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6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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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신안 박지도·반월도 트레킹
세 개의 섬 잇는 나무다리는 오작교가 되고

  • 입력날짜 : 2019. 06.04. 18:21
반월도 어깨산 만호바위에서 본 다도해 풍경은 어떤 화가도 그려낼 수 없는 아름다운 수채화 한 폭이다.
압해도 송공산 자락을 지나자 천사대교의 웅장한 모습이 등장한다. 천사대교로 진입하자 창문 앞쪽으로 다리가 까마득하게 이어지고, 자동차는 높이 솟은 하얀색 주탑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교량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한 천사대교는 총연장이 10.8㎞에 달한다. 국내 해상교량 중 인천대교, 광안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네 번째로 긴 다리다.

천사대교 개통으로 암태도, 자은도, 안좌도, 팔금도, 자라도, 추포도, 박지도, 반월도 등 4개면 8개 섬이 사실상 육지가 됐다.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도에 들어선 차량은 신석항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주차장에서 내린 우리는 해변에서 천사대교를 바라보며 감동한다. 다섯 개의 주탑이며, 중앙부분으로 약간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대교의 모습이 하나의 거대한 조각품 같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암태도를 거쳐 팔금도로 들어선다. 천사대교를 건너 만나는 주요 4개 섬 중에서 안좌도는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 안좌도 남쪽에 박지도와 반월도가 있는데, 안좌도와 두 섬을 연결하는 나무다리가 있다. 오늘 우리는 이 나무다리를 건너 두 개의 섬을 걸으려 한다.

데크로 만들어진 나무다리는 퍼플교라 부른다. 이 다리는 두 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2008년 건설됐다.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 박지도와 반월도는 안좌도 두리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다녀야했던 섬 속의 섬이었다.

평상시에는 다리 아래로 바닷물이 출렁이지만 하루 두 번 썰물 때는 드넓은 갯벌로 변한다.

이 나무다리는 사람과 오토바이만 통행할 수 있으며, 두리에서 박지도까지 547m, 박지도에서 반월도까지 915m로 총길이가 1천462m이다. 퍼플교라는 이름으로 명명되기 전까지는 ‘천사의 다리’ ‘소망의 다리’로 불렸다. 우리는 먼저 두리에서 박지도로 가는 547m 길이의 퍼플교로 들어선다. 썰물 때가 아니라서 갯벌은 볼 수 없고 도보다리 아래로 바닷물이 출렁인다.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다.
총연장 10.8㎞에 달하는 천사대교가 개통돼 암태도, 자은도, 안좌도, 팔금도, 자라도, 추포도, 박지도, 반월도 등 4개면 8개 섬이 사실상 육지가 됐다.

안좌도는 점점 멀어지고 우리는 박지도 땅에 들어선다. 박지도는 해안선 길이 4.6㎞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박지도에 도착한 우리는 섬 트레킹을 위해 산 정상으로 향한다. 산비탈을 오르다가 뒤돌아보면 방금 우리가 걸어왔던 퍼플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길은 점차 숲길로 이어지고, 숲은 사스레피나무가 군락을 이뤄 싱그럽다.

정상(131m)에 올라서니 기바위라 불리는 커다란 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기바위에서는 그동안 부분적으로만 보였던 반월도의 전체모습이 조망된다. 반월도에는 어깨산(210m)과 대덕산(199m)이 우뚝 서 있고, 두 산 사이에 고개가 움푹 패여 반달처럼 보인다. 반달처럼 생겼다고 해 반월도라 불렀다는 얘기에 수긍이 간다.

이제 우리는 박지당으로 향한다. 박지당은 산 아래 박지마을의 당산나무다. 박지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음력 대보름에 박지당에서 마을의 평온을 기원하는 당제사를 지냈다. 비탈길을 내려가다 보면 잔잔한 바다가 드넓게 펼쳐지고 주변의 섬과 내륙의 산들이 아기자기하게 다가온다. 바다와 섬이 만들어준 아름다운 풍경이 각박한 삶에 지친 사람들의 영혼을 정화시켜준다. 낮은 산에 기대고 바다를 마당삼은 섬마을의 모습은 질박한 섬사람들의 생활환경이다.

전망 좋은 언덕에 도착하니 박지도 남쪽에서 산을 등지고 자리한 박지마을이 바로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17가구가 살고 있는 박지마을 주변에는 밭이 있고, 마을에서 서쪽으로 돌아가면 대야들이라 불리는 작은 들도 있어 식량을 생산한다. 마을 앞으로 가깝게는 부소도·자라도·옥도 같은 작은 섬들이, 더 멀리는 장산도·상태도·하의도 같은 큰 섬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반월도에서 본 퍼플교와 박지산, 박지도와 반월도를 이어주는 퍼플교가 두 섬이 만나는 오작교가 된다.

전망 좋은 언덕에 앉아서 이런 풍경을 가슴에 담는다. 갯바람이 인근 섬 소식을 전해준다. 밭가 돌담길은 정다움을 더해주고, 잔잔한 바다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길은 해변으로 이어진다. 바닷물이 빠지면 안좌도까지 갯벌이 된다. 이곳 갯벌에서는 감태가 집단 서식한다.

이제 ‘소망의 다리’로도 불리는 박지-반월간 퍼플교를 건넌다. 박지도와 반월도는 오랜 세월 동안 서로를 그리워하며 사랑에 빠졌다. 소망의 다리는 사랑하면서도 만나지 못했던 두 섬을 이어준 오작교인 셈이다. 반월도는 해안선 길이 6.7㎞에 이르는 작은 섬으로 박지도보다는 약간 크다.

어깨산 등산로라 쓰인 이정표를 따라 산비탈로 오른다. 산길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퍼플교와 박지도, 안좌도의 풍경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할아버지당의 딸인 딸신이 모셔진 딸당 역할을 하는 동백나무도 만나고, 원뿔형으로 쌓아놓은 돌탑들과도 눈을 맞춘다.

어깨산 정상(210m)을 지나 100m쯤 걸어가니 만호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바위에 앉아 바라보면 일만 가구가 보인다 하여 만호(萬戶)바위라 부른다. 만호바위 위쪽에 팔각정자도 있어 쉬었다가기에 안성맞춤이다. 정자에 서니 안좌도는 물론 팔금도, 암태도와 압해도에 이르기까지 드넓게 전망이 트인다. 천사대교의 하얀 주탑도 선명하게 보인다.

그림 같은 풍경은 정자에서 10m 쯤 더 내려간 곳에서 펼쳐진다. 북동쪽으로 전개되는 다도해 풍경은 어떤 화가도 그려낼 수 없는 아름다운 수채화 한 폭이다.
안좌도에 있는 세계적인 화가 김환기 화백의 생가.

비금도와 도초도가 멀리서 병풍을 두르고, 그 앞으로 유인도인 수치도 사치도와 수많은 무인도들이 배치됐다. 우목도·대장도·담박도·대서도 같은 작은 섬들은 지척에서 재롱을 부린다. 특히 초미니섬인 대서도는 두 개의 섬 사이에 백사장이 곡선을 그리고 있어 꼭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다. 시선을 남쪽으로 돌리면 하의도·상태도·장산도와 주변의 작은 섬들이 섬 공화국을 이룬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달래면서 안마을로 내려선다.

절골재를 지나 안마을로 내려서는데 마을 앞에 방파제로 연결된 노루섬이 재롱을 부린다. 반월리 안마을로 내려섰다. 마을 입구에는 반월마을 당숲(반월당)이 있다. 이 당숲은 2013년 (사)생명의숲과 산림청이 주관한 제14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았다.

600여년 전 마을이 생기면서 심은 팽나무·느릅나무·후박나무·동백나무 등이 노거수를 이루고 있는 반월당에서는 매년 정월 대보름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며 제사를 지낸다.

이제 1차선 도로를 따라 걷는다. 반월당까지 왔다가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소망의 다리 입구에 도착한다. 다시 두 개의 퍼플교를 건너니 안좌도 두리선착장이다. 퍼플교와 박지도, 반월도를 바라보며 아쉬운 작별을 한다.


※여행쪽지

▶천사대교 개통으로 육지가 된 암태도 자은도 안좌도 팔금도 등 4개 섬 중 가장 남쪽의 안좌도에서 박지도 반월도를 잇는 나무다리와 두 섬을 일주하는 트레킹코스가 인기를 누린다.
▶코스 : 안좌도 두리선착장→퍼플교→박지선착장→기바위→박지당→박지선착장→퍼플교→반월도천사공원→어깨산→만호바위→반월당→반월도천사공원→퍼플교→두리선착장(9.6㎞, 3시간 30분 소요)
▶출발지점 내비게이션 주소 : 신안 안좌도 두리선착장(신안군 안좌면 소곡리 5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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