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7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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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민폐 ‘초대형 현수막’ 눈살
건물 전체 뒤덮어 입주자 조망권·영업권 등 침해
동의 없어도 설치 가능…자치구 “규제 방법 없어”

  • 입력날짜 : 2020. 01.22. 19:41
다가오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설 명절이 맞물리면서 광주 도심 곳곳에 예비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내걸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건물 전체를 뒤덮는 초대형 현수막들이 등장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건물 입주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정당 공천을 앞둔 예비후보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경쟁이라 이해는 되지만, 후보의 얼굴이 그려진 초대형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우후죽순 내걸리면서 규제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2일 오후 광주 서구 운천로의 금호지구 입구 사거리.

인근에 중학교와 대형 병원 등이 들어선 이곳 한 건물에는 한 예비후보자의 얼굴이 나온 대형 현수막과 이력이 빼곡하게 적힌 가로형 현수막, 옥상을 넘어서 설치된 홍보물 등으로 뒤덮여 있었다.

같은 시간 서구 회재로의 풍암지구 입구 사거리에도 건물보다 높게 설치된 간이 보조물에 문구가 적힌 현수막부터 얼굴과 이름을 강조한 현수막이 건물의 2층 전체와 측면에 설치돼 있었다.

이들 건물에 입주한 사무실들을 들어가보니 창문이 모두 현수막에 가려 건물 밖을 볼 수 없었다.

해당 건물 입주자들은 괜히 이런 문제로 불평을 제기해봤자 건물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까봐 권리행사를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초대형 선거 현수막이 내걸린 건물에 입주해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정모(45)씨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씨는 “안그래도 2층에서 영업하고 있어 간판이 잘 보여야 하는데, 느닷없이 걸린 현수막 때문에 간판이 가려져 손님들이 못 찾겠다는 불평의 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건물 좌·우 외벽과 창문을 모두 가리고 있어 자칫 화재가 발생했을 때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민 박모(67)씨는 “병원 치료를 받는데 창문에 느닷없는 사람 눈이 보여서 깜짝 놀랐다”면서 “환자들이나 노약자들이 머무는 공간이 있는 곳에는 설치를 고려하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사무소로 신고된 건물의 외벽이나 간판에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다고 지정돼 있을 뿐 현수막 규격에 관한 명확한 내용은 전무하다.

예비후보와 건물주 사이에서 체결된 임대차 계약으로 인해 건물주의 동의를 얻은 후 입주자의 동의를 얻어 게시하는 것이 통상적 관례지만,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설치를 못한다는 규정도 없다.

또한 같은 건물을 쓰는 입주민이나 근로자들의 조망권·일조권 등 권리를 침해해도 구청에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선 자치구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선거를 코앞에 둔데다 설 명절까지 겹치면서 지역 정치계 등에서 초대형 선거 현수막 외에도 설 인사 현수막을 내걸고 있어 우리로서도 난감한 점이 많다”면서 “광고법에서는 선거와 관련해 예외규정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철거를 거의 못한다고 보면 된다. 양쪽이 합의해서 원만히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오승지 기자


오승지 기자         오승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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