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30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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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마당] 기다리던 날 수필 김수림

  • 입력날짜 : 2019. 12.23. 19:34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가는 것을 소망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구촌의 생태적 재앙으로 일부만이 살아남은 21세기중반, 자신들은 지구 종말에 살아남는다고 믿은 사람들은 만족한 유토피아에서 완전한 통제를 받으며 살고 있었다.

그들은 건강관리를 잘하고, 원만한 생활을 하면서 지구에서 유일하게 깨끗한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선택되어 가는 그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아일랜드’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던 날이 왔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상천국으로 가는 날이라 생각했던 그날은 오히려 죽음의 날이었다.

현실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일생을 통한 기다림의 연속이다.

자정쯤 c교장 선생님의 문자가 왔다. “나의 믿음친구 해가 바뀌고도 한참이나 지났네, 주님의 크신 은혜로 믿음 충만, 기도 충만한 나날을 보내고 있겠지? 부럽네. 나도 기도생활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기도해줘”

c교장 선생님은 3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남편을 간호하시며 곤고한 삶을 산다.

팔순 중반인 왜소한 몸으로 자신이 케어를 받아야 할 형편인데도 남편을 요양병원으로 보내지 못하고 함께 생활한다.

“인격적인 교수님을 차마 요양병원으로 보낼 수가 없어서”

매일 밤잠을 못자는 남편시중으로 언제나 피로에 지친 모습이다. 남편이 혈압 약을 복용하니 핏줄 벽이 얇아져 정상으로 회복하려면 단백질 치수를 높여야 한다며 걱정하였다. 나는 황태를 권했다.

황태를 1개월간 먹은 뒤 진찰을 받았다. 의사는 핏줄 벽이 정상이 되었다며 기적이라고 했단다.

주어진 현실을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가는 노 따님 열녀, 고달픈 삶을 살면서 낙심하지 않고 고난 중에 행복을 찾은듯하다.

‘교장 선생님이 살려면 요양병원으로 보내시면 좋으련만’ 내가 열녀 났다고 하니, 지친표정인데도 함박 웃는다.

설에 인사를 갔다.

“김 선생님 아세요?” 교장선생님이 묻자 입을 크게 벌린다. 안다는 신호란다. “교수님! 쾌차 하셔서 녹차 타 주세요.”

바라만 보신다. 내가 갈 때마다 차를 손수 타주셨는데 “침대에 두 팔목을 고정시켜 두었다. 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짠하여 팔목을 풀어 주었다가 침대에서 떨어져 머리를 7바늘이나 꿰맸다. 교수님 손을 잡고 기도하는 도중에 기도 자세를 취하려 애썼다.

순간순간 무사함을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교장선생님 모습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그 분처럼 치매를 앓고 있는 남편을 위하여 고난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 삼십여 년 전 남편의 시한부 삶을 강하게 부인해도 비껴가지 않았다.

치매로 남편은 아무것도 모른다. 대학생을 가르친 고차원적인 전문용어와 일상의 언어, 항상 습관적으로 부르던 주님조차 잊어버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다.

그분은 독실한 크리스찬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가 가고 그 기다리던 날이 지상에서의 유토피아가 아닌 하늘나라의 유토피아이기에 그토록 더디 가는 걸까. 어린아이로 되돌아가고 싶었을까. 사랑하며 아끼던 아내가 힘들게 간병한다는 것조차 모르는 삶, 어쩌면 그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본인은 고통스럽거나 괴롭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니 그런 지상에서의 삶을 행복하다고 해야 할지….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러한 사람들의 것이다.(마태복음 5장)

c교장 선생님은‘마음이 가난한자, 슬픔과 괴로움을 초월하고 살아가는 사람인 듯하다.

슬픔과 괴로움을 극복했을 때 괴로움과 슬픔을 모르는 인간이 맛보지 못하는 커다란 기쁨을 노부부는 얻을 수 있으리라. 기다리던 날이 유토피아이리라.


김수림 프로필

▶수필문학신인상 등단, 광주문학상
▶한국문인협회회원, 광주여류수필회장 역임 현 감사
▶저서 ‘장미꽃 스물다섯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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