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7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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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명품마을을 찾아서]<22>신안 반월박지도(完)
‘섬 속의 섬’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광
본섬 안좌도에서 ‘퍼플교’ 건너가면 나타나는 ‘미지의 섬’ 반월도·박지도
道 ‘가고 싶은 섬’ 지정 이후 유명세 ‘싸목싸목’ 걸으며 느끼는 여유와 쉼

  • 입력날짜 : 2019. 11.18. 18:13
반월-박지도를 잇는 퍼플교.
섬들의 천국 신안. 신안은 1004개의 섬을 내세워 일명 ‘천사섬’으로 이름을 알렸다. 많은 섬이 모여 있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은 신안을 중심으로 그려졌다. 크고 작은 신안의 섬들은 다도해를 반짝반짝 수놓는 별이 됐다. 그리고 그 곳엔 한 번의 여행으로 세 개의 섬을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보석을 간직한 섬이 있다.

◇특별하고 재미난 전설 간직

신안에는 한 바다에 있으나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두 섬이 있다.

본섬 안좌도에서 퍼플교라고 이름 붙여진 다리를 건너면 만나는 반월도와 박지도. 예전에 이 두 섬은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섬이었지만 전남도가 선정한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썰물 때면 갯벌로 둘러싸이는데, 모래해변은 없지만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반월도와 박지도에는 재미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머나먼 옛날 박지도에 할아버지·할머니 부부가 살고 있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무언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심하게 바가지를 긁었다. 그에 염증을 느낀 할아버지는 어느 날 홀연히 반월도로 건너가 버렸다. 할아버지·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할아버지는 반월도의 ‘당신’이 되고, 할머니는 박지도의 할머니 ‘당신’이 됐다고 한다.

섬을 찾은 이들은 반월도의 할아버지 당산 나무에 이르면 “징한 내 마누라는 잘 있습디까”하는 소리가 바람결에 스친 듯 들린다고 한다.
반월-박지도 트레킹코스. 반월도 당나무.

◇오래된 믿음으로 고향 지켜온 사람들

반월도는 섬의 생김새가 반달 모양을 닮아 이렇게 이름을 얻었다. 이곳은 300여 년 전 처음 사람이 들어와 살았다 전해진다. 그 세월만큼이나 섬은 오래된 믿음을 간직하고 있다.

믿음의 주인공은 바로 할아버지 당나무. 이웃 섬 박지도에서 건너와 반월도를 지켰다는 할아버지 당나무다.

300년이 된 이 나무는 신비하고도 영험하다고 전해진다. 나무는 사이가 벌어진 모양을 하고 있는데, 죄를 지은 사람이 그 사이로 들어오면 나무가 오그라들면서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무시무시한 전설이 내려온다. 행여라도 나쁜 짓을 한 이들은 이 나무 근처에 얼씬도 못했다고 한다.

할아버지 당나무는 예부터 정월대보름이면 제를 지낸 섬의 수호신이자 착한 심성으로 마을을 가꾸며 살아온 주민들의 큰 버팀목이었다.

◇육지 한 번 가고싶다···소원 들어준 퍼플교

생전에 걸어서 두발로 목포까지 가고 싶다는 박지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준 퍼플교. 데크로 만들어진 퍼플교(나무다리)는 두 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2008년 건설됐다.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 박지도와 반월도는 안좌도 두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다녀야했던 그야말로 섬 속의 섬이었다.

이 퍼플교를 건너면 박지도와 반월도를 만날 수 있다. 오작교가 따로 있나, 섬과 섬을 잇는 이 퍼플교가 오작교다.

박지도는 박씨가 처음 들어와 살았다고 해 박지도(朴只島)라 부르게 됐다고 하며, 또 섬의 지형이 박 모양이라 하여 바기섬 또는 배기섬이라고도 한다. 박지도의 당산 주변은 울창한 후박나무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나무와 관련돼 섬 이름이 유래됐을지도 모르겠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박지도는 기복이 심한 산지로 이뤄져 있다. 해안은 간석지가 넓게 발달해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경관과 오롯이 보존된 ‘당 숲’이 있다. 섬 전체를 천천히 둘러볼 산책길이 잘 조성돼 있다. 아름다운 바다를 따라 걷는 해안산책로, 쉼과 여유는 어느덧 내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어서 반월도에 발을 내딛어 보자. 갯벌과 갯골로 이뤄져 독특한 서해의 풍경을 자랑하는 한적한 섬 반월도에는 전복과 낙지가 많이 난다. 섬 입구에 자전거 20여대와 짐 보관소가 있어 자전거를 빌려 타고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원형 그대로를 유지한 섬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특히 반월도에 있는 당숲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숲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퍼플교 입구. 하늘에서 바라본 반월도와 박지도.

반월도의 최고봉 견산(어깨산, 201m)은 산의 지형이 사람의 어깨처럼 생겼다 해 어깨산이라 한다. 이름도 꽤나 재밌게 지었다. 견산의 정상에 오르면 신안의 다도해가 병풍처럼 쫙 펼쳐진다. 어찌 이 풍광을 안보고 지나칠 수 있으랴.

◇걷기 좋은 섬···관광객 북적북적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2019년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반월·박지도. 특히 ‘싸목싸목’(천천히의 전라도 지역어) ‘걷기 좋은 섬’에 선정돼 쉼과 여유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평상시에는 퍼플교 아래로 바닷물이 출렁이지만 하루 두 번 썰물 때는 드넓은 갯벌로 변한다. 자연이 주는 신비가 곳곳에 일렁인다.

이 나무다리는 사람과 오토바이,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으며 퍼플교라고 이름 지어지기 전에는 ‘천사의 다리’, ‘소망의 다리’로 불렸다. 아마도 육지로 닿길 바라는 섬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겼으리라. 도보다리 아래로 바닷물이 출렁이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다. 이것 또한 자연이 주는 선물 아니겠는가.

섬에 닿으면 잔잔한 바다가 드넓게 펼쳐지고 이웃 섬과 산들이 아기자기하게 다가온다. 자연이 빚은 이 아름다운 풍광이 천하제일로 이름난 화백의 작품에 비할 수 있을까. 바다와 섬이 만든 절경은 각박한 삶에 지친 이들을 토닥토닥 위로해준다.

전망 좋은 언덕에 앉아서 이런 풍경을 가슴에 담아보자. 소곤소곤 불어오는 갯바람이 인근 섬 소식을 들려준다. 밭의 돌담길은 정겨움을 더해주고, 잔잔한 바다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한적한 섬에서 즐기는 ‘섬캉스’. 이 안에서 색다른 ‘썸’을 만나길 기대해본다.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온 섬

신안군은 가고 싶은 섬 ‘반월·박지도’를 보라색 꽃과 농작물이 풍성한 사계절 향기 나는 퍼플 섬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애기동백, 은목서, 라일락, 자엽안개 등 수목을 식재해 가로수 길을 만들고, 낙우송, 꽃창포를 심은 습지공원을 조성해 보라색 꽃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퍼플 섬 성지로 만들 생각이다.

상상만 해도 보드라운 향기가 전해지는 듯 하다.

아마도 반월·박지도에 들어오면 자연스레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지 않을까. “그대 모습은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최지영 자유기고가·신안=양훈 기자

/사진=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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