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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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반전
논설실장

  • 입력날짜 : 2020. 04.09. 18:06
지난해 하반기 코로나19 창궐 초기 중국의 딱한 처지에 동정을 보낸 한국이었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며 중국인들이 아플 때 마스크를 포함한 방역물품을 많이 보냈다. 그러나 이제는 이를 돌려받는 것에 고마워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염치없이 더 달라고픈 마음이 드는 때이고 보면 뒤바뀐 얄궂은 운명이랄 수 있다.

지난 2월 광주지역 대학에 등록된 중국인 유학생 수천 명이 개강에 맞춰 입국하기 시작한다고 해 야단이었다. 대학들은 이들 수송차량을 배정하고 기숙사를 격리시설로 속속 바꿔놓았다. 그러나 예정된 중국인 유학생들은 갑자기 입국을 포기하고 이미 입국한 일부 유학생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대구 신천지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였다. 한국에 체류하는 게 오히려 감염 위험이 더 높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그 즈음 외국에선 한국을 대하는 눈이 싸늘해졌다. 이스라엘은 자국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돌아가라고 했고, 이런 비슷한 일이 다른 나라에서도 잇따라 벌어졌다. 급기야 이웃나라인 일본조차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국인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나라가 백 수십 개가 됐다. 한국이 순식간에 후진국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되고 유럽 선진국에서 매일 수백, 수천 명씩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후줄근하게 봤던 외국은 한국을 다시 고쳐보게 됐다. 그리곤 한국엔 확진자가 많긴 하지만 치명률이 극히 낮다, 의료체계가 매우 투명하다는 등의 찬사를 보냈다. 한국인 아내를 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피해 극복을 위한 성금을 보내며 “한국이 단호하고 투명하게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긍정적인 본보기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외신은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선별진료소를 혁신적이라고 찬탄했다. 드라이브 스루는 마치 우리가 스타벅스 커피를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한 직후 받아가듯 차량 안에서 검체 채취를 심플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일반 선별진료소보다 감염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데다 검사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반응이 좋다.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대폭 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본받아 신속히 감염자를 가려내겠다고 했고, 긴급사태를 선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이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에 이어 우리나라 코로나19 진단 키트도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로 수출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나라 밖에서 한국을 보는 시선이 바뀌어 가는 때에 국내에서도 ‘시각 교정’이 괄목하게 진행됐다. 과거 지역갈등의 아픔을 겪은 광주와 대구가 코로나19 사태로 엄청나게 가까워졌다. 이른바 ‘달빛동맹’으로 광주시가 대구지역 확진자들을 광주지역 병원으로 이송, 치료해주고 오월 ‘광주주먹밥’을 518개(5·18 상징)를 만들어 대구지역 병원에 전달하는 등 온정의 손길을 잇달아 내밀었다. 방역물품을 보낸 것은 물론 전문의들의 현지 인술이 펼쳐졌다. 광주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한 대구지역 한 환자는 광주시에 고맙다며 광주에서 살고 싶다는 편지까지 보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좀체 듣기 힘든 감사의 말이다.

재난으로 이동인구가 급격히 줄고 각종 모임이 취소돼 상인들이 한숨을 내쉴 때 건물주들은 ‘착한 임대료 운동’을 벌여 임대료를 낮추는 릴레이를 전개했다. 매번 오르기만 하던 건물 임대료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내려가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게 됐다. 또 공직사회의 월급 일부 반납 운동도 펼쳐지는 등 어려운 시기에 서로 돕고 나누는 고귀한 사회적 행위가 출현했다. 이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선진사회로 가는 필수 덕목으로 코로나19가 추동했다.

재난 시기에 특정 종교가 관련되는 것은 왜인지 모르지만 신천지교회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신천지교회란 종교는 대단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신천지교회는 기존 기독교계와 갈등을 빚어오다 이번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그러는 사이 일반 국민은 잘 모르던 신천지 내부 활동을 미디어를 통해 두루 접하며 종교에 대한 시각을 다시금 가다듬게 됐다. 기존 일부 교회도 코로라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합예배를 중단하라는 정부와 지자체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국민적 논란을 일으켰다. 이 또한 국민들에게 종교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환기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는 언젠가는 물러가게 돼 있다. 변종이 생길지라도 코로나19는 결국 물러갈 것이다. 그때쯤이면 우리사회의 많은 곳이 바뀌어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상처 또한 많이 남아있겠지만, 다시 한 번 태어나는 듯한 고통을 겪는 우리의 모습은 결코 절망적이지 않다.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알게 되고 어려울 때 나누는 온정과 기부, 협력은 우리사회를 더욱 단단하게 해놓을 것이기에 희망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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