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31일(일요일)
홈 >> 기획 > 토크·대담·인터뷰

[인터뷰]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신뢰의 위기…대의·명분 되찾겠다”
아픈 역사·인연 간직 ‘광주정신’이 삶의 나침반
불의를 보면 저항·주먹밥 하나라도 나눠 먹어야
대통령의 가치 광주가 품고 다시 크게 비상하길

  • 입력날짜 : 2019. 12.17. 20:16
대담=오성수 편집국장

박시종 대표는 문재인정부 1기 청와대 국정상황실 선임행정관을 역임하고, 지난해 지역 활동에 복귀했다. 지난 5일 광산구을 후보로 내년 총선에 도전하겠다는 출마 선언도 했고, 현재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 특별위원, 노무현재단 광주지역위 공동대표, 시민의힘 상임대표 등을 맡고 있다.

▲지난해 6월27일 청와대 근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생각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청와대를 그만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취임했다. 저는 며칠 뒤 연락을 받고 준비한 후 6월7일 청와대 근무를 시작했다. 2018년 6월27일 퇴임했으니 1년20일 정도 근무한 셈이다. 보통 이 시기가 청와대 1기, 임종석 비서실장체제고, 지금은 2기, 노영민 비서실장체제로 통칭한다. 저는 처음 근무 시작할 때부터 1기 근무를 마치고, 2기와 교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청와대 근무를 좀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것도 좀 더 젊은 지역인재들이 역할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력을 보면 민주화운동, 정권교체운동 등 우리 사회 변화를 위해 노력해왔는데 계기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82학번인데, 고등학교 2학년 때 5·18을 겪었다. 지난 11일 노제를 지낸 오종렬 선생님도 그때 고등학교 은사였다. 김준태 시인은 당시 담임선생님이었는데 결국 해직당했다. 광주의 아픈 역사와 그런 인연들이 결국 저를 민주화운동 투사로 내몰았다. 저 스스로 ‘광주의 아들’이라 생각한다. 정치적 수사로 그렇게 표현하는 게 아니다. 제가 두 차례에 걸쳐 근 3년간 옥고를 치렀는데, 누군들 고문당하고 구속되고 싶었겠는가. 그러나 그럴 때마다 ‘광주정신’은 제 삶의 나침반 같은 것이었다. 불의를 보면 저항하는 것이 옳고, 주먹밥 하나라도 나눠 먹어야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믿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셨던 인연도 있어 일찍 정치할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김대중 선생님을 모시고 92년 대선 때 전략기획실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이었다. 그리고 당시 TV 연설문도 상당 부분 제가 썼는데, 갓 서른 살의 제가 쓴 글을 읽어주실 때는 정말 기분 좋았다. 그때 두어 달 집에도 못 들어가고 일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어쨌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신 인연으로 해서 일찍 정치할 기회가 주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정치에는 크게 실망하면서 오히려 정치하지 않겠다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실제 그 뒤로 기회가 생겨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곤 했다. 얼마 전 배기선 전 의원께서 ‘후생우제’ 회장을 맡고 계시다는 걸 알았는데, ‘후광 김대중 선생님을 생각하는 어리석은 제자’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저더러 김대중 대통령의 제자라는 점을 절대 잊지 말라고 힘주어 말씀해 깊게 새기고 있다.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고향 광주로 돌아왔는데, 지금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렇게 바뀌게 된 이유는.

-정치적 활동에 복귀한 것은 이명박 정권 시절이다. 남북관계, 민주주의, 민생경제가 과거 군부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담벼락에 대고 소리라도 외쳐라”고 하신다. 그때 저는 정권교체를 위해 다시 뛰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는 사분오열된 야당을 ‘통합’하는 것과 야당의 체질을 혁신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혁신과 통합’이 만들어졌고 문재인 대통령, 문성근 배우 등과 함께 참여하게 됐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탄생하고, 제가 대통령 후보 광주캠프를 맡으면서 그분과 인연이 시작됐다.

2012년 대선에 실패하고, 2017년 대선 승리하기까지 저는 문재인 후보와 함께했다. 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도 했고, 지난 총선 때는 제가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선대본부장이었는데 국민의당 바람이 불면서 쓰디쓴 패배도 맛봤다. 그때는 저도 친노, 친문의 대표라고 엄청 비난받았지만 웃으며 넘겨 왔다. 저는 상황에 따라 정치적 입장이 바뀌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 저는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가 출마선언에서 표창원, 이철희, 임종석 등 대표적 정치인들의 불출마 선언 같은 것이 광주와 전남에는 없는가 하고 탄식했지만, 그런 ‘대의’와 ‘명분’을 잃어가는 것이 호남정치의 현주소다. 제가 그것을 바꾸겠다고 결심한 것이 출마의 배경이다.

▲지난 출마선언 때 ‘기본소득제를 법제화하자는 의견’을 발표했는데 의외의 공약 아닌가 싶다.

-제가 출마선언에서 두 가지 축을 말씀드렸는데, 하나는 국가를 크게 바꾸자는 취지에서 ‘기본소득제’, 다른 하나가 광주를 크게 바꾸자는 취지의 ‘청년정책’이었다. 우선, 기본소득은 잘 아시겠지만, 국가가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그러면 왜 기본소득이 필요한가. 가장 큰 배경은 4차산업혁명과 일자리 감소시대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제가 필요하다.

▲지역발전을 위한 정치인으로서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지역구가 존재하고, 지역구를 대표해서 의정활동을 하는 한 정치인의 기본적 사명 중 하나가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청와대 근무하면서 우리 지역 정책이나 현안, 그외 여러 가지를 챙겼는데 현재의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너무 없어서 안타까웠다.

둘째, 광주·전남이 너무 왜소해졌다. 그렇잖아도 광주·전남은 낙후돼 있고 쇠퇴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정치권의 역할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께서 광주·전남에 힘을 실어주시기 위해 알아서 챙겨주시는 실정이다. 판을 한 번 크게 흔들어야 한다는 게 제 판단이다.

셋째, 지역 행정력도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강하지 않다는 게 제 솔직한 진단이다. 청와대 근무할 때 다른 지역과 의식하지 않더라도 비교가 됐다. 인적 경쟁력도 그렇고, 시스템을 잘 구축할 필요성도 있다. 정치인들이 크게 앞장설 필요가 있다.

▲광주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얼마 전 제가 공동대표로 있는 광주혁신포럼 출범식에서 송갑석 의원이 참석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년 총선 때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단순히 양적으로만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사람들 중심으로 질적으로 승리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제가 출마선언 제목을 ‘대한민국을 바꾸는 광주의 꿈’이라고 했는데, 광주는 늘 대한민국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변방으로 밀려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사상,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 문재인 대통령의 가치를 광주가 온전히 품고, 다시 크게 비상했으면 좋겠다. 저는 그런 광주의 꿈을 우리 모두 품고 달려가자고 제안 드리고 싶다./김다이 기자


김다이 기자         김다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