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0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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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봉착한 신뢰의 위기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9. 08.27. 19:14
하루가 멀다 하고 나라가 나타났다 없어졌다 했던 중국 춘추전국시대. 공자(孔子)의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작금에는 자기 땅이 조금만 있으면 개나 소나 다 나라를 세우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나라를 세우려면 무엇이 있어야 합니까?”

“다른 나라와 싸울 수 있는 군대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아! 군대만 있으면 나라를 세울 수 있겠군요~”

“아니다. 군대를 유지하려면 수많은 군사들을 먹일 식량도 있어야 하겠지.”

“아! 군대와 식량만 있으면 나라를 세울 수 있겠군요.”

“아니다.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그 땅에 사는 백성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느니라.”

제자는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 같은 스승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스승님. 군대도 있어야 하고, 식량도 있어야 하고, 백성들의 신뢰도 있어야 한다고 하시니, 도대체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공자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없으면 설 수가 없으니, 백성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청와대가 지난 22일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일본 아베정부의 근거 없는 무역보복 조처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결정이 알려지자 일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청와대의 발표가 전해진 당일 밤 9시30분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한 것만 보더라도 일본의 충격이 컸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역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실망스럽다”면서 “한일 양국이 대화를 통해 ‘옳은 곳’으로 관계를 되돌리길 바란다”고 밝히는 등 자신들이 주도해온 동북아 안보질서가 균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메시지를 속속 전해오고 있다.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근본적으로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나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는 일본의 독도 도발 문제 등을 놓고 벌어진 양국 간의 오랜 갈등이 표출된 것이란 점에서 해결책 마련은 난망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사이의 신뢰는 완전히 깨진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민족인 남한 정부와 북한 정부 사이의 신뢰는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담과 남북 군사 분야 합의 직후 남북의 평범한 시민들에게까지 통일의 꿈과 평화의 희망을 던져주었을 정도로 남북 간의 신뢰는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 간의 신뢰가 판문점 선언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던져주고 있다.

실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16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날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거론하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비웃고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북측의 이러한 막말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북미간 접촉을 위해 처음에는 남측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미국과 직접 연결이 가능해 남측의 지원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북간 신뢰가 저하된 것은 우리 정부가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로 해놓고 ‘한미연합지휘소’ 훈련을 계속한다든지,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미국으로부터 추가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것은 남북간 신뢰구축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 아니다.

일본과 북한을 외부의 문제라고 한다면 요즘 광주·전남 지역민들 사이에서 핫 이슈로 등장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태는 내부의 문제다. 무엇보다 ‘촛불정권’이라는 현 정부 내에서 조국이 가졌던 상징적 가치에 정비례해 문재인 정부 전체에 대한 신뢰의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민들의 여론은 크게 2가지로 나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조국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등은 평범한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논리적·심리적으로 이해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조 후보가 타인의 법 위반을 단죄해야 할 자리인 법무부 장관이 되는 것은 불가하며 혹 장관이 되더라도 영(令)이 안 설 것이란 입장이다.

또 하나는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일지라도, 조국이 무너지면 ‘5·18 폄훼’에 앞장서온 수구 꼴통 세력들이 득세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호남이 만들고 지지해온 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조 후보자가 좀 더 버티면서 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가 봉착한 3가지의 신뢰의 위기 가운데 앞서 언급한 일본과의 신뢰 상실, 북측과의 신뢰 하락과 같은 대외적 위기는 광주·전남 지역민들을 비롯한 평범한 국민들의 지지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우여곡절은 있더라도 결국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조국 후보자로부터 촉발된 신뢰의 위기는 현 정부 최대 지지층인 광주·전남 지역민들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웠는가?”를 되묻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보다 깊은 반성과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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