 내가 사는 지역의 정체성이 뭘까 답을 찾는 순간에는 경제적 효과를 뒤로하고 문화에게 독방을 줘도 좋지 않을까.

‘경제적 효과’에 대한 압박이 광주의 정체성 찾기를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개발하고 즉시 실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쪽에서는 ‘쓸모없는 정체성 찾기’도 좀 해봤으면, 그런 과정이 또 숫자로 평가받거나 도외시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 각 시도 문화재단의 짧은 만남의 시간이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성공하는 유튜버들 중에는 매의 눈으로 틈새시장을 파악하고 투자비용과 기회비용과 소득을 분석해서 콘텐츠를 제작해 목표 구독자를 획득해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위정선 <광주문화재단 정책교류연구팀>

하지만 내가 잘 하는 것을 발견하고 무모하게 실험하고 공유하면서 나만의 콘텐츠로 정착되고 시나브로 구독자가 늘어난 유튜버도 있다.

두 가지 방식의 문화정책이 공존하고 똑같이 존중받기를. 각 지역의 문화재단 관계자들의 고민들이 너무 낯이 익어서 이런 단상을 해본다.

미세먼지 속에서도 꽃은 피어나는가 보다. 꽃 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에서는 비상이 걸렸다는 기사도 보인다. 그래서 속으로 다짐을 했다.

미세먼지에 피부 트러블이 끊이지 않아도 올 봄에는 쓸데없이 꽃구경을 꼭 하고야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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