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6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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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일자리’는 혁신의 출발점
박상원
본사 기획실장

  • 입력날짜 : 2019. 04.08. 18:38
오늘날 우리 사회는 지역·계층·세대·노사간 심각한 갈등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갈등의 시대’라 불릴 만큼 사회 곳곳에 갈등이 만연해 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관련 노사갈등, 청년 일자리 갈등, 한유총 유치원 폐원 갈등 등 이념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갈등의 선제적 예방과 합리적 해결을 위한 시스템은 매우 취약하다. 그 어느 때보다 상생협력과 사회통합을 이뤄내는 리더십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청년 일자리, 취업 절벽은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과 함께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국가적 문제다. 이는 우리사회의 생존의 문제로 절박한 인식이 필요하다.

요즘 우리 사회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정치인이건 학자건 입만 열면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고 역설한다. 또 사회 각 분야에서 노정되고 있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모두 답을 알고 있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수 있을까’ 고민만 할 뿐 선뜻 용기를 내 도전하지 않는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의 두려움은 없지만 해결방안은 요원하다. 누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일자리와 사회적 대타협을 기본 정신으로 하는 ‘광주형 일자리 합의’는 주목할 만한 대사건이다.

지난 1월31일 광주시와 현대차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 사업인 현대차 완성차공장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노사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임금을 줄여 일자리(1만2천개)를 늘리는 모델로 공약을 내건 지 4년7개월 만에 결실을 맺었다. 핵심 쟁점이었던 신설법인 설립 후 사실상 5년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유예하는 조항을 노동계와 현대차가 ‘협의를 통해 단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긴 했지만 서로 한걸음 양보하는 선에서 수용하면서 가능했다. 근로자 평균 초임 연봉은 국내 완성차 업계의 절반 수준인 주 44시간 기준 3천500만원에 주거 및 교통, 교육, 의료 등 복지 혜택을 정부와 광주시가 제공해 체감소득을 높이는 방식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상생과 일자리 창출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시범사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시작에 불과하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원칙과 명분은 합리적이지만 우리의 노동현실과 관행을 볼 때 걱정이 앞선다.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권을 무시한 저질 일자리로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함께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기아차노조는 지난 3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박병규(현 광주시사회연대일자리특별보좌관)·이기곤 전 광주지회장을 대의원 만장일치로 제명을 결정했다.

광주형 일자리 합의의 주역인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은 “현대차가 낮은 임금, 새 시장을 찾기 위해 인도나 인도네시아로 진출하는 것은 괜찮고 광주는 안되는 이유는 무엇이냐”며 광주가 노사가 평화롭게 사는 도시, 원청과 하청기업이 상생하는 도시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우리 사회 생존의 문제, 취업 절벽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일자리라는 점에서 좌초한다면 더 이상 상생과 타협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신설법인의 자본금 유치와 독립경영 보장, 생산물량 확보 등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민관 합작법인 완성차 공장은 연간 10만대 규모의 배기량 1천cc 미만 경형 SUV 생산 공장을 세우는 프로젝트로 광주 빛그린산단에 자기자본 2천800억원(광주시 590억원, 현대차 530억원, 투자금 모집 1천680억원), 차입금 4천200억원 등 7천억원을 투입해 올해 말 착공, 2021년 가동에 들어간다. 금융기관 차입금 4천200억원은 시중은행의 자금이 동원될 전망으로 ‘세금형 일자리’가 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광주시가 21%의 최대주주로 경영책임을 맡는 형태로 공기업과 성격이 비슷해 외부입김에 취약하고 의사결정과정의 시행착오 등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생산물량 확보는 세계 자동차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이고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친환경차로 옮겨가는 시점에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정 사이의 불신의 벽을 허물고 사회적 대타협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인건비 절감으로 제조업 시설의 국내 유지와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시민대타협이라는 상징성의 성과를 넘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안착이 중요하다. 지역노동계의 결단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노사상생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협약에 따른 후속조치의 이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 2021년 공장이 가동되기 전에 주거와 교통, 교육, 보육 등 편의시설을 마무리하려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시간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으로 노사민정 상호간 신뢰확보가 관건이다. ‘광주형일자리’는 노사상생과 사회적 대타협의 문화를 새로 구축하는 우리 사회 혁신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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