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19일(금요일)
홈 >> 오피니언 > 남성숙칼럼

국회 열라, 국민의 명령이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9. 06.26. 19:12
우리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에 잠자고 있는 민생법안들은 언제나 제 대접을 받을지 모르겠다. 20대 국회 임기가 일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산적한 1만4000여건의 미처리 법안이 무더기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수는 지난 21일까지 총 2만1261건이나 된다. 이 중 미처리법안이 1만4817건에 달한다. 매일 약 19건의 법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 중 13건 이상은 이름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간을 다투는 법안들이 상임위에 발이 묶인채 관심 밖으로 밀려있다. 올해 ‘정준영 불법몰카촬영 사건’과 ‘클럽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과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등 굵직한 이슈와 관련된 법안들이 다수 발의돼 있지만 잊혀진지 오래다. 지난해 ‘BMW 화재사태’ 후속조치로 발의된 자동차관리법개정안은 일년 가까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발이 묶여 있고,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지난 3월 합의한 ‘카풀 월급제’ 관련 법안은 협상 장에 올리지도 못했다. 전체회의를 열지 못한 탓이다.

설사 국회가 다시 가동된다고 해도 지금 분위기상 법안을 얼마나 처리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지금 미처리된 법안들은 사실상 모두 폐기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는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로 인해 연말까지 입법기능이 사실상 멈춘다. 20대 국회 임기가 내년 5월29일 만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법안을 처리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20대 국회 내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20대 국회 법안처리율은 29.2%에 불과하다. 20대국회에서만 한국당의 ‘보이콧’은 18회에 달한다. 16대 국회에서 65.98%였던 국회 의안 처리율은 19대 국회에서 42.82%까지 떨어졌고 20대 국회 들어 29.22%로 30%선이 깨졌다.

올해 하반기 정기국회까지 성과를 만들지 못하면 20대 국회는 뭘 했는지 국민이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장기파행을 막기위해 세비 삭감과 상임위원 자격 박탈 등 선진국 사례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다른 나라는 국회의원들이 일하지 않을때 세비 삭감, 상임위원 자격 박탈, 심지어 의원직 박탈 같은 제도적 중징계까지 동원해 일하지 않은 국회의원을 막는 장치를 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64조 2항에 따르면,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의원을 징계할 수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국회의원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한 회기 동안 공개투표에 3분의 1 이상 불출석 시 수당의 3분의 1을, 절반 이상 불출석 시 3분의 2를 감액한다. 벨기에는 국회의원이 상습적으로 불출석할 경우 월급의 40%까지 깎는다. 본회의 투표에 불참하면 벌금을 부과한다. 스웨덴의 경우 매일 출근하며, 회기 중 결석하면 그만큼 세비를 삭감한다. 프랑스는 상임위원회에 3번 이상 결석하면 다음해까지 상임위원회 위원직 박탈한다. 포르투갈도 한 회기 중 상임위원회에 4번 이상 불출석 시 상임위원 자격을 잃게 된다. 프랑스, 포르투갈, 인도, 터키 등과 같이 법이 허용한 특별한 이유 없이 일정한 횟수 이상 본회의에 불출석하면 의원직을 박탈하는 사례도 있다.

빅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개정안, 택시종사자의 처우 개선 및 카풀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법안,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대기 중인 중요한 법안들 어찌할 건가.

이번 주 될 것 같았던 국회 정상화가 물 건너 간 것은 너무 속상한 일이다. 국회가 국회답게 열리는 것은 정치권의 합의를 넘어 국회의원의 당연한 의무, 국민의 명령이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국회에 보낸 뜻은 국가일을 잘 보라는 것인데, 정쟁으로 날을 새고, 국민의 삶에 관심이 없다면 이미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이다. 국회의원이기를 포기하고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을 방기한다면 국민의 선택은 자명하다.

20대 국회는 역대 국회 중 가장 생산성이 가장 떨어진다는 오명을 얻은 지 오래됐다. 이런 비난을 듣고 내년 총선에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는가. 제발 소모적 대치를 풀고 경제·민생 현안 등 밀린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얼마 전에 화가 난 우리 국민은 놀고먹는 국회, 비난을 넘어 수십만명이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과 정당 해산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국민 무서운줄 알아야 한다. 여야가 싸우더라도 국회를 열어 원내에서 싸우고, 그것도 할 일은 하면서 싸우라. 타협과 협상이 정치의 묘미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주는 게 협상의 기본이다. 국회 태업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 있는 국민 생각 안 하나. 계속 이러면 비정상적 국회 행태에 분노하는 국민이 국회의원을 보이콧할 수도 있다.

총선은 이제 8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올들어 국회는 본회의를 딱 세번 열었다. 3월에 지각 개원한 데다 4월 국회는 ‘빈손’이었다. 국가적으로 큰 행사인 광주세계수영대회가 15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영대회 관련 법안도 계류 중이다.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 당장 국회를 열라. 더 이상 당파를 초월해서 대한민국 힘과 지혜를 모으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다. 그 어떤 변명도 국민의 민생을 돌보는 것보다 앞설 수는 없다. 당장 국회를 정상화하라.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