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9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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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남원 덕음산 솔바람길
우리문화와 예술이 지리산으로 이어지고…

  • 입력날짜 : 2019. 05.21. 18:24
덕음정에 올라서면 바로 아래로 남원관광단지가 내려보인다. 여기에는 국립민속국악원, 춘향문화예술회관, 춘향테마파크, 향토박물관 등이 있다.
남원에 도착하니 ‘춘향제’가 열리고 있다. 남원시내로 들어서자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과 청사초롱이 ‘춘향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광한루원 근처에 이르자 수많은 행사용 부스들이 도열해 있다. 축제는 주로 광한루원과 요천 주변에서 열리고 있지만 남원시내 전체가 축제분위기로 들떠 있다. 곳곳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국악을 비롯한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지고, 춘향그네뛰기체험 같은 각종 체험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춘향제’는 올해로 89회째라니 그 역사가 놀랍다. 우리는 광한루원에서부터 일정을 시작한다. 남원의 향기를 품고 있는 곳이 바로 광한루이기 때문이다.

소설 ‘춘향전’의 무대인 광한루원의 정문인 청허부(淸虛府)로 들어선다.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옛 정원의 운치를 즐기고 있다. 광한루는 소설 속 주인공 성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곳이다. 광한루원(명승 제33호)의 매력은 품격 있는 누각과 아름다운 연못에 있다. 우리나라 전통정원의 백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광한루(廣寒樓)를 비롯해 완월정(玩月亭), 영주각(瀛洲閣), 방장정(方丈亭) 등 4개의 누각·정자는 연못과 어울리고, 오작교를 비롯한 다리들이 정각·연못과 조화를 이룬다. 연못 속에 봉래산·방장산·영주산 등 삼신산(三神山)을 상징하는 섬을 만들어 광한루, 오작교와 더불어 월궁 같은 선경을 상징하도록 했다.

광한루(보물 제281호)는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누각으로 손꼽힌다. 원래 이곳은 조선 세종 원년(1419)에 명재상 황희가 광통루(廣通樓)라는 누각을 짓고, 산수를 즐기던 곳이었다. 이후 1444년 전라도 관찰사 정인지가 광통루를 거닐다가 아름다운 경치에 취하여 하늘의 옥황상제가 살던 궁전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라 칭한 후 광한루(廣寒樓)라 고쳐 부르게 됐다. 정유재란 때 불타버린 광한루는 1638년(인조16) 재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재건된 광한루는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형태다.

광한루 앞 호수에는 지상낙원을 상징하는 연꽃을 심고,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에 가로막혀 만나지 못하다가 칠월칠석날 단 한 번 만난다는 사랑의 다리 ‘오작교’를 연못 위에 설치하였다. 이 돌다리는 4개의 무지개 모양의 구멍이 있어 양쪽의 물이 통하게 돼 있다. 광한루원의 오작교는 한국정원의 가장 대표적인 다리다.

우리는 이도령과 성춘향이 되어 광한루원을 거닐고 나서 요천 제방길로 올라선다. 제방 아래 4차선 도로와 요천 고수부지에는 축제용 부스가 줄줄이 세워져 있고 화려하게 꽃단장도 되었다. 봄철 벚꽃이 화려하게 피는 요천 제방길에는 청사초롱이 나부낀다.

우리는 요천을 따라 광한루에서 1㎞ 쯤 떨어진 춘향교 다리를 건넌다. 춘향교에 서니 잠시 후 걷게 될 덕음산 줄기가 부드럽게 펼쳐진다. 덕음산에 세워진 덕음정이라는 정자도 선명하게 다가온다.

다리를 건너는데 춘향제를 알리는 대형 애드벌룬이 춤을 추고, 위쪽에는 잔잔한 물위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는 아기부처와 연등이 세상을 밝히고 있다. 춘향교를 건너면 남원관광단지 구역이다. 광한루에서 요천 건너에 자리 잡은 남원관광단지에는 국립민속국악원과 춘향문화예술회관, 춘향테마파크, 향토박물관을 비롯해 위락시설, 숙박업소, 전문음식점, 전망대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덕음산 솔향 산림욕장 안내도’라 쓰인 입구에서 계단을 올라 산길로 진입한다.

남원시내와 인접해 있어 평상시 남원시민들의 산책로로 많이 이용되는 길이라 중간 중간 나무의자와 운동시설들도 많다. 남원시내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원각사 전망대에 도착한다. 남원은 지리산 북쪽 관문역할을 하는 도시로 예로부터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다. ‘춘향전’·‘흥부전’ 등 고전소설을 낳은 문학의 고장이고, 수많은 명창을 배출한 판소리 동편제의 고장이기도 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광한루원이 녹색 물결을 이루고, 외곽의 아파트들을 제외하고는 높지 않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정다운 느낌이 든다. 시내 북쪽에서 교룡산이 감싸주고, 앞쪽으로 요천이 흘러간다. 요천은 남쪽으로 흘러가 임실·순창 쪽에서 흘러온 섬진강에 합류된다.

원각사 전망대에는 신라풍의 9층 4사자석탑이 늠름하게 서 있다. 이 석탑은 경상남도 산청 웅석봉 지곡사에 있던 것을 옮겼다고 한다.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석가모니상도 있는데 아쉽게도 머리부위가 떨어져 나갔다.

전망대를 떠나자 소나무 일색의 숲이 우리를 덕음정으로 인도한다. 팔각정 모양을 한 덕음정 2층에 올라서니 원각사 전망대에서와 같이 남원시내와 남원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산들이 조망된다. 멀리 지리산 서북능선의 유장한 흐름까지도 가슴에 담을 수 있어서 가슴 뿌듯하다.

태초에 산이 있었고 산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우리 선조들은 산에 기대어 마을을 만들고,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을 이용하여 농사를 지었다. 나는 첩첩하게 다가오는 산줄기와 산자락에 있는 농경지를 바라보며 농경생활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오랜 역사를 떠올린다. 아무리 첨단산업이 발달된 현대사회일지라도 농업은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러니 논과 밭은 인간에게 있어서 어머니 같은 존재다.

부드러운 산줄기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갈수록 곧게 솟은 소나무의 자태에서 품격이 느껴진다. 솔향기 그윽한 솔숲길이 잔잔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나와 아내는 서로 약속한 듯이 말없이 걷는다. 자연의 소리만이 들려오는 고요한 길을 걸으며 나무와 대화하고 바람과 교감한다.

덕음봉, 개미고개, 애기봉, 달봉 같은 이름을 가진 봉우리와 고개를 지나 마을로 내려선다.

안곡마을로 내려가는 데에도 솔숲이 배웅을 해준다. 달봉 자락 골짜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10여 호의 마을인 안곡마을에 도착한다.

산에 기댄 마을은 언제보아도 엄마 품속처럼 포근하다. 분지를 이루고 있는 주천들판 뒤로 정령치를 지나 고리봉-세걸산-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 유장하다. 지리산의 깊고 너른 품이 각별하게 다가온다.

주천면소재지에서 지리산둘레길 1코스가 시작된다.

몇 년 전 지리산 둘레길을 완주할 때 시작하고 끝을 맺었던 곳이다. 둘레길 시작점에 도착해서 남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둘레길 마지막 코스인 21코스를 걷고 오는 몇 사람을 만난다.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넨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동질감이 느껴진다.


※여행 쪽지

▶남원 덕음산 솔바람길은 남원시내에서 요천을 건너 낮은 산줄기를 따라 주천면소재지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솔바람길은 남원테마파크 입구 춘향교에서 시작되지만 1㎞ 쯤 떨어져 있는 광한루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코스 : 남원테마파크 입구 춘향교→덕음정→애기봉→달봉→안곡마을→지리산둘레길 1코스 시작점(8.3㎞/3시간 소요)
▶남원은 추어탕이 유명하다. 광한루 근처에 추어탕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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