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7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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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마당] 아버지의 지게 박래흥 시조

  • 입력날짜 : 2019. 06.10. 18:53
아버지는 지구를 갈아엎는 쟁기요
우주를 다 지고 다니시는 지게였다
태풍을 막아주시는 언덕이요 산이다

해뜬 골 이른 나락
너마지기 방아 찧어
큰아들 서울 대학 학자금 내고 나면
아버지 호주머니엔 노동의 땀방울만

송아지 키워 황소 되면 팔아 중소 사고
남은 돈 쟁기질로
내 대학 입학금 낸
우리 집 소는 나에게 아버지와 같았다

땡볕에 보릿대가 우두둑 타는 유월
날마다 온 동네 보리지게 쟁기질로
아버지 신음소리는 췌장암이 되었다.


<해설> 옛날 시골에서 운반도구로 사용됐던 지게는 아버지의 벗이자 노동의 상징이다. 우리들의 아버지는 지게 하나로 땔감을 하고 거름을 져나르며 한 가족을 먹여 살렸다. 그리고 소를 키워 자식들을 도회지로 유학을 보내 성공하기를 염원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한 평생 무거운 짐을 짊어지시다 병마에 쓰러지셨다. 그리고 지게 하나를 덩그러니 남겨놓고 먼 길을 가셨다. <약력> 시조시인·수필가, 2003년 ‘문학예술’ 시 부문 신인상, 시집 ‘시를 쓰는 꽃’, 시조집 ‘미움, 넘어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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