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6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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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마당] 삼인대 이야기 고병균 수필

  • 입력날짜 : 2019. 06.10. 18:53
강천산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강천사가 나오고 그 앞 길 한쪽에 ‘삼인대’란 제목의 안내판이 있다. 그것을 읽어 본다.

“삼인대는 1515년에 폐비(廢妃) 신씨(愼氏)(1739년에 단경왕후(端敬王后)로 추존)의 복위를 주창하는 상소를 올린 순창군수 김정 담양부사 박상 무안현감 유옥의 행적을 기념하는 곳이다.”

1515년과 1739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폐비 신씨는 누구이며, 복위를 주창하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이어지는 글을 더 읽어본다.

“폐위된 연산군의 처남으로 중종반정 때 피살된 좌의정 신수근의 딸인 신씨는 후환을 염려한 반정공신 박원종 등에 의해 폐출되었다.”

여기에 등장한 신수근은 폐위된 연산군의 처남이다. 그런데 반정 공신 박원종에 의해 폐위된 신씨는 신수근의 딸이다. 나의 짧은 역사지식으로는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역사를 뒤적여본다

연산군은 자기의 비위에 맞지 않은 사람은 죽이고 유배 보내는 등 폭정을 일삼았고, 나중에는 사대부 집안과 종실 안의 유부녀까지 유린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큰어머니인 월산대군의 부인 박씨를 짓밟는 패륜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게 중종반정을 일으킨 도화선이다.

반정공신 박원종은 박씨 부인의 동생이며, 월산대군의 처남이다. 그는 반정을 모의하면서 그 사실을 3정승에게 은밀하게 통보했다. 영의정과 우의정은 두말없이 승낙했으나, 좌의정 신수근(愼守勤)만은 찬성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수근의 여동생뿐 만 아니라 그의 딸도 폐출되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그 사연이 궁금하다.

신수근의 딸 신씨는 12세인 1499년에 11세인 진성대군과 가례를 올렸다. 1506년 반정이 성공하면서 18세된 진성대군이 왕(제11대 중종)으로 추대되자 신씨도 왕비가 되었다. 이 일은 반정공신들에게 후환이 염려되는 사건이다. 결국 중종의 왕비 신씨는 재임 7일 만에 폐출되고 말았다. 이것이 신씨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한 일로 상소를 올리게 된 이유이다. 그럴 듯하다.

“새로 왕비가 된 장경왕후 윤씨가 세상을 떠나자 이 세 사람은 각자의 직인을 소나무 가지에 걸고, 관직에서 물러남은 물론 죽음을 각오하며 폐비 복위 상소를 올렸다.”

세월이 흐르면서 반정공신들이 많이 물러난다. 그러던 중 1515년(중종 10)에 중종의 두 번째 부인 장경왕후(章敬王后) 윤씨가 원자(12대 인종)를 낳고는 엿새 만에 죽었다. 이때가 삼인에게는 폐비 신씨의 복위를 주창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들의 뜻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귀양에 처해지는 형벌을 받았다.”

상소를 올리기 전에 직인을 걸어놓고 결의한 이유가 짐작된다. 이들의 뜻은 200여년이 지난 1739년(영조 15)에 이루어졌고, 신씨는 단경왕후(端敬王后)로 추존되었다. ‘뜻이 거룩하면 나중에라도 이루어진다.’는 교훈을 깨닫게 한 역사 사례이다.

안내판의 나머지 글을 읽어본다.

“호남과 순창지역 유림들은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비와 함께 비각을 세우고 ‘삼인대(三印臺)’라 불렀다고 하며, ‘삼인’이란 명칭은 세 개의 직인이란 뜻에서 유래되었다.”

이 근방은 당시 상소를 결의했던 곳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소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그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궁금한 점이 해소된 것 같다. 눈을 들어 개울 건너편에 서 있는 삼인대를 바라보았다. 상소를 올린 3인이 존경스럽다. 그들의 벼슬은 신수근이나 박원종에 비할 바 못되지만 그들의 행위는 거룩했다. 그런 까닭에 호남과 순창지역 유림들이 추모비와 함께 비각을 세우고, 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삼인대 축제’를 열면서 그분들의 행적을 기념하고 있다.

이때, 내 귀에 기도소리가 들린다. 30여 년 전 시골 교회에서 들었던 꼬부랑 김 할머니의 기도소리다. 삼인대 상소문과 같은 맥락의 기도소리가 메아리 되어 반복된다.

“나라가 핀(편)해야 신하가 핀하고, 신하가 핀해야 백성이 핀하다.”


<약력> 전직 초등학교 교장, 월간 한비문학 수필 등단(2015), 계간 동산문학 시 등단(2016), 제8회 가오문학상 수필부문 대상(2016), 수필집 ‘학교,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1, 2’, 수필집 ‘소록도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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