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4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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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CRISPR + 로봇=?
강용
학사농장 대표

  • 입력날짜 : 2020. 01.07. 19:41
어릴 적 내 또래의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TV프로는 아마 ‘마징가Z’였다. 주인공 쇠돌이가 로봇을 조종하며 악당 로봇들을 무찌르는 모습은 늘 통쾌하고 정의로웠다. 그런데 당시에 늘 궁금한 것이 있었다. 왜 악당 로봇은 조종하는 사람이 없을까? 지금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아마 그 악당 로봇들은 인공지능(AI)로봇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징가Z’는 사람이 수동으로 조종해야하는 스마트한 기계였을 뿐이다.

그때는 AI로봇이 인간에게 패했지만, 요즘의 과학기술 속도를 보면 인간이 AI를 이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10¹⁷⁰의 경우의 수가 있다는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이 AlphaGo에게 1:4로 패한 것도 놀랍지만, 그 이후에 탄생한 AlphaGo Zero는 바둑의 기본 룰만 배우고 스스로 독학하여 72시간 만에 AlphaGo를 100:0으로 이긴 것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세계적인 금융회사 골드만 삭스에 인공지능 AI 켄쇼가 입사하면서 당시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던 600명의 주식 트레이더 중 598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AI는 이미 인간의 오감(五感)을 뛰어 넘는 능력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신인류가 되었고, 로봇은 두발로 걷고 뛰고 달리며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한 언론사의 설문조사에서는 달에 처음 우주선을 띄운 것과 비교 할 만큼 놀라운 과학 기술 혁신 1위로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CRISPR)를 꼽았다. 대규모의 첨단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던 유전자 편집과 조작, 그리고 1000년쯤 소요되던 생물의 진화를 고작 몇 만원짜리 키트를 활용해서 집에서 일주일 안에 누구든 가능하게 되었고, 중국에서는 특정한 유전자를 짜깁기한 아이가 출산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과 로봇, CRISPR 기술의 결합은 전 세계 농업을 급속도로 변화시킬 것이다. 3D 프린터가 면적에 맞춰 작물을 설계해 파종, 관수, 잡초 관리를 하고, 드론이 출격하여 해충을 격추하고, AI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과일과 채소를 수확하는 FarmBot이 이미 시판되고 있다. 1초당 1만명의 얼굴을 인식하여 사람을 찾아내는 로봇경찰처럼 작물의 병해충 전반을 스캔하여 작물을 한 포기씩 개별관리하며 스스로 처방과 치료까지 하는 그런 시대가 이미 왔다.

크리스퍼 기술로 농산물의 모양과 맛 등을 각자의 개성대로 만들어 내고, 농업 지식이 없어도 AI가 과거의 패턴을 분석하여 스스로 생산 작물을 결정하고, 파종, 정식, 수확 그리고 꽃게 같은 로봇이 이랑 사이를 돌아다니며 집게로 벌레를 잡고 잡초를 자르는 등 병해충 관리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는 등, 그래서 인간이 거의 필요 없는 세상이 곧 올 것이다.

알리바바는 AI안면인식 기술로 돼지를 개별관리하며 1천만 마리를 목표로 돼지 사육을 시작했고, 비슷한 기술로 노르웨이에서는 연어를 개별 관리하고 집단폐사를 방지하는 AI양식이 이미 상용화되는 등 AI시대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농수산업을 꼽으며 투자가 몰리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에 몰려드는 농업 투자 자금은 우리 가슴속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농업 농촌과는 거리가 멀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미래 경쟁력에 뒤처지면 이 또한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는 어둡다.

중국은 이미 AI 세계2위 국가로 IOT는 I-IOT, 스마트팜은 I-팜으로 우리보다 앞선 인공지능 사회가 되었는데, 불행히도 우리는 2019년 세계경제포럼 미래 국가경쟁력에서 말레이시아, 홍콩, 태국보다도 떨어진 28위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에게 아직 오지 않은 공상의 미래가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현재의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저력이 있다. IT,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다른 나라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나라로 성장한 사례들이 많다. 2020년 올 한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답습과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어 5년쯤 뒤의 우리 농업·농촌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2020년 ‘빨리빨리’라는 우리의 저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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