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3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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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군공항 이전’…행정과 정치의 경계
김재정
지역특집부장

  • 입력날짜 : 2019. 10.13. 17:25
지방자치시대 민선 단체장은 참 바쁘다. 행정 업무는 기본이다.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당연지사. 어쩔 수 없는 ‘표’ 관리용 일정까지 간혹 소화해야 한다. 특히 광역단체장은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의 연속이다. 과거 광주시장과 전남지사의 세부 일정표를 본 적이 있다. 개개인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초인적 일정을 감당하는 와중에 광역단체장의 가장 큰 임무는 결정의 순간, ‘적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대개 그 판단의 기저에는 행정의 원칙이 깔려 있다. 반면, 행정논리를 넘어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가 있다. 행정과 정치 영역의 경계가 사라져야 해결될 일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행정과 정치의 결합체인 민선 단체장은 참 쉽지 않은 ‘직업’일 수밖에 없다.

광주시청이 자리한 상무지구는 군 전투기 소음 속에 산다. 상무지구 주민들 뿐만 아니라, 시청 공무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터. 쉴 새 없이 상공을 오가는 전투기 소음이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징하다”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전남도청이 있는 무안군 삼향면 남악신도시에 가면 군공항 이전 반대 플래카드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무안군이 세운 광고탑이나 전광판 등에도 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문구가 보인다. 당연한 일이다. 군공항이 오면 어떤 형태로든 소음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으니 반길 리 만무하다. 지자체가 나서서 반대하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간다.



광주-남악 ‘다르지만 같은’ 풍경



결국 군공항 이전을 바라는 광주나, 반대하는 무안이나 다른 듯 하지만 결국은 결이 같은 이유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에서 무안지역의 반대를 단순한 님비(NIMBY)로 치부해선 안되는 까닭이다.

광주 군공항 이전의 사업 기간은 계획상 2014년-2028년이다. 사업비는 5조7천480억원 규모. 신공항 4조791억원, 지원사업 4천508억원, 종전부지 8천356억원, 금융비용 3천825억원이다. 4천508억원의 지원사업은 이전 대상 지역에 대한 각종 지원을 포괄하고 있다.

이전 절차는 군공항 이전 건의(광주시장), 이전건의 타당성 검토(국방부장관), 예비이전후보지 선정(국방부장관), 이전후보지 선정(이전부지선정위원회), 주민투표·유치신청(이전후보지 지자체장), 이전부지 선정(이전부지선정위원회)이다.

광주 군공항의 경우 두 번째 단계인 이전건의타당성 검토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유력 후보지역 중 한 곳인 무안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광주와 함께 군공항 이전을 추진 중인 수원은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대구는 이전후보지 선정까지 진행된 상태다. 올해가 3개월도 채 안남았으니 광주는 지난 6년간 허송세월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사실상 ‘멈춤’ 상태다.



이용섭·김영록 ‘진짜 정치’ 보여라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2018년 8월20일 민선 7기 첫 시·도 상생협의회에서 2021년까지 광주공항의 민간 기능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광주 군공항 이전에 상호 협력키로 원칙적으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 합의를 놓고 양 시·도는 각각의 해석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합의해놓고 왜 전남이 나서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전남에서는 ‘협력’의 의미와 ‘주도’의 의미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이건 나무에서 ‘감’이 저절로 떨어지기만을 기다려선 안된다는 점이다. 특히 군공항 이전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광주가 더욱 그렇다.

이 시장과 김 지사는 행정고시 출신 관료 경력을 바탕으로 국회의원과 장관까지 지냈다. 때문에 행정에 대한 통찰력은 물론, 정치적 감각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상황에서 군공항 이전 문제는 행정논리로 접근하면 답이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천억원을 지원해주는 이 좋은 사업을 왜 반대하느냐’는 논리로는 희망이 없다. 명분과 당위성만으로 정서적 반감을 해소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반발과 갈등을 푸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필요하다면 해당 지역 단체장과 주민들을 꾸준히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문전박대를 당하더라도 계속 찾아가야 한다. 명분과 당위성을 내세우는 건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뒤의 일이다. 그게 광역단체장의 역할이다. 앞으로 이 시장과 김 지사가 군공항 이전 문제와 관련,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관료’가 아닌, ‘정치인’ 이용섭·김영록의 ‘진짜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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