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0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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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광주문학의 외침 토론회
“항일시 영역 확장·올바른 문학교육 확립해야”

  • 입력날짜 : 2019. 04.10. 19:05
우리 민족사에 빛나는 거사(擧事)였던 100년 전 당시의 독립의지와 민족의식을 조명하는 ‘3·1운동 100주년, 광주문학의 외침’ 토론회가 10일 오후 광주예총 방울소리공연장에서 열렸다./김충식 기자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일본 제국주의의 총칼 앞에서도 굽히지 않고 빼앗긴 나라와 문화를 되찾기 위해 온 국민이 거리로 나와 독립을 외쳤고, 그때의 함성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들 모두의 가슴에 뜨거운 역사의 장면으로 각인돼 있다. 특히 당시는 펜 하나로 일제의 억압에 항거한 문인들의 저항정신이 빛났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광주매일신문과 광주문인협회는 10일 오후 2시부터 2시간여간 광주예총 방울소리공연장에서 ‘3·1운동 100주년, 광주문학의 외침’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편집자 주

◇참석자
●주제발표=▲백수인 조선대 교수 ▲임환모 조선대 교수
●좌장=강만 시인(전 광주문인협회장)
●토론=▲박성천 소설가(문학박사·언론인) ▲박관서 시인(전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송미심 수필가(전 광주문인협회 부회장)


주제발표 : 백수인 교수 ‘항일시와 친일시’

우리는 근대 역사에서 36년간 일제의 식민통치를 받은 치욕의 시간을 갖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주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선인들의 노력은 위대했다. 독립군이나 의열단, 조선의용대 등에 적극 가입해 활동하면서 독립운동을 펼친 분들이 있었는가 하면, 일제에 적극적으로 부역하면서 앞장서서 활동한 반민족 친일분자들도 많았다. 문학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일제에 철저히 항거해 항일정신으로 활동한 문인이 있었는가 하면, 일제 식민통치에 적극 가담해 작품을 통해 이를 부추기고 혹세무민한 작가도 많았다.

이에 항일과 친일의 문학 양상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시 작품에 국한해 항일시와 친일시를 가려 소개하며 그 정신과 의의를 살펴본다.

항일시인으로 손꼽는 작가는 한용운, 심훈, 이상화, 김소월, 김영랑, 윤동주 등이고, 친일문학인은 이광수, 주요한, 김동환, 모윤숙, 서정주 등이다.

일제강점기의 문학을 항일과 친일의 두 측면에서 해석하고, 대표 작품들을 살펴본 결과 항일시에 해당하는 영역을 좀더 포괄적으로 규정, 발굴해 확장할 필요가 있다. 독립군과 조선의용대 등이 불렀던 시가를 발굴하고, ‘카프’(KAPF)에 가담해 활동했던 좌파 시인들의 항일정신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해방 후 좌우활동에 구애받지 않고 일제에 항거한 문인들의 민족정신을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

또한 친일에 관대했던 문학교육을 반성해야 한다. 친일 작품은 되도록 은폐하고 다른 면만을 부각시켜 교육했던 지난날의 교육을 되돌아보고 올바른 문학사적 가치와 역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교육을 확립해야 한다.


주제발표 : 임환모 교수 ‘3·1운동 정신의 소설형식’

식민지 체제의 구조적 모순이 조선인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굴종적 생활을 이어가는 당시의 실상이 공동묘지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러한 비참한 ‘조선의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사태’를 열망하는 소설은 염상섭의 ‘만세전’이다.

구조적 모순이 지배하는 조선의 현실에서 벌거벗은 생명으로서의 민중적 개체들이 어떻게 근원적인 고향을 쫓겨나서 유랑하는가를 구체적인 ‘조선의 얼굴’로 보여준 작품이 현진건의 ‘고향’이다.

이러한 민족적 각성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3·1운동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이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신분의 고하나 재산의 유무를 떠나 하나된 상상의 공동체로서 민족의식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다층적 주체의 결집이 민족국가를 수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여기에서 임시정부의 수립도 가능했다.

이에 광주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만세전’이 보여준 것처럼 외세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주독립을 쟁취하는 것이면서, ‘고향’이 보여준 것처럼 ‘벌거벗은 생명’을 비참하게 이어가는 소외계층의 권익과 삶의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또한 민족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통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들을 굳건하게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 야기하는 내부모순을 극복하는 일이다. 몫 없는 자, 헐벗은 호모 사케르의 권익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겠다. 이것도 인류사적 보편성을 가졌을 때에만 의미 있는 작업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주의 문학·친일시 가치 평가 고민”

강만 시인(전 광주문인협회장)

3·1운동은 새로운 민족적 주체가 형성되는 독립운동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예술 모든 면에서 새로운 근대적 체계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임환모 발제자께서 1922년부터 본격적으로 사회주의 운동단체가 결성돼 활동했고 문학 또한 사회주의 문학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돼 1923년 ‘파스큘라’가 결성된 후 1935년 ‘카프’(KAPF)가 해산될 때까지 한국문단의 중심을 이뤘다고 했다. 또한 사회주의 문학이 한국문단의 중심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이나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항일시와 친일시’ 관련해서는 애국시인이 쓴 시 중 ‘항일시’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시는 서너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좋은 시로 깊은 문학적 감동을 줬고, 국문학사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서정주, 노천명, 모윤숙, 주요한, 최남선 등이 친일파 시인이라고 판명된 후 우리는 그들 시의 문학적 가치와 평가를 어떻게 내려야 할지 고민이 깊다.


“소설로 계승된 3·1운동 정신 재조명”

박성천 소설가(문학박사·언론인)

문학은 모든 문화의 기본이자 모든 문화활동의 원천 소스와 텍스트를 제공하는 장르다. 그런 관점에서 3·1운동의 정신을 담고 있는, 또는 그러한 정신을 지지하고 견인하는 작품을 오늘의 시각에서 조명하고 의의를 탐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문학 장르 중 소설은 인물의 복잡한 심리와 행동, 사건 등이 역동적으로 전개될 뿐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또한 복합적으로 구현되는 특질을 지닌다. 3·1운동의 양상을, 특히 국내외 공간에서 벌어졌던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의미 있는 방식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 장르는 소설이 거의 유일하다.

‘3·1운동 정신의 소설 형식’을 통해 3·1운동이 갖는 정신성을 탐색하고, 그 정신성이 1920년대 우리나라 소설에서 어떻게 창조적으로 계승되고 있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는 문학사적 의미의 각별함 뿐 아니라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오늘의 관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김소월·윤동주·김영랑 항일시인인가”

박관서 시인(전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항일과 친일의 문학적 양상을 밝히고자 한 발제문은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전통적 서정과 감성을 취하는 김소월, 양심적 희생자인 윤동주 시인을 과연 항일문학인의 범주에 넣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 든다.

또한 최근 독립운동가로 등록된 김영랑 시인의 경우 ‘여순사건’에서 문인조사단으로 참여해 ‘여수·순천 주민들의 반란’으로 조작하고 왜곡하는 데 앞장선 바 있어 항일시인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1920년대 소설인 염상섭의 ‘만세전’과 현진건의 ‘고향’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오늘날의 소설문학이 실천해나가야 할 방향성을 모색했다.

상상의 공동체로서의 민족의 개념이 1894년 동학혁명의 경험에서부터 형성돼 의병운동으로 이어지다가 3·1운동에서 그 결실을 맺었으며, 불평등과 수탈이 일상화됐을지라도 ‘타 민족의 압제와 침략에 대응’해 상상의 공동체인 수평적 동료의식으로서 민족의식이 형성됐다는 견해에 공감됐다.


“독립투사 가족·女독립운동가 발굴해야”

송미심 수필가(전 광주문인협회 부회장)

일제의 억압 속에서도 3·1운동을 기점으로 문화운동이 일어나고 주변 정세와 철학사상의 민감한 영향을 받았다. 문학작품과 사상교육을 통해 역사의식이 고취됐고 독립 의지가 투철해졌다는 의미에서 3·1운동은 민족운동의 근간이 된다.

우리나라 3대 민족운동 중 하나인 광주학생독립운동도 올해 90주년이 된다.

학생들은 독서회를 결성하고 책을 읽어가며 독립운동을 계획했다. 그들은 문학서적을 읽기도 했지만 사회주의 유물론을 읽었다고 한다. 당시의 문학사상의 흐름이 3·1운동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또한 모윤숙 시인의 친일 시 ‘어머니의 힘’을 읽는 동안 안중근 의사 어머니의 편지글 ‘조 마리아’라는 시가 겹쳐 떠올랐다. 두 시는 애국심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도 자주 독립을 위해 애썼던 독립투사의 가족들이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체험적 시에 대한 발굴이 요구되는 시점이다./정리=정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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