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6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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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천에 뜬 달이 시내 남쪽 가지에 걸렸다하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40)

  • 입력날짜 : 2019. 10.08. 18:15
秋夜(추야)
송강 정철
낙엽이 소소하게 떨어진 소리 듣고
빗소리 성긴 소리 잘못을 알았다네
문밖에 나가서 보니 남쪽엔 달이 걸려.
採蕭蕭落葉聲 錯認爲疎雨
소소락엽성 착인위소우
呼童出門看 月掛溪南樹
호동출문간 월괘계남수

봄에는 마음이 많이 상해 ‘상춘’(傷春)과 같은 시제가 많은가 하면, 가을에는 사색의 계절,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으니 ‘추사’(秋思)란 시제가 많았다. 낙엽이 우수수 지고 나지막한 귀뚜라미의 제법 극성을 부리는 울음소리는 긴 동면에 들어갈 채비인 듯 사람 마음도 들뜨게 했다. 가을은 차가운 겨울을 대비했으니 다음을 위한 생명의 몸부림이다. ‘하염없이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를 듣고, 성긴 빗소리로 잘못 알고 있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중천에 뜬 달이 시내 남쪽 가지에 걸렸다하네’(秋夜)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송강(松江) 정철(鄭澈·1536-1593)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1560(명종 15) 25세 때 ‘성산별곡’을 지었다고 하는데, 이 노래는 성산 기슭에 김성원이 구축한 서하당과 식영정을 배경으로 한 사시의 경물과 서하당 주인의 삶을 그렸다. 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지은 가사문학의 대가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하염없이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를 듣고 / 성긴 빗소리로 잘못 알고 있었구먼 // 아이를 불러 문밖에 나가 보라고 했더니만 / 비는 오지 않고 중천에 뜬 달이 시내 남쪽 가지에 걸렸다 말하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깊어가는 가을 밤]으로 번역된다. 우수수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었던 모양이다. 바람은 소소하게 불고, 가을이 깊어지면서 수심에도 잠기고, 바람 소리, 낙엽 구르는 소리, 비오는 소리까지 착각하는 수가 있다. 시공(時空)을 초월해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이 그리울 때도 더러는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인은 이런 계절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밟고 어디론가 먼 여행을 떠나고 싶었을 것이다.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를 성긴 빗소리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 했다. 소리의 계절이라고 했듯이 낙엽 지는 소리와 빗소리의 착각이라는 시적인 그림을 그려보고 있다.

화자는 심부름하는 아이를 통해 빗소리인가 그렇지 않는 것인가를 확인해 보고자 했던 시상을 반영해 본다. 아이를 불러서 문밖에 나가 보라고 했더니 비는 오지 않고 달이 시내 남쪽 나뭇가지에 걸렸다는 시적인 반전이다. 구양수의 [추성부(秋聲賦)] 전문에서 그 뜻을 취했던 것으로도 보이며, 유몽인의 어우야담에서도 천정사의 빗소리로 착각했던 것과 유사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시문으로, 자연과 친애하면서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반영하고도 있으리라 본다.

※한자와 어구

蕭蕭: 하염없이, 우수수. 落葉聲: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다. 錯認: 잘못 알고 있었다. 爲疎雨: 성긴 빗소리. // 呼童: 아이를 부르다. 出門看: 문으로 나가서 보다. 혹은 밖에 나가서 살피다. 月掛: 달이 (나무에) 걸리다. 溪: 시내. 南樹: 남쪽에서 자란 나무. 혹은 남쪽 나무.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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