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9일(수요일)
홈 >> 기획 > 기획일반

[새해특집]“진실 말하는 용기운동 벌어지길 기대”
송선태 ‘5·18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
피해자·가해자·국민 함께 하는 진상규명 추구
과거사 청산기준·국제 부합하는 활동 위해 최선

  • 입력날짜 : 2020. 01.01. 18:09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특별법’ 발효 1년 3개월 만에 마침내 조사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송선태(64)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위원장에 선출됐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광주매일신문과 만난 송 위원장은 “당시 민간인 살상과 암매장 등에 참여했던 일반 장병들에게 이른바 ‘파레시아’(진실을 말하는 용기) 운동이 벌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편집자 주

▲우여곡절 끝에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앞으로 최대 3년간 진상규명 활동을 수행하게 될 조사위원회의 첫 위원장에 선출됐는데, 우선 소감을 밝혀 달라.

-‘5·18’의 진상에 대해 그동안 국가기관이 9차례 이상 조사했음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해결 과제가 남아있고, 5·18이 꾸준히 왜곡되고 있는 상황에서 10번째 조사를 하게 돼 마음이 굉장히 무겁다. 그러나 기쁜 마음으로 진상조사를 잘 끝마쳐서 5·18의 진실이 더 이상 왜곡되지 않고, 광주시민들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게 최선 다할 것이다. 5·18세대인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로 알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5·18 당시) 부끄럽게 살아남았지만, 나중에 오월영령들을 만날 때 더 부끄럽지 않게 조사에 임하겠다.

▲지난 27일 첫 전원회의에 이어 30일 2차 전원회의도 진행했다. 다소 ‘칼라’가 다른 위원들이 뒤섞여있는 데 회의 분위기는 어떠했나.

-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국회교섭단체 즉 정당의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보수-진보 또는 좌파-우파의 대립각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위원장 부위원장 선출을 놓고 상당한 의견대립과 토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위원들 간에 서로 ‘끝장토론’ 방식으로 토론을 해본 결과 정당과 진영의 입장보다 정치적 중립성, 객관성, 과학적 합리성을 중시하는 진상규명을 하자, 또한 합의 정신을 기본 바탕으로 하자는데 의견일치를 봤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반드시 밝혀내야 할 ‘5월의 진실’로 어떤 것들을 꼽고 있는가.

-그동안의 선행조사들은 대부분 신군부의 집권 음모 또는 헌정질서 파괴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데 치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들의 범죄혐의를 구성하는 게 무엇이냐, 그에 따른 피해자나 피해상황은 어떤가? 라는 것이 굉장히 강조됐다. 그 결과 가해자들의 범죄행위는 대부분 판결에서 반란, 반란수뇌, 내란, 내란수괴, 내란목적 살인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피해자들의 구체적 피해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적시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간의 조사에서는 발포명령, 발포명령 체계 그에 따른 사망, 상해, 실종, 암매장, 행방불명자 이런 핵심적 과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가 위원회의 향후 과제다. 일단 가해자와 관련해서는, 분단 상황과 남북 대치상황을 이용한 소위 북한의 남침가능성을 두고 집권 음모가 개시됐다라는 점에 대해 과거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 중국, 러시아까지 망라된 폭넓은 조사를 통해 신군부가 광범위하게 자신들의 집권음모를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음을 밝혀야 한다. 이후 진압작전의 완벽한 재구성을 통해 군부대가 지나가고 작전을 감행한 곳의 피해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성폭력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밝혀내야 5·18 피해자들의 한스러움, 유가족들의 억눌린 가슴이 조금이나마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광주시민들은 거의 40년이 지났어도 두꺼운 거짓과 위선이 ‘5·18의 진실’을 덮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제대로 된 진상조사라고 할 수 있나.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설립 근거가 돼는 ‘5·18진상규명특별법’이 왜 제정됐냐하면 일부 정치권이나 사회 일각에서 벌어진 5·18 왜곡 쓰나미 때문이었다. 5·18의 역사적 의미와 정의를 다시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왔기 때문에 진상조사위가 출범한 것이다.

그동안 5·18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제한적이고, 지극히 정치적으로 처리 됐다. 그런 연유로 핵심 가해자들은 단 한마디도 자신의 범죄를 인정한 사람이 없었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이 참여하는, 국민들과 함께 하는 진상조사가 돼야 한다. 특히, UN 인권위원회라든지 국제 인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기준에 부합하는, 세계 보편사로서의 5·18을 바로세우기 위한 진상조사,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진상조사가 돼야 한다.

▲전국의 모든 민주시민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광주시민들은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법률로 뒷받침되는 공식 기구인 5·18진상규명조사위 위원장으로서 광주시민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해 달라.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출범이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소중한 자산들을 광주의 역사, 시민의 역사로 다시 한 번 가꾸고 나눠야 하는 소중한 기회가 돼야한다. 그리스 로마시대 때부터 강조된 개념인데, 억눌린 왕정이나 귀족사회에서도 진실을 말하려는 노력들은 굉장히 소중한 덕목이나 가치로 사회적으로 인정했다. 말하자면 진실을 끝까지 용기있게 말하는 자세, 이런 것을 파레시아(parrhesia-진실을 말하는 용기)라고 불렀다.

이른바 ‘5·18 진실 고백운동’이 번져나가길 고대한다. 그 때 당시 출동군인들, 암매장에 참여했던 군인들, 살상에 참여했던 장병들도 이제는 고백하고,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이제 사회적 지지, 사회적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는 5·18의 진실을 찾는 사람들과 왜곡하려는 사람들 간의 대립과 갈등이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진상조사가 이러한 국민화합의 단초를 열어가는 데 일조하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