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7일(목요일)
홈 >> 오피니언 > 시론

통통통 대한민국
김희준
법무법인 LKB&Partners 대표변호사
전 광주지검 차장검사

  • 입력날짜 : 2019. 06.27. 19:08
고위 공무원 또는 주요 공직에 대한 인사시즌이 되면 주요 후보자들에 대한 하마평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최근에도 일부 부처에 대한 개각설이 돌면서 특정 인사들이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인사 때마다 언론에서는 주요 후보자들을 금융통, 경제통 등 ‘무슨 통’이라고 표현하면서 특정분야의 전문가로 보도한다.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은 그가 거쳐 온 보직이다. 즉 어떠어떠한 보직을 거쳤으므로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식이다. 정부의 주요부처에 대한 인사설명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코드인사를 해놓고도 인사이유를 들어보면 어떤 분야에서 종사한 경험이 있으므로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식으로 설명한다. 검찰인사도 예외가 아니다. 언론에서는 검찰 인사 때마다 주로 거쳐 온 보직을 기준으로 특수통, 금융통, 강력통, 공안통 등으로 검사들을 분류하면서 각 보직의 후보자들을 거론한다. 심지어는 특수부나 공안부에 단 한번만 근무했음에도 특수통, 공안통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인사결과가 발표되면 보직경로 중 그 분야를 근무한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 분야의 ‘통’이라는 식으로 꿰어 맞추기식 보도를 하기도 한다. 국민들은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 알기 어려워 언론보도나 정부발표만 보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이런 식의 평가와 인사가 타당한 것일까? 어떤 보직을 거친 것만으로 또는 어떤 분야에서 일한 경험만으로‘무슨 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그 분야의 전문가로 당연히 인정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어떤 단체에서 활동했다는 것만으로 그 분야의 전문가이고 공헌을 하였다고 볼 수 있을까? 필자는 이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보직을 거쳤거나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한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그 사람이 그 보직에 있으면서 얼마나 제대로 일을 했는지 여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 있는 보직에 운이 좋거나 어떠한 힘을 동원해 근무한 경험이 있으면 그 탄력으로 근무처를 옮기더라도 그 분야에서 계속해 근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근무처의 인사권자는 그 사람의 구체적인 업무실적을 알기 어려우므로 이전에 어떤 분야에서 근무를 하였는지를 기준으로 전문성을 파악하게 된다. 필자가 검찰에 근무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검사 인사이동이 있으면 각 청에서는 형사부, 특수부, 강력부, 공안부 등에 배치를 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이전에 어떤 분야에서 근무를 했는지 여부다.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업무를, 그 결과가 어땠는지 관해 정보공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이전에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를 기준으로 배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주요보직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일을 거의 하지 않았거나 일을 했는데도 그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는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경우에는 오히려 그 분야는 그에게 맞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행했던 업무가 나중에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났을 경우에는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은 그렇지 않고 그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으면서 더 고위직이나 더 좋은 보직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검찰의 경우도 어느 순간에서부터 무죄가 선고돼도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경우가 일상화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큰 사건일수록 더욱 그런 경향이 뚜렷하다. 책임을 지기는 커녕 실패한 수사를 했음에도 특수통 내지 공안통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검사들이 선호하는 해당 부서에 계속 배치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무죄를 선고받은 당사자는 수년 동안 아무 것도 못하고 재판대응을 하면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인생이 피폐해졌음에도 그에 대해 실제로 책임을 지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법원과의 견해차이 정도로 그냥 넘어간다. 이러한 행태가 잘못되었음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전문성과 실력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이 돼야 할까? 그 사람의 구체적인 업무실적과 실제 일을 함께 해본 사람들의 평가다.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실력과 전문성을 판단하고 선발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언론에서도 보직경로보다는 구체적인 업무실적을 기반으로 과연‘통’이 맞는지를 판단하고 보도해야 한다. 실패한 업무를 수행한 사람을 함부로‘통’이라고 홍보해 주어서는 안 된다. 현재 각 부처의 수장들에 대한 인사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각 분야별로 제대로 된‘통’을 잘 선발해 보다 미래지향적이면서 발전적이고 활기찬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