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5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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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0명의 고통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9. 03.27. 18:55
일본에서 개호(介護·환자나 노약자 등을 곁에서 돌보는 것)직원과 가족에 의한 노인 학대가 각각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일본은 노인뿐 아니라 아동에 대한 학대 건수도 증가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을 함께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과 아동 양쪽에 대한 학대 문제가 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경찰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경찰이 적발한 아동학대 사건은 전년보다 242건 증가한 1천380건, 피해 아동의 수는 226명 늘어난 1천394명으로, 각각 역대 최다였다. 이런 노인 학대는 젊은이들이 줄고 노인들이 늘어나는 저출산·고령화의 인구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우리보다 일찍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이런 모습은 남의 일 같지 않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8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5163만 5천명으로, 인구성장률은 0.37%였다. 전국민을 나이순으로 세워 제일 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인 중위연령은 42.6세로,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인 14.3%가 유소년인구의 비중 12.9%보다 높다.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명대에 진입했다. 출산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혼인건수는 25만8천건으로, 혼인건수는 2012년 32만 7천건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 산업이 우수수 무너지고 있다. 유치원에 원아가 보족하고 초·중·고 폐교가 속출하고 대학에 신입생이 없어 대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저출산 기조가 강해지면서 2000년 이후 교원 1인당 학생 수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고등학교가 교원 1인당 11.5명으로 가장 낮았고, 중학교는 12.1명이었다. 또 2000년만 해도 28.7명에 달했던 초등학교는 지난해에는 14.5명에 불과했다.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22.3명), 중학교(25.7명), 고등학교(26.2명) 순으로 이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아이 낳지 않는 대한민국, 그 위기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 걸까. 가족 해체 현상은 심각해도 너무 심각하다. 지난해 결혼 건수는 4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반면 이혼은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이혼 건수는 전년보다 2.5% 증가한 10만8700건. 특히 20년 이상 부부생활을 한 ‘황혼이혼’이 10%나 된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곳 중 출생보다 사망이 많은 인구 감소 지역은 2008년 88곳에서 지난해 138곳으로 10년새 50곳이 늘었다. 필자가 국민학교 다닐 때 동네 벽보에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표어가 나붙을 정도로 인구 증가를 걱정했다. 그런데 불과 50여년 만에 아이를 너무 낳지 않아 저출산대책에 10년간 130조원을 쏟아붓는 나라가 되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자체 편성한 저출산 대응 예산이 9천억원으로 이 중 7천억원 이상이 아이 낳는 사람들에게 현금 지원이 되는데도 효과를 못보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지자체 저출산 대응사업 현황’을 보면 전국 243개 광역·기초지자체가 올해 자체 추진 중인 사업은 총 842개나 된다. 전체 사업의 94.7%가 조건 없이 대상자 모두에게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사업이다.

이렇게 죽자살자 노력하는데도 아기 울음소리가 희미해지는 이유는 뭘까. 서울에서도 문 닫는 학교가 생겼다. 서울시 강서구 염강초등학교가 내년 2월 문을 닫는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 학교와 인근의 중학교 2곳 등 3개교의 폐교를 확정했다. 서울에서 공립 초등학교가 폐교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렇게 지속되면 저출산으로 인해 지역이 파산하는 것을 넘어 국가가 위기에 빠질 지경이다. 인구대책에 대한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12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이 후퇴했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결혼한 부부 중심의 출산율 올리기’가 아니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2006년부터 3차례에 걸쳐 저출산대책을 만들고 출산장려책을 쏟아냈으나 실패했다. 2016년 만든 3차 기본계획에서는 ‘저출산 극복의 골든타임’이라면서 ‘2020년 합계출산율 1.5명 달성’을 내세웠으나 출산율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했다. 중구난방으로 부처마다 제각각 시행한 나열식 지원책은 효과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출산 문제는 장기간에 걸친 끈질긴 노력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만병통치식 처방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자리, 주거, 보육, 비혼 차별, 성평등을 포함한 사회구조 전체가 바뀌어야 해결될 수 있다.

이제는 ‘고(高)비용 무(無)효율’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백화점식 대책을 대폭 수정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젊은 세대의 만혼·비혼·출산 기피 경향을 인정해야 한다. 저출산 위기는 사회 구조의 개선이나 국민의 인식 전환 없이는 극복하기 어렵다. 더 늦기 전에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자식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일구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따라서 현재 자신의 삶이 불행하고, 그 불행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서 아이를 낳지 않다면, 정부는 출산 대책을 ‘출산율 제고’에서 ‘모든 세대의 삶의 질 향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로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바꾸었다면, 저출산대책에 실효성을 담아내야 한다.

한 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반 토막으로 줄어 인구절벽에 직면한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국가 대계 차원의 종합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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