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4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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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날처럼 살고 있습니까?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20. 05.20. 19:34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주간이다. 벌써 40년이 되었다. 엊그제인 듯 기억이 선명한데 40년이 흘러 그때 머리숱 많았던 청년들이 대머리 장년이 되었다.

지난 주말에 광주에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 5월이 되면 많은 이들이 광주를 다녀가지만 광주는 외지인들이 다녀간 자리에서 슬픔의 흔적을 외롭게 확인한다.

지난 여러해 동안 우리는 40주년을 벼르고 별렸다. 40년을 깃점으로 청산할 것은 청산하고 기념할 것은 대대적으로 기념하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거의 모든 행사와 이벤트가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하여튼, 지난 18일 5·18민주화운동 40주년 정부기념식이 19년 만에 ‘국립 5·18민주묘지’가 아닌 옛 전남도청이 있는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5·18기념식은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를 주제로 5·18유공자 및 유족, 민주 시민단체 주요 인사 등 400여명이 참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오월 정신은 도청과 광장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날 것”이라며 “전남도청의 충실한 복원을 통해 광주의 아픔과 정의로운 항쟁의 가치를 역사에 길이 남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광장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대동세상을 보았습니다. ···5월 광주는 전국으로 확장되었고, 열사들이 꿈꾸었던 내일이 우리의 오늘이 되었습니다’

광주정신이 ‘코로나’ 극복정신의 저력이 되었다는 대목에서는 울컥 눈물이 났다. 그렇다 ‘오월 정신’은 역사의 부름에 응답하며 지금도 살아있는 숭고한 희생정신이 되고 있다. 대통령이 말했듯이 ‘오월 정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미래를 열어가는 청년들에게 용기의 원천으로 끊임없이 재발견될 때 비로소 살아있는 정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도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 규명은 미완의 슬픔이다. 여전히 은폐하려는 정치권 안팎의 방해 때문에 민간인 학살에 대한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발포 명령자가 누구였는지, 발포에 대한 법적인 최종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도 가려지지 않았다. 집단 학살 피해자들을 찾아내는 일, 헬기 사격까지 하게 된 경위, 대대적으로 이뤄진 진실 은폐·왜곡 공작의 실상도 밝혀지지 않았다.

아는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군대가 국가권력 찬탈에 동원돼 민주화와 신군부의 부당함을 외치는 광주 시민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핵심이다. 그러나 학살자들은 여전히 살아있고 여전히 2차 정서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유대인 집단 학살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인도에 반한 죄’로 규정해 강력하게 처벌해 왔다. 군이 체계적으로 또는 광범위하게 민간인을 학살한 행위 역시 이에 해당된다. 공소시효 자체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추가적인 진실을 밝혀내야 할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

특히 야당과 일부 보수단체의 역사왜곡과 폄훼는 도를 넘고 있다. 5·18 북한군 개입설 등 지금도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허위 가짜뉴스가 난무한다. 독일의 경우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등의 과거사를 부정하면 엄중 처벌을 받는다. 우리도 법·제도를 정비해 역사왜곡과 폄훼를 바로잡고 가짜뉴스의 홍수를 막아야 한다.

40주년이 되어서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출범했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5·18의 진실을 찾으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북한군 개입설과 같은 몰상식한 주장까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조사위는 최초 집단 발포와 그 책임자, 민간인 집단 학살, 북한군 개입 여부, 진실 은폐·왜곡 공작 등 5·18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총망라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잃으면 다시 규명하기는 어렵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모든 의혹을 빠짐없이 확인해 법적, 공적으로 권위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에 대구에 사는 지인이 코로나19로 석달 이상 도시에 자가격리를 겪으면서 5·18 당시 광주 사람들의 갑갑함과 분노, 아픔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세월이 지나니, 어떤 계기로든 이해하는 이들이 늘어가는 것은 다행이다.

나아가 40주년 이후에 5·18의 가치가 더 확고하게 정립되기 위해서는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아야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개헌이 논의된다면 반드시 5·18 정신이 6월 항쟁과 함께 전문에 실려야 한다고 강조했듯이 꼭 이뤄지길 희망한다.

지난 17일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광주에서 봉헌한 ‘5·18 40주년 기념미사’의 큰 주제는 ‘우리는 그날처럼 살고 있습니까?’였다. 1980년 5월의 광주는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아직도 그 날의 기억 속에 살고 있다. 폭력을 저질렀던 정권의 망령은 여전히 광주 시민과 국민 앞에 진심어린 용서를 구하지 않고 있다.

5월에 광주를 다녀간 정치인들이 ‘광주정신의 참 뜻’을 잊지 않고 ‘광주의 붉은 피’가 염원하는 대동세상에 대해 숙고하길~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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