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5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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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 창사29주년특집]도시문화의 힘, 예술가 레지던스
예술가·주민 상생…지역 재부흥 거점 거듭나야
도심공동화 폐허 공간 재생 예술창작활동 지원
생활밀착형 풀뿌리 문화예술 발신지 역할 톡톡
<1>프롤로그

  • 입력날짜 : 2020. 06.02. 19:59

작가들이 거주 공간을 떠나 예술 활동을 위해 머무르는 공간을 뜻하는 ‘예술가 레지던스’는 예술가들의 창작에 영감을 준다. 최근 전국적으로 폐허가 된 공간을 개조한 예술가 레지던스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마을의 도시재생과 지역주민과의 예술적 교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광주 동구 예술의거리 ‘미로센터’, 계림동 ‘계림예술창작촌 스튜디오’, 대인동에 자리한 ‘대인예술시장 레지던스’ 외부.

예술가들에게 작업 환경이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예술가가 머무르는 거점은 작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예술가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 철학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거점을 선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이 때 예술가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바로 ‘레지던스’(residence)다. ‘숙박용 호텔’, ‘주거용 오피스텔’로서의 레지던스가 아닌, 조금 더 구체적인 표현으로는 ‘예술가 레지던스’가 맞겠다.

예술가들을 위한 ‘아티스트 레지던스’는 일정기간동안 작업실과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입주해 생활하는 예술가로 하여금 본래의 생활권을 떠나서 예술창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1년여의 기간 동안 예술가 개인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정서적으로 재충전하며 창작 과정을 지원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예술가들의 창작아이디어와 상상력의 발전, 예술가 상호간 정서적 교류를 매개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재정적인 지원 외에 예술가에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해준다.

아티스트 레지던스는 정부나 지자체, 또는 민간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에서 국비나 보조금 또는 자부담으로 운영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통칭한다. 프로그램 운영자나 단체는 예술가들의 거주와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위해 전문 관리단체나 팀, 인원 등을 꾸려 이들을 돕고 관리한다.

특히 창작 공간 제공과 거주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전시나 결과 발표전, 홍보 등의 제반 비용을 레지던스 운영 단체에서 부담하면서 더욱 폭넓은 예술활동 지원을 하기도 한다. 또한 대중과 소통하고 작품 판매를 할 수 있는 판로로서도 작용하게 된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예술가들에게만 순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레지던스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이나 예술향유자가 예술가와 근거리에서 만나고 새로운 문화예술을 접촉하는 기회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시민에게 개방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스의 경우 일반 대중과 예술가와 밀접한 만남을 갖고,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장이자 휴식 공간으로서도 작용할 수 있다. 예술을 기반으로 한 교육의 영역으로도 확장된다.

정책지원자, 정책결정자들의 입장에서도 예술가 레지던스가 갖는 긍정적인 기능과 역할들이 많다. 도심 공동화로 폐허가 된 공간들을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내어주면서 자연스레 도시재생의 장치로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동시대에 활동하는 국내외 예술가들이 지역으로 모이면서 마을 재부흥의 기회로도 작용한다.

광주에서도 레지던스와 관련, 다양한 사업들이 이뤄져 왔고 현재진행중이다. 이전부터 운영해 왔던 사례들은 ‘대인예술시장’, ‘계림예술창작촌스튜디오’ 등이 있고, 최근 문을 열고 활동 준비에 나선 공간은 ‘미로센터’, ‘충장22’ 등이 있다.

‘대인예술시장’은 1959년 5월 문을 연, 광주의 2대 시장인 ‘대인시장’에 자리 잡은 공간이다. 대형마트의 등장과 도심 공동화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문을 닫는 상점들이 늘어갔고, 상인들이 떠난 자리에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2008광주비엔날레’에서 진행한 ‘복덕방프로젝트’를 통해 100여명의 예술가가 이곳에 입주하면서, 예술을 통한 시장의 재부흥을 꾀했다. 작가의 작품을 파는 야시장이 열리는가 하면, 창작공간과 거주 공간, 갤러리가 들어서고 문화의 향기가 나는 예술시장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같은 흥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올해로 12년을 맞은 ‘대인예술시장’은 ‘야시장’의 기능에 묻혀 예술가들이 하나 둘 떠났다. 상인들과 예술인간의 대립, 열악한 거주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면서 사실상 현재는 ‘야시장’으로서의 상업적인 기능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계림예술창작촌 스튜디오’는 광주의 대표 재개발 지역이자, 구도심인 계림동(경양로)에 위치한 공간이다. 일본식 주택과 한옥의 특징이 혼합된 형태의 가옥으로, 광주 은암미술관에서 2014년부터 운영해 왔다. 공·폐가가 늘어나고 있는 공간에 시각예술 작가들의 활동과 주민프로그램을 기점으로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에 중점을 두고 운영 중이다. 매년 5-7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에게 입주 기회를 제공했으며, 국내 작가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 미국 뉴욕 등의 작가들까지 이곳에서 작업을 했다. ‘묵은공방 계림창작예술촌’, ‘경양예술길 창작스튜디오’ 등의 이름으로 불리다 현재는 ‘계림예술창작촌 스튜디오’로 개칭했다.

이곳에서는 시각예술작가들의 개인 작업 이외에도 지역 어르신들과 입주 예술가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문화예술 체험과 소규모 프로젝트, 교육사업 등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이곳 또한 앞으로의 운영이 막막한 상황이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의 문화예술 지원사업 공모 보조금을 받다, 지난 2년간은 지자체의 지원 없이 미술관 자부담으로 운영하며 현재는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사실상 자구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림창작촌 내부 모습.

미로센터 레지던스에 입주한 작가들이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광주에 레지던스는 계속해서 생겨난다. 지난해 말 문을 연 ‘미로센터’, ‘충장22’ 등 새로운 공간들은 늘어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숱한 사례들에도 불구하고 레지던스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와 가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은 예술가 레지던스가 문화예술 창작의 기반이 되고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풀뿌리 문화예술의 발신지이자, 지역을 예술로 재부흥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구도심과 폐허에 예술가 레지던스를 통해 도시재생을 한 다수의 사례들이 있다. 국내에선 대표적으로 서울의 ‘금천예술공장’, 경기도 양주 ‘777레지던스’ 등이다. 신생 레지던스인 서울 ‘평화문화진지’, 수원 ‘푸른지대창작샘터’ 등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예술가의 레지던스는 작가(팀)의 작업 뿐 아니라 도심재생과 지역 주민들의 생활까지 문화예술로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장치다. 광주지역 레지던스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타 지역 레지던스 운영의 선진 사례를 살핀 후 향후 광주의 예술가 레지던스가 나아가야 할 방안을 시리즈 연재를 통해 제언한다.

/정겨울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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