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3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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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을 예찬하며
퇴허자
광주대각사주지
제주퇴허자명상원장

  • 입력날짜 : 2019. 12.15. 19:38
지난 10월 지인의 초대를 받고 전북 군산을 거쳐 충남 서천과 장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어느덧 제주에 내려와 8년차를 살다보니 제주를 잠시 떠나보는 것도 여행다운 기분이 들었다. 자고로 여행이란 돌아올 것을 전제로 떠나는 것이며, 일단 떠나고 보면 살던 곳의 모든 짐은 내려놓기 때문에 무엇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10월은 역시 날씨도 청명하고 ‘상달’임이 분명하다. 이스타나 항공편으로 군산항에 도착하니 지인이 마중 나와 손을 흔들었다. 오늘부터 3박4일 여정은 시작된 것이다. 군산 한일옥에서 무국으로 점심공양을 들고 인근의 근대역사박물관을 방문하여 친절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는데 퍽 인상적이었다. 이어서 소문난 ‘민주네 호떡집’에서 호떡을 사먹고 커피볶는집에서 카푸치노를 마셨는데 아주 그만 죽여주는(?) 맛이었다. 저녁공양은 버스터미널 근처에 자리한 지역 맛집으로 이름난 ‘청국장 박대구이’에서 청국장을 들었다. 역시 음식은 전라도다.

여행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면서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기는 것이 최고의 보람으로 남는다. 이번 여행은 아예 작정하고 떠난 것이어서 실컷 보고 걷고 먹고 즐길 것이다. 기실 젊어서 한 때 전국유행을 한 것을 빼면 이런 저런 이유로 거의 삶에 묶여 지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칠순의 나이에 무엇에 걸리고 어디에 매일 것인가. 포로의 삶을 버리고 프로의 삶으로 살자.

이튿날은 노변정담(식당이름치고는 멋진)에서 순대국으로 아침을 들고 비응항에 도착 환승하여 그 유명한 선유도로 향하였다. 선유도는 옛날 신선들이 노닐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비응항에서 잠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이 지역의 특산물인 박대, 오징어, 멸치, 김 등의 건어물을 사서 택배로 부쳤다. 잠시 후 2층버스를 타고 선유도로 향했는데 말로만 듣던 ‘새만금프로젝트’(바다를 막아 육지로 만든)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실감했으며 과연 지도를 바꿔 놓았다는 말이 허언(虛言)이 아니었다. 선유도는 정말 아름다웠다. 바다가 펼쳐지는 해안길을 걸으면서 전면에 그림처럼 우뚝 선 망주봉(望柱峰)을 바라보자니 신선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줄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놀이기구도 있었지만 젊은이들에게 양보하고 선유도의 바지락칼국수로 점심을 즐겼다. 언제 이곳을 다시 찾게 되면 광주, 제주 끽다거 멤버들과 함께 동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날은 택시로 동백대교를 건너 장항으로 향했다. 서천의 국립생태원과 송림원을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아침은 서해안백반에서 백반정식을 들고 서천읍 거리를 이곳 저곳 걷다가 특화시장을 찾아갔다. 서천의 특화시장은 그야말로 서해에서 잡히는 모든 해산물의 총 집결지나 다름이 없었다. 해산물의 박물관이나 진배없는 그곳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갈치와 병어, 석화와 고등어, 박대 등을 사서 제주행 택배로 부쳤다. 요즘엔 가는 곳마다 택배가 일사천리다. 서천 특화시장은 정말 친절하고 값도 저렴하고 만족도가 최고였다. 모두가 기관에서 정선된 마치 정훈교육이라도 받은 듯 어찌나 친절하고 정감있게 대하던지 역시 ‘손님은 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서천읍에서 길을 물으면 조금도 싫은 기색 없이 정답게 안내해 주었다. 스스로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러웠다. 택시로 송림원으로 국립생태원을 돌아보면서 서천군 당국에서 많은 예산과 정성을 기울인 흔적들이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지자체 행정의 성공적인 모델을 들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충남 서천군을 꼽을 것이다. 만약 여행 중에 서천군 관내에서 혹시 가방을 잃어버리면 반드시 주인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도 들었다.

하여 맘먹고 잠시 군청에 들렸다. 군수를 만나 뵙고 칭찬 한 마디 해드리기 위해서였다. 마침 군수는 회의 중이라 부군수실을 방문했는데 엄청 환대를 해 주었다. 기념으로 휘호로 제작한 ‘도방하(都放下:고정관념을 내려 놓으라)’ 다포 일점을 선물로 증정하였다. 그리고 약속하기를 제주로 돌아가면 반드시 칼럼에 ‘서천 자랑’을 올리기로 말이다.

넷째 돌아오는 날 다시 군산으로 나와 군산 신양시장을 들려 콩나물국밥 맛있게 먹고 빵집으로 이름 난 ‘이성당 빵집(100년 역사)’을 찾았는데 유명세 그대로 고객들이 줄지어 있었다. 월명동 적산가옥을 방문하고 다시 ‘커피볶는집’에서 카푸치노 한 잔하는 것으로 여행은 끝 맺었다. 평소 해왔던 얘기지만 “할까말까 하는 말은 하지 말고, 살까말까 하는 물건은 사지말고, 떠날까 말까하는 여행은 떠나고, 잡을까 말까하는 사람은 꽉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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