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9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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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지키는 든든한 보배 ‘돌벅수’에 담긴 사연은?
엄길수 여수넷통뉴스 대표 ‘미술로…’ 출간
직접 발로뛰며 20년 돌벅수 연구
“방치된 우리문화 가치 제고 기대”

  • 입력날짜 : 2019. 12.15. 19:37
‘미술로 본 여수 돌벅수’를 최근 펴낸 엄길수 대표가 여수를 지키는 ‘돌벅수’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벅수’란 무엇일까? 단어 자체만 들으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바보’, ‘멍청이’란 뜻이 아니다. 마을을 지키는 ‘지킴이’를 의미하는 말이다.

표준어로는 ‘장승’이다. 벅수는 나무나 돌에 사람의 얼굴을 변형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몸통에 이름을 적어 놓은 조형물로, 우리 민족 생활 속에 깊게 자리해 온 민속문화재다.

20여년 넘게 돌벅수에 대해 학문적으로 연구해 온 이가 있다. 바로 엄길수 여수넷통뉴스 대표다. 그가 최근 ‘미술로 본 여수 돌벅수’를 출간해 화제다.

책은 ▲제1부 미술로 본 여수돌벅수 ▲제2부 여수 돌벅수 ▲제3부 여수돌벅수와 만남 등 3부로 구성됐다.

엄 대표는 직접 발로 뛰어 여수 돌벅수에 대한 연구를 했다. 책에 수록된 사진도 모두 그가 직접 찍은 것들이다.

그는 어떻게 ‘돌벅수’에 천착하게 됐을까. 여수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엄 대표는 미술교사이자 대학 강단에서 ‘한국미술사’를 강의해 온 바 있다. 여수의 중요 역사이자 산물인 ‘돌벅수’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된 것. 여수지역 돌벅수가 세월에 풍화되거나 무관심으로 방치돼 있었던 상황도 그의 연구에 불을 지폈다.

25년 전에 쓴 자신의 석사논문인 ‘여수지역에서 분포된 돌벅수 연구’를 비롯, ‘호남지방 석장승 연구’라는 논문이 토대가 됐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여수지역 돌벅수는 14곳에 25기가 있으며, 여수 돌벅수 만의 유형과 조형적 특징이 있다.

엄 대표는 “건강성이 넘치는 조각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여수 돌벅수는 얼굴 비례로 볼 때 코가 큰 것이 특징으로, 남해안지역의 돌벅수나 목장승, 무덤 앞의 동자승이나 문인석 등에는 길고 높은 큰 코의 표현이 나타난다. 내륙의 돌벅수들과 또 다른 조각 특징을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여수 돌벅수에만 새겨져 있는 글귀 ‘남정중’(南正重)과 ‘화정려’(火正黎)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엄 대표는 “‘남정’(南正)과 ‘화정’(火正)은 중국 상고의 관직 이름이다. 남정이란 관직은 중이, 화정이란 관직은 려가 맡았다는 뜻이다. ‘중’은 하늘을 다스렸고 ‘려’는 땅을 관장했다. 또한 려는 남쪽 바다를 맡은 신으로 알려졌다. 여수사람들은 바다의 수호신에게 지켜달라는 뜻의 명문을 사용했다”며 “풍어와 풍년, 질병, 왜구침략을 막는 수호와 지킴이로서의 돌벅수의 의미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엄 대표는 책 출간을 바탕으로 여수 돌벅수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와 중요한 사료로서 돌벅수의 가치가 제고되길 바람을 밝혔다.

이어 엄 대표는 “지킴이로 형성된 벅수는 민중의 자화상이자 해학적 이미지로 조각된 조형물이면서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삼아 살아온 여수사람의 전통문화와 미의식이 반영된 살아있는 미술”이라며 “이제부터는 마을 지킴이인 벅수를 우리 스스로가 더 이상 바보로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 이 땅의 ‘지킴이’인 ‘돌벅수’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정겨울 기자


정겨울 기자         정겨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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