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4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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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은 소외된 조커를 만든다
이세연
양지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 입력날짜 : 2019. 12.12. 19:31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개봉한 ‘조커’는 배우의 연기력, 탄탄한 시나리오, 아름다운 영상미 등 영화 내적인 부분에서 극찬을 받았지만, 그 외에도 ‘복지의 필요성’, ‘사회 구조의 불평등’, ‘폭력의 미화’ 등 영화 외적으로 다양한 논쟁거리를 만들어 낼 정도로 사회 현실적인 부분을 잘 그려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영화의 주인공 아서 플렉이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현실에 존재하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서 플렉은 자신의 감정과 다르게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오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그는 적은 월급을 받으며 우스꽝스러운 광대분장을 하고 망해가는 가게 앞에서 때론 어린이 병원에서 춤을 춘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그는 살아남기 위해, ‘코미디언’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유명 쇼를 보며 공부하거나,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상담을 받으며 약을 먹는 등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사회 환경은 그의 노력을 가차 없이 무시한다. 회사 동료와 사장은 그를 조롱했고, 상담사는 형식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정치인에게선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아서 가난한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쓴웃음을 짓는다. 아서는 가족, 친구뿐 아니라 회사, 도시, 사회 시스템 등 그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사회 환경으로부터 버림받게 되고,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었던 그는 결국 사회의 혼란을 일으키는 가장 폭력적인 ‘조커’가 된다.

부모의 양육 방식이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주고, 아이의 발달 양상 또한 부모의 양육 방식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인간 또한 자신이 속한 환경과 각각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형성한다. ‘환경 속의 인간(PIE)’은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요인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아서와 같은 복지 사각지대의 대상자들은 사회 요인과 상호작용할 기회가 매우 제한된다. 남들과 조금 다른 경제 상황, 신체, 정서 등을 가졌다는 이유로 혹은 정부의 지침 때문에 공정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하고 소외될 때가 많다. 제한적인 인력과 정책 속에서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순 없기에 복지 사각지대 문제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기관뿐 아니라 일반 주민과의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역의 복지기관은 호민관협의체. 지역 동장 모임, 주민자치위원회 등 지역 주민들로 이루어진 조직을 새로 만들거나, 협력하여 소외된 주민들을 발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이 직접 관심을 두고 소외된 주민을 발굴하면 기관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자원을 연계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진행한다. 주민의 작은 관심이 소외된 주민들에겐 커다란 복지로 작용하게 된다.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행동에 대한 지적이 아닌 그 아이에 대한 이해라는 말이 있다. ‘문제아’라는 낙인보다 아이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우선되어야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홀로 고통받으며 슬퍼하던 아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작은 관심이었을지 모른다. 직장 동료, 이웃 혹은 지나가던 사람이라도 진심을 담은 인사 한마디만 건네주었다면 그는 소외된 ‘조커’가 아니라, 그의 애칭처럼 함께 ‘해피’한 사람이 되었을지 모른다. 이처럼 상대방의 행복을 만드는 복지는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우리는 주변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살았을까. 내 옆에 소외된 이웃이 있진 않았을까. 한 해가 가기 전에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며 작은 관심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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