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8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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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가 들려주는 光州의 노래] (2)뮤직투어 ‘음악으로 양림을 여행하다’
<2>뮤직투어 ‘음악으로 양림을 여행하다’
12곡의 피아노 선율…양림의 속살을 보고, 듣고, 품다

  • 입력날짜 : 2020. 02.12. 18:08
‘근대문화유산의 보고’로 알려진 광주 양림동에서는 음악으로 양림동에 대해 듣고 배우는 뮤직투어 ‘음악으로 양림을 여행하다’ 프로그램이 이뤄진다. 사진은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며 양림동 영상과 연주 악보를 보여주는 이승규 대표 /쥬스컴퍼니 제공
음악을 뜻하는 ‘뮤직’(music), 여행을 뜻하는 ‘투어’(tour)의 합성어로 만든 ‘뮤직투어’는 관광객이 관광지로 이동하는 형식이 아닌, 관광지가 관광객에게 다가가는 형식을 뜻한다. 쥬스컴퍼니의 도움으로 공연이 만들어지게 된 본 공연은 작곡가가 연주하고 스토리를 이야기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출발했던 이 공연은 사랑받은 공연콘텐츠로 성장했고, 음반발표까지 하게 됐다.
피아노 모음곡 ‘양림의 거리’ 는 총 12곡으로 구성됐다. 모든 곡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음악적 색깔이 존재한다. 양림동의 다양한 문화적 결합이 새로운 완전체를 이룬다고 생각해 12곡으로 작곡했고, 곡의 순서는 동선을 기준으로 배치해 관광투어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음악으로 양림을 여행하다’ 프로그램 진행하는 이승규 대표. /쥬스컴퍼니 제공
▶1곡 펭귄마을

양림동 오거리 바로 옆에 위치한 펭귄마을은 조그맣고 아기자기한 마을로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낸 곳이다. 이 곡은 펭귄을 연상하며 귀엽고 발랄한 분위기로 작곡했다.

▶2곡 충견상(忠犬像)

충견상은 광주 정씨 8세손 양촌공 정엄 선생이 기르던 개를 기리며 만든 상이다. 어느 엄동설한에 정엄 선생이 급한 일로 개가 새끼 날 때를 생각하지 못하고 그만 한양으로 심부름을 보냈다고 한다. 개는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홉 마리의 새끼를 낳게 됐고 주인이 살고 있는 곳까지 한 마리씩 나르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아홉 마리째 새끼를 나르다 그만 지쳐 죽고 말았다. 정엄 선생은 자신의 잘못으로 개가 죽었다고 자책하며 개의 상을 조각했고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 곡은 주인과 강아지의 애틋한 우정을 상상하며 작곡했다.

▶3곡 이장우 가옥

1899년 정병호 선생이 지은 가옥으로 광주 일대에서 알아주는 ‘만석꾼’의 집이었다. 당시 그랜드 피아노가 있을 정도로 부유했다. 그의 조카였던 정추 선생이 이곳에서 음악을 접하게 돼 ‘차이코프스키의 4대 제자’라는 칭호를 얻으며 ‘검은 머리의 차이코프스키’로 불렸다. 가옥의 이름은 이장우 선생이 1968년에 이 집을 사들이게 되면서 붙여졌다. 이 곡은 문화와 음악이 오가는 사람들의 활기 넘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작곡했다.

▶4곡 한희원미술관

양림동에 위치한 한희원미술관은 2015년 개관했다. 화가이자 시인인 한희원은 광주 출생으로 조선대학교 미술과를 졸업했다. 유년 시절 언덕 위 교회당이 보이는 양림 마을에서 배우고 자랐으며, 그의 작품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존재의 근원을 묻는 서정적인 회화들로 우리들에게 깊은 위로를 안겨 준다. 이 곡은 한희원 작가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양림동에 대한 정서가 묻어난 그림을 보며 작곡했다.

▶5곡 충현원

한국전쟁 고아들의 보금자리로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 5월 고(故) 박순이 선생에 의해 창립됐다. 선교사들과 고아들이 거주했고 현재는 호남사회봉사회로 이어지고 있다. 이 곡은 충현원에서 깊은 잠을 자는 아기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장가로 작곡했다.

▶6곡 김현승 시비

다형 김현승은 7살 때 양림동에 정착해 무등산을 바라보며 시심(詩心)을 키웠고 숭실전문학교에 다니며 1934년 등단했으며 ‘고독의 시인’으로 감수성 짙은 시를 발표했다. 이 곡은 고독과 가을, 커피를 즐기던 다형(茶兄) 김현승 시인을 생각하며 고독하고 깊이 있는 곡으로 작곡했다.

▶7곡 선교사 묘원

양림산에 위치한 선교사 묘원은 1895년 한국 선교사로 들어와 나주, 목포, 광주에 선교부를 세우고 30년간 한국 복음화를 위해 살았던 유진벨(배유지) 목사의 묘를 비롯해 한센병 치료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오웬 선교사 등 22명의 미국 남장로교 출신 선교사와 그 가족의 묘가 있다. 이 곡은 선교사와 가족들의 삶을 기리고 추모하는 의미인 장송곡으로 작곡했으며 마지막 부분은 아멘종지(Ⅳ-Ⅰ도)로 끝이 난다.

‘뮤직투어’에 참여한 관객들. /쥬스컴퍼니 제공
▶8곡 우일선 선교사 사택

양림산 기슭에 세워진 2층 벽돌 건물로 미국인 선교사 우일선(미국 이름, Wilson)이 1920년에 지은 집이다. 이 사택은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 건물이다. 우일선 선교사는 당시 천벌로 여겨지던 한센병 환자들을 가족처럼 보살폈다고 한다.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버림받은 한센병 환자들에게 우일선 선교사와 그 사택은 천국처럼 따뜻한 곳이었을 것이다. 환자들의 가족보다 더 극진하게 환자들을 보살펴 준 파란 눈의 천사, 감사와 따뜻함을 담아 작곡했다.

▶9곡 커티스메모리얼홀

수피아여학교를 설립한 전라도 지역 선교의 개척가인 배유지 목사를 추모하기 위해 1925년에 건립돼 선교사와 그 가족들의 예배당으로 이용됐다. 광주·전남 지역에 수많은 교회를 설립하고 목포에 정명학교와 영흥학교, 광주에는 숭일학교, 수피아여학교, 광주 최초의 병원인 제중병원(현, 광주기독병원)을 설립했다. 유진벨의 희생과 광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작곡했다.

▶10곡 호랑가시나무

호랑가시나무는 광주시 기념물 제17호로 수령은 약 400년 된다고 한다. 추운 겨울에도 진초록 잎을 바탕으로 새빨간 열매를 달고 있어 성탄절에 사용되며 서양에서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나무로 불려진다. 이 곡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호랑가시나무의 신비로움을 담아 작곡했다.

▶11곡 수피아홀

1908년 선교사 유진벨은 수피아여학교를 설립했다. 수피아 여학생들은 일제의 만행에 분노하며 일본군 앞에서 직접 만든 태극기를 흔들다가 3·1운동 이후 일시 폐교됐고, 1929년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으로 무기 휴교, 1937년에는 신사 참배 거부를 이유로 폐교됐다. 그러나 1945년 조국의 광복과 동시에 복교하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곡은 일제 강점기 시절,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받쳐 독립운동을 했던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심정을 담아 작곡했다.

▶12곡 오웬기념각

선교사 오웬은 1900년대에 광주에 들어온 양림동의 서양촌 외국인 중 한 명으로서 간호사인 부인과 함께 선교 및 의료 봉사 활동에 헌신하다 과로로 1909년에 사망했다. 그를 기억하는 의미에 지어진 오웬기념각은 개화기 당시 ‘광주 신문화의 발상지’라고 불릴 만큼 크고 작은 문화 행사가 열렸던 곳이다. 이곳에서 광주 최초로 클래식 공연이 열렸다. 이 곡은 다양한 문화와 만남이 어우러지는 오웬기념각을 생각하며 화려하고 강렬한 곡으로 작곡했다.


작곡을 하면서 양림동 곳곳을 찾아가고 주민들과 이야기하고 문화기획자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한 곡씩 완성하게 됐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지금 양림동은 나에게 영감을 주는 곳으로 바뀌었고, 작은 것 하나 지나치지 않는 장소가 됐다.

서울에서 오신 손님들을 대상으로 연주를 한 적이 있다. 그 분의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광주라는 곳은 저에게 뭔가 죄스럽고 여행하러 가기엔 뭔가 부담스러운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연주를 들으니 이 곳 또한 사람 사는 곳이고 희망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비단, 양림동에서만 이런 이야기가 존재할까. 절대 아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고 무시하고 있을 뿐, 사람 사는 곳은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가 있는 곳은 예술이 있다. 나는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숨어있는 이야기와 예술을 개척하는 탐험가라고 생각한다.

‘뮤직투어’에서 연주된 음악은 피아노 모음곡 ‘양림의 거리’ 를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

/광주작곡마당 대표


광주작곡마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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